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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KBS의 두얼굴…앞에선 불법파견 비판, 뒤에선 노동법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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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자회사 미디어텍 전·현직 직원 232명 손배소

법원, 불법파견 인정…“직고용·임금차별 240억 배상”


한겨레

<한국방송>(KBS) 여의도 사옥.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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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공사(KBS)가 자회사 노동자들을 불법파견 받아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했다며, 이들을 직고용하고 미지급 임금 240억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재판장 홍기찬)는 지난 23일 케이비에스미디어텍(미디어텍) 전·현직 노동자 232명이 한국방송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미디어텍은 2009년 한국방송공사가 설립한 영상제작 전문 자회사로, 다큐멘터리·시사교양·드라마·연예오락·스포츠 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한 사실상 하청업체다. 미디어텍 전·현직 노동자들은 “한국방송공사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했으나, 공사 쪽은 파견근로자라는 이유로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케이비에스 근로자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해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파견 기간 한국방송공사 노동자가 받은 임금을 기준으로 미지급한 차액을 배상하라며 2019년 240억원짜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낸 232명은 모두 미디어텍 노동자였으나, 2019년 고용노동부 판단으로 이 가운데 189명은 케이비에스에 직고용된 상태다.

한국방송공사와 미디어텍은 “원고들은 미디어텍의 지휘·감독을 받아 근무했고, 공사는 도급인으로서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이들은 미디어텍 소속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공사 소속 노동자들 업무와 명확히 구분되며, 설령 파견노동자에 해당하더라도 이들의 업무에는 질적 차이가 있어 임금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뉴스 진행·영상편집, 스포츠중계, 영상중계차 운용, 오디오녹음, 지역보도 시지(CG), 비선형편집(NLE), 편성 시지, 특수영상제작 업무를 담당하는 미디어텍 노동자와 한국방송공사 사이 근로관계가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미디어텍 노동자들이 공사 노동자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등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었다고 본 것이다. 근무시간, 휴가일정 등이 방송일정에 좌우돼 공사가 미디어텍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주도적 영향력을 행사한 점도 고려됐다. 다만 사운드디자인 업무 담당자 5명에 대해서는 파견이 아닌 도급이라고 판단해 청구를 기각했다. 사운드 작업 과정에서 상당한 재량이 주어졌고, 공사와 무관한 외주사업의 비중이 상당 부분 차지한다는 이유에서다.

원고 쪽 소송대리를 맡은 류재율 변호사(법무법인 중심)는 “한국방송공사는 그동안 비정규직과 파견 문제에 대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수십차례 제작하고 방송하면서도 뒤로는 수백명의 근로자를 파견받아 부당이득을 취해왔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수십년간 관행처럼 만연해온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주요 방송사들이 전향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서길 촉구한다”고 했다. 한국방송공사 쪽은 “판결문 검토를 통해 항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원은 방송사 비정규직 관련 사건에서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 1월 대법원은 대전방송(TJB)에서 10년 동안 아르바이트·파견직·기간제근로자 등으로 일하다 해고된 노동자가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ㄱ씨 해고를 부당해고로 보고 파기환송했다. 지난해 4월 청주방송에서 직접고용을 요구하다 용역업체로부터 계약이 일방 종료돼 부당해고를 다퉈온 방송운행책임자(MD)가 방송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와이티엔(YTN)과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고 일하는 컴퓨터그래픽(CG) 디자이너 12명과 편성 피디(PD) 3명이 낸 소송에서 법원은 이들이 ‘와이티엔의 노동자 지위에 있다’고 판결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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