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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빅마우스’ 김주헌 “매 작품 의미 달라…항상 새롭죠” [스타★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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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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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악(惡)했던 ‘빅마우스’의 최강 빌런. 최도하 역의 김주헌은 두 얼굴, 아니 n가지 얼굴을 가진 캐릭터였다.

김주헌은 17일 종영한 ‘빅마우스’에서 오로지 자신의 복수를 위해 분투하는 구천시장 최도하로 분했다. ‘빅마우스’ 박창호(이종석)를 이용하고 결국 그에 의해 숨을 거두는 반전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최도하는 온화하면서도 서늘한,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었다. 들끓는 욕망을 드러낸 그는 ‘봉인해제’ 후에는 물 만난듯 날아다녔다. 20일 종영인터뷰에서 김주헌은 최도하의 심리부터 준비 과정까지 낱낱이 공개했다.

최도하는 조성현이라는 자신의 진짜 정체를 숨기고, 남의 이름을 빌려 오랫동안 복수를 꿈꾸며 살아온 인물. 김주헌은 최도하가 가진 권력을 향한 욕망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빅마우스’ 준비 과정에서 몸을 불렸고, 궁지에 몰리는 후반부에는 감량해 날카로운 이미지를 가지고자 했다. 직업적 레퍼런스는 찾지 않았다. 기시감이 느껴질 거란 우려에서 였다. ‘시장’이라는 직업보다는 인물 간의 심리, 관계성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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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하는 박창호에 의해 살인 당했다. 마지막 회 시청 후기를 묻자 머쓱한 웃음을 지은 김주헌은 “배우들은 나와 있는 대본을 얼마나 확장해서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더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하는데 너무 쉽게 간(죽은) 것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면서 “현실에서 사람들이 바라는 악을 처단하는 방법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충분히 이해가 갔다”고 답했다.

시청자에게 생소하면서도 빼놓을 수 없는 소재는 ‘프리다이빙’이었다. 작가의 귀띔에 물속이 그저 생각만 하는 장소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고. 그는 “‘도하가 그 안에서만큼은 편안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어머니의 양수 안에 있는 것처럼 편하게 생각하는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거다. 정서가 개입되고 나니 결국 죽음의 과정을 납득할 수 있었다”고 했다.

프리다이빙은 김주헌을 위한 설정이었다. 김주헌은 “밸런스가 무너져 패닉이 오기도 했다”면서도 “촬영이 너무 좋았다”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소 생뚱맞게 보일 수도 있지만 물에 빠졌던 조성현의 과거 트라우마와 맞아 떨어지는 설정이기도 했다.

“저는 구기 종목을 굉장히 못 해요. 그냥, 정말 못하죠. (웃음) 반면 물속에서 하는 운동은 편안함을 주더라고요. 지인을 통해 2015년부터 프리다이빙을 시작하게 됐죠. 처음엔 수영할 줄 아는데도 두려웠어요. 물에 들어가서 숨을 참고 기다리고 쉰다는 게 가능한가 했는데, 산소통 없이 더 자유롭게 깊이 들어갈 수 있더라고요. 어떤 스포츠보다 덜 위험하고 수련하는 느낌이 들죠. 마치 요가 같이 집중할 수 있는 느낌이랄까요.”

‘빅마우스’의 정체를 두고 연일 추측이 이어졌고, 매회 반전이 쏟아졌다. 진짜 얼굴을 드러내기 전까지 최도하는 온화한 시장으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언제 가면을 벗게 될지 예측할 수도 없었다. 김주헌은 “참아야 하는 게 힘들었다. 그걸 도와준 게 양경원”이라며 공지훈 역의 배우 양경원을 언급했다. 양경원이 자유롭게 연기할수록 김주헌은 누를 수 있었다. 자신조차 답답하다 느껴질 정도로 느릿한 최도하였기에 정반대의 공지훈과 함께라면 서로가 더 극대화되어 보였다.

