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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코스피 1900선 전망까지 나왔다…악재만 쌓이고 호재 안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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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동치는 금융시장 ◆

매일경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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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운드화 급락과 미국 뉴욕 증시 충격, 이어 세계 외환시장을 덮친 강달러 공포까지. 주말 내내 유럽과 미국에서 쏟아진 온갖 악재가 26일에 아시아시장, 그중에서도 한국 증시를 강타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2%, 코스닥은 이보다 큰 5.07% 급락했다. 코스닥은 2년3개월 전인 2020년 6월 이후 처음으로 700선이 무너졌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쇼크로 2020년 3월 폭락장을 연출한 후 회복하던 시점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미국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 차에도 근근이 버티던 코스피는 강달러로 인한 아시아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속절없이 무너졌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지정학적 위기 와중에 이탈리아 극우 정권 출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 악재는 쏟아지는데, 시장 분위기를 반등시킬 만한 뾰족한 호재는 나오기 힘들다는 관측에 저가 매수 심리도 얼어붙었다.

문제는 이 모든 악재가 상장 기업의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악화될 경우 내년에는 코스피 2000선이 무너지고, 192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날 주가 폭락으로 반대매매(강제청산) 물량이 늘어나고, 향후 추가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개인들은 440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한 대형 증권사의 경우 이날 반대매매 체결 계좌 수는 291개로 한 달 전(22개) 대비 13배로 급증했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는 반대매매 체결 계좌가 한 달 새 281개에서 398개로 41.6% 늘었다. 반대매매는 외상 거래로 산 주식의 결제대금을 제때 내지 못하거나 신용으로 매수한 주식 가치가 단기간에 급락해 담보유지비율(통상 140%) 아래로 떨어질 때 발생한다. 반대매매 사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2거래일 뒤 오전에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처분한다. 이날 증시 급락으로 인한 반대매매 물량은 28일 오전에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대매매는 통상 주가가 급락할 때 늘어난다"며 "반대매매 물량이 시장의 추가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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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분석치가 3개 이상인 상장사 250곳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52조62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58조6592억원 대비 10.3% 하락한 수치다. 1개월 전 예상된 영업이익(54조2830억원)보다도 3.1% 떨어졌다. 전년 대비 역성장이 불가피한 가운데, 전망치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올해 4분기 실적 조정은 더욱 가파르다. 주요 상장사 227곳의 4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41조2634억원으로 1개월 전인 43조1974억원 대비 4.5% 감소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경기 둔화에 이익 추정치 조정이 계속되면서 증시 상단을 강하게 제한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훨씬 악화된 실적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4분기 기준 디스플레이 및 관련 부품(-38.9%), 반도체 및 관련 부품(-28.1%), 휴대폰 및 관련 부품(-8.1%) 등 정보기술(IT) 산업에서 부진이 두드러졌다. 철강 업체들이 포함된 금속 및 광물(-6.8%), 조선(-5.4%) 업종도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해 실적 전망치가 내려가고 있다.

특히 한국 대표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 하락이 이어지고 있어 투자 심리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가 13조5363억원에서 12조855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 하락했다. 4분기 예상치(12조4062억원→11조4062억원)도 8.1% 내렸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가 3조1233억원에서 18.3% 급락한 2조5512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4분기 예상치는 1조7413억원으로 한 달 전인 2조5540억원 대비 31.8% 급락했다.

그칠 줄 모르는 달러화 강세에 기업들의 실적 부담이 늘면서, 국내 증시도 급락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3.02% 떨어진 2220.94로 장을 마감해 지난 23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으로 연저점을 경신했고, 52주 최저점도 갈아치웠다. 낙폭도 올해 들어 6월 13일(-3.52%), 1월 27일(-3.5%)에 이어 세 번째로 컸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5.07% 급락한 692.37로 올해 들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주가가 급락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총 71조원가량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강달러 압박에 내년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기업들의 실적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영업이익 감소 가능성이 높아져 기업 실적도 큰 폭의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내년에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이익이 악화될 경우 코스피가 2000 밑으로도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증권사들이 예측한 코스피 하단은 대부분 2050~2200 사이였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통화 긴축 정책 정점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분명해지기 전까지는 위험자산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내년 기업 실적이 올해와 비슷하다면 코스피 적정 수준은 2100~2300으로 계산되지만, 내년에 코스피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올해보다 5~10% 줄어들면, 코스피 적정 수준은 1920~2020으로 계산돼 지금보다 11~16%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오대석 기자 /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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