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M&A 승부사' 김승연의 재도전…육해공 방산그룹 큰 그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대우조선 매각 ◆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4년 전 눈물을 삼키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던 한화그룹이 '절치부심' 끝에 다시 대우조선해양을 품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화그룹이 이변 없이 대우조선 인수를 마무리 지을 경우 2015년 삼성그룹의 방산·화학 계열사를 전격 인수한 이후 7년 만에 '조단위 빅딜'을 성사시키게 된다. 아울러 한화그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좌절됐던 대우조선 인수를 끝내 성사시키는 셈이다.

26일 KDB산업은행은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2조원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이 실시하는 2조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49.3%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더 유리한 인수 조건을 제시하는 경쟁자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한화 인수는 거의 확정적이다.

한화그룹은 KDB산업은행과 대우조선 경영정상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기본합의서에도 서명했다. 그룹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과 미국 현지법인 한화임팩트파트너스 등이 공동으로 나서는 구조다. 한화그룹은 상세 실사와 공정 경쟁을 거쳐 최종 인수자로 선정될 경우 오는 11월 말께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적자 상태인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다시 뛰어든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풀이된다. 먼저 그룹의 주력인 방위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리려는 포석이다. 대우조선 특수선(군함·잠수함) 사업부는 한화그룹 방산 부문과 직접적인 시너지가 기대된다. 한화그룹은 옛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수를 통해 항공기 엔진, K-9 자주포 등 항공과 육상 관련 방산업에 본격 진출한 바 있다. 아울러 옛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 인수 이후 군함에 탑재되는 '한국형 함정 전투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 우리 해군 함정·잠수함 80여 척에 전투체계를 공급해왔다. 함정 전투체계는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시스템으로 다양한 센서, 무장, 통신체계 등을 통합해 최적의 전투임무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함정의 핵심 무기체계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지닌 군함·잠수함 건조 능력에 한화시스템이 지닌 전투체계를 얹을 경우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40여 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확장해 온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인수에 이어 방산기업 추가 M&A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재계 서열 7위 한화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이 80조원 규모다. 여기에 대우조선 자산 12조원을 더할 경우 그룹 총자산은 92조원에 달하며 서열 6위인 포스코그룹(96조원)을 바짝 추격하게 된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재매각 작업에 다시 나설 경우 한화그룹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고 있다. KAI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지분율 26.41%)으로 2012년과 2013년 총 3차례에 걸쳐 KDB산업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매각 시도를 했지만 불발된 바 있다.

한화그룹의 삼성 방산계열사 인수에 관여한 바 있는 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삼성 방산계열사 인수 당시 그렸던 큰 그림은 한국판 록히드마틴 설립"이라며 "삼성 방산 계열사 인수 이후 두산DST(현 한화디펜스), KAI 인수 등을 추진해 기업가치만 10조원이 넘는 대형 방산기업을 만드는 목표를 세웠고 한발씩 이를 완성해나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는 누리호를 비롯한 대한민국 우주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핵심 우주항공기업이기도 하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에너지 사업에서의 시너지 효과가 꼽힌다. 대우조선 인수를 통한 사업 다각화를 통해 그룹 주력사업 중 하나인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시대 전환을 위한 '브리지'라고 평가되는 액화천연가스(LNG)와 관련해 한화솔루션, 한화임팩트, (주)한화 등과 연계해 생산부터 운송, 발전에 이르는 친환경 에너지 가치사슬을 구축할 수 있다"며 "대우조선이 강점을 지닌 LNG선 건조 능력이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간 한화그룹이 M&A를 통해 그룹을 확장해왔다는 점에서 레이스를 '완주'할 의지도 크다는 평가다. 최근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 추진이 유럽 경쟁당국의 불허로 무산된 것과 달리 한화그룹은 선박 건조 사업을 하고 있지 않아 규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점도 성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의 핵심 사업인 조선사업으로 그룹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대우조선의 군함 건조 사업을 더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산 라인업을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우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