‘빅마우스’의 정체를 두고 배우들도 서로를 추측했다. 분명한 건 ‘나는 아니’라는 것.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끝판왕 보스가 될 것”이란 감독의 귀띔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옥에 있을 거란 추측까진 가능했지만, 빅마우스의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클 거라 생각했다. 빅마우스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도 그랬다. 그는 “낯설고 허무하지만 또 다른 호기심으로 갈 수 있어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빅마우스’의 명장면을 꼽는다면 박창호의 귀에 본심을 속삭이며 눈물을 튕기는 장례식 신을 빼놓을 수는 없다. 최도하의 진짜 얼굴을 볼 수 있는 신이었다. “계획된 리액션이 아니었다”는 김주헌의 답은 더 놀라웠다.

“내 손으로 죽인 사람의 상주가 됐다는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죠. 최도하라면 어떻게 하고 있을까 생각했는데, 누구보다 슬프게 울고 있을 것 같더라고요. 창호의 최후통첩에 눈물 한 방울 정도 튕겨주면 최도하가 표현될 것 같았어요. 조성현이 최도하로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해왔을까 생각해보면 참아왔던 감정을 단순한 동작으로 보여줄 것 같았어요. 너무 통쾌하고 재밌더라고요. 그때부터 몸이 풀리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진짜 사랑일까 의심하게 만든 현주희(옥자연)와의 부부 관계도 궁금했다. 최도하에게 현주희는 자신의 소유물, 자신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반려인. 딱 그 정도의 존재였다. 교통사고로 입원한 현주희를 바라보며 흘린 눈물신에 대해서는 “최도하의 눈물을 보고 찐사랑이구나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 장면은 빌런 최도하에게 당위성을 주고 싶었다. 뇌 구조가 다르다고 생각해야지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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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하는 ‘빅마우스’를 뒤흔든 빌런이었다. 그런 최도하를 연기하면서 캐릭터를 향한 비난은 쿨하게 수용했다. “마음껏 욕하고, 계속 가지고 가주시길 바랐다. 통쾌했다”는 그다. 하지만 막바지로 치닫자 급격한 외로움이 몰려왔다. “세상에 미운 욕이란 욕은 다 먹었다. 편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슬프고 외롭더라. 최도하를 연기하며 죄책감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극도로 우울했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매 작품이 가지는 의미가 있어요. 항상 새롭죠.”

tvN ‘남자친구’에서 박보검(김진혁 역)의 친한 형으로 얼굴을 비쳤을 때는 코믹하고 빈틈 많은 캐릭터로 보였다. 이후 tvN ‘60일, 지정생존자’, ‘사이코지만 괜찮아’, SBS ‘낭만닥터 김사부 2’ 등에서는 각 잡힌 수트가 어울리는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서는 다시 말랑한 이미지로 웃음을 안겼다. 김주헌은 “B급 감성의 호흡이 너무 부러웠지만, 연극할 때부터 코믹 연기는 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매체 데뷔작 ‘남자친구’는 익숙하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고. ‘코미디는 호흡’이라는 일념으로 상황을 숙지하고 랩 하듯 대사를 내뱉었다. 그리고 정반대의 캐릭터 최도하를 만났다. 리듬을 생각하면서도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빌런 최도하를 두고 “과분한 역할”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많은 시청자에게 관심을 얻었다는 자체로 기분 좋은 만족이 뒤따른다.

‘빅마우스’로 짜릿한 연기력을 보여준 김주헌은 곧바로 차기작 ‘별들에게 물어봐’ 촬영에 돌입했다. ‘별들에게 물어봐’는 우주정거장과 지구를 오가는 본격 ‘우주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제작 준비기간 5년,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우주정거장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김주헌은 우주비행사 박동아로 분해 공효진, 이민호와 호흡을 맞춘다.

최도하를 본 시청자라면, 박동아는 어떤 얼굴일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김주헌은 “또 다른 결은 가진 작품이다.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며 “재밌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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