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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흙으로 돌아가리라”…‘퇴비장’을 아시나요?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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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퇴비장. 김재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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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역설적으로 ‘죽음 이후’에 드러난다. 오직 인간만이 죽은 자를 장사 지낸다. 인간 외에는 아무리 지능이 뛰어난 동물도 죽은 동족을 땅에 묻거나 화장하지 않는다. 죽음을 애통해하고 죽음 이후를 상상하는 것은 인간 고유의 특성이다. 약 40만년 전에 출현한 네안데르탈인조차 죽은 이를 매장하고, 꽃을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는 사실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고고학 연구팀에 의해 확인된 바 있다.

장례문화는 환경·종교 등의 영향을 받는다. 죽은 자의 혼이 새와 함께 하늘로 가도록 새가 시신을 쪼아먹게 두는 ‘조장’ 풍습은 티베트에 아직 남아 있다. 바이킹처럼 배를 오래 타는 부족은 시신을 바다에 가라앉히는 ‘수장’을 선호했다. 한랭건조한 몽골에선 시신을 야산에 두어 풍화되도록 하는 ‘풍장’의 관습이 있었다. 종교적으로 보면, 불교는 인간의 육체를 정화하는 의미를 담아 ‘화장’을 한다. 불교의 영향을 받은 힌두교 역시 화장을 선호하며 유골을 갠지스강에 뿌린다. 개신교·가톨릭에서는 ‘부활신앙’의 영향으로 ‘매장’을 하도록 권한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주검을 거름용 흙으로 활용하는 ‘퇴비장’을 2027년부터 허용하기로 했다. 퇴비장을 처음 허용한 것은 2019년 워싱턴주였고, 뒤를 이어 오리건, 콜로라도, 버몬트주가 동참했다. 퇴비장은 풀, 나무, 미생물 등을 활용해 시신을 30~45일 동안 자연분해한 뒤, 퇴비용 흙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퇴비장 서비스업체 리컴포즈는 “시신을 화장하는 대신 퇴비화하면, 대기 중에 탄소 1.4t(톤)이 방출되는 것은 막을 수 있고, 비용 역시 7천달러(한화 약 970만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이후 장례문화의 간소화와 친환경화가 화두다. 코로나로 숨진 사람들의 시신이 냉동 트럭에 쌓이고, 구덩이에 팽개쳐지고, 화장실에 방치되는 현실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환경을 동시에 지키는 장례 방식을 고민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독교계 등 일부에선 퇴비장을 두고 “인간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라며 반발도 극심하다고 하는데,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창세기 3장 19절)라는 성경 구절에도 어긋나지 않는 일인 듯싶다. 장례문화는 환경의 변화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수목장의 보편화에 이어 잔디장·바다장·우주장·빙장까지 등장한 마당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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