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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 고작 2%…기업, RE100 하고 싶어도 힘든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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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압박 속 어려움만 더 커져

충분한 공급·녹색프리미엄 확대 절실

헤럴드경제

국회에서 개최된 RE100 기업간담회. [양이원영 의원실 제공]


“미국, 유럽 등의 사업장에서는 100%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쓰고 싶어도) 재생에너지가 전력소비량의 2%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RE100 기업간담회’에 참석한 한 삼성전자 임원의 토로다. 삼성전자가 지난 15일 RE100(재생에너지 100%사용) 가입 선언과 함께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신(新)환경경영을 발표하면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실제 사업장에 적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공급량은 충분하지 않아 탄소중립 압박 속 기업들의 어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23번째 RE100에 가입 기업이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RE100에 가입하지 못했던 건 국내 재생에너지 전력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의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의 통계를 보면 2020년 기준 삼성전자의 전력사용량은 26.95TWh다. 같은 해 국내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인 19.5TWh보다 많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5년 내 해외 전 사업장에서 먼저 재생에너지 전력을 100% 사용하기로 했다. 이후 국내에도 이를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지만, 지금과 같은 공급 수준으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나아가 삼성전자의 글로벌 고객사들이 재생에너지 도입을 촉구하고 있어 지금의 수급난이 향후 무역장벽으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배터리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RE100에 가입한 LG에너지솔루션도 걱정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지속가능성 평가 기관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위원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재생에너지 전환 실적(2020년 기준)은 33%로 국내 기업 중 가장 앞선 편이다. 그러나 당장 유럽연합(EU)에서 2024년부터 탄소발자국 공개를 의무화하고 2030년부터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요구하는 걸 감안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도 “RE100 참여기업이 크게 확대될 경우 재생에너지 수요와 공급이 역전될 우려가 있다”며 “재생에너지의 충분한 공급, 출력제한 방지, 녹색프리미엄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력제한은 일일 전력 수요보다 발전량이 많을 경우 정전을 방지하고 계통을 안정시키기 위해 발전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것을 일컫는다. 통상 발전원가가 가장 저렴한 원자력·석탄 등은 기저발전으로서 출력이 유지되고, 날씨나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는 태앙광·풍력 발전이 출력제한의 대상이 된다. 이런 탓에 재생에너지 수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느는 데도 발전량 증가세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녹색프리미엄 확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녹색프리미엄은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수단 중 하나로 실제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투자사업 재원을 마련을 위해 추가 요금을 내는 방식이다. 녹색 프리미엄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는 효과가 미미하고 실질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에서는 RE100 이행 수단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반면 최근 일부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부품업체에 녹색프리미엄을 통한 재생에너지 조달 자제를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전력 증가 추세에 맞춰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한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한국위원회 수석연구원은 “최종적으로는 모든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늘어나더라도 ‘추가성’ 요건이 강화되면 더 많은 재생에너지 공급이 필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030년에 이른바 ‘그린빅뱅’이 일어날 수 있다”며 “국내 RE100 기업이 현재 23개인데 내년이면 30개 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확대가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주소현 기자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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