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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취재파일] '검찰 수사권 분리' 법무부 vs 민주당 한판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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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의 정당성을 따지는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법무부에선 한동훈 장관이 직접 변론에 출석해 검수완박 법안의 위헌성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지며 내일 공개변론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은 법률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본질적 판단을 넘어 현정부와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자존심이 걸린 일전이라는 점에서 양측은 피할 수 없는 일전을 벌일 걸로 보입니다.

'위장 탈당' 절차적 위반 vs '여야 합의' 거친 합법



헌법재판소 결정의 최대 쟁점은 검찰 수사권 분리법안 통과 과정이 적절했는지 여부입니다. 법무부는 헌법상 절차적 민주주의는 의사결정 일련의 과정이 민주주의의 정당성에 부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시 말하면 다수결의 원칙도 충분한 토론 같은 공론화된 절차를 거친 다음에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법무부가 대표적으로 절차상 하자로 공격할 지점은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 과정입니다. 당초 국회 법사위에서 비교섭단체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배정됐던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검수완박 법안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비치자 민주당에선 민형배 의원이 전격 탈당해 안건조정위원 자리를 꿰찼습니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이견이 큰 쟁점을 심의 의결해서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하는 협의첸데 민형배 의원이 안건조정위원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여야 3대3 동수의 협의체 구성은 2대4 구도로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고 2/3의 정족수를 확보한 민주당이 바로 표결처리를 강행했다는 겁니다.

법무부는 '위장 탈당'이라는 꼼수를 통해 민주당이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최대 90일 간의 심의 기간을 무력화한 건 공개적이고 충분한 토론 기회를 박탈한 거라고 봅니다. 당시 안건조정위에서 국민의힘 위원들은 토론 기회 보장을 요구했지만 검찰 수사권 분리법안은 토론 없이 17분 만에 통과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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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이 밖에도 국회 본회의 당시 회기 쪼개기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제한된 것도 문제 삼을 걸로 보입니다. 필리버스터는 소수 정당이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한 합법적인 지연전략으로 여야 공히 활용해 왔습니다. 필리버스터를 제한하기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 3/5 이상이 찬성해야 하지만 회기를 1일로 쪼개는 방식으로 토론을 무력화시켰다는 게 국민의힘의 논리였습니다.

민주당은 법무부와 여당의 주장에 대해 국회의 권능을 무시하는 거라고 격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안건조정위원회는 물론 본회의까지 국회법에서 명시한 절차를 합법적으로 모두 거쳤다는 겁니다. 특히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은 당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거라며 여야의 합의사항을 파기하려는 법무부의 주장이야말로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반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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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4월 22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치열한 논의를 한 결과, 우리 당은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동훈 법무장관 등 여권 일각에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자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검수완박 법안 추진은 무리가 있다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검토하겠다고 180도 입장을 바꿨습니다.

특히 입법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해도 절차적 권한을 침해 당한 국회 내 기관이 주장할 수 있을 뿐, 국회 밖의 국가기관이 법률의 제·개정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청구에서 독자적인 이유로 주장할 수 없다는 게 민주당의 시각입니다. 다시 말해 법무부의 청구는 적법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논의할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충분한 토론 과정을 보장해야 한다는 법무부의 주장과 훗날 여당이 재검토 입장으로 선회했지만 여야가 합의한 법안이라는 민주당의 명분의 충돌 지점에서 헌법재판소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정치인' 범죄 회피용 vs '기득권' 검찰 개혁



또 다른 쟁점은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을 통과시킨 의도입니다. 먼저, 법무부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잠잠하던 논의가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 한 뒤 본격화됐고 새정부 출범 직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새 대통령 취임 이후 거부권 행사를 무력화하기 위한 속내라는 겁니다.

실제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언론보도를 통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 20명이 감옥을 가야 하기 때문에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민주당 의원의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도 했습니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검수완박 법안발의를 주도한 인물입니다.

법무부는 검찰 수사권 분리법안으로 모든 피해는 국민이 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범죄 수사가 대폭 축소돼 수사가 지연되면서 국민들의 피해가 극심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삭제한 것, 수사검사와 기소검사를 분리한 건 형사사법시스템의 현실을 알지 못하는 무능한 국회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난 거라고 지적합니다.

민주당의 주장은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검수완박 법안 당론 채택 여부를 논의한 지난 4월 12일 당시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1953년 이후로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면서 사실상 견제 없는 권력을 향유해왔다며 이 권력을 이제 개혁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은 검찰의 잘못된 수사 먼지털기식 수사, 전관예우가 심각했다며 적어도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잘못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거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또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건 위헌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헌법 12조 3항에서 체포ㆍ구속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명시된 걸 두고 검찰은 헌법이 검사의 수사권과 직접 영장 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검찰의 수사권을 적시하진 않았다는 겁니다. 검찰 세력이 무소불위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다고 비난합니다.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은 헌법상 권한이 아니라 법률상 권한이기 때문에 법률 개정으로 침해될 수 없고 수사나 공소제기의 주체, 그 권한의 범위, 절차 등은 입법정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전형적인 입법사항이라는 겁니다.

노무현, 박근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를 다룰만큼 '최고재판소'인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위상과 결정의 무게감은 엄청납니다. 이번엔 국회입니다. 국민의 대표인만큼 국회의원들의 결정은 존중받아야 하는지 국민의 대표라고 해도 최소한의 절차는 지켜야하는지 내일 헌법재판소의 새로운 고민이 시작됩니다.
이한석 기자(lucasid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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