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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MT시평]주가 변동성이 높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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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전병조 전 KB증권 대표이사]
머니투데이

전병조 전 KB증권 대표이사


불과 1년 새 코스피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 하락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2021년 6월 3303까지 상승한 코스피지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후해 2614까지 하락했으며(정점 대비 20%), 6월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2290까지 떨어졌다(정점 대비 30%).

한국 증시가 대외 거시경제 충격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 10월 코스피는 23.13% 하락했다. S&P500(16.94%) FTSE(10.71%) STOXX(14.7%) 등 주요국 지수보다 하락률이 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후폭풍이 본격화한 올 6월에도 높은 변동성은 반복됐다. 코스피지수는 13.15% 하락했는데 전쟁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유럽보다 변동성이 높다(S&P500 8.39%, FTSE 5.76%, STOXX 8.82% 하락). 특이한 점은 코스피지수 하락률이 브라질 보베스파(-11.39%)와 아르헨티나 머발(-10.49%)보다 높다는 사실이다. 물가상승률이 60.7%, 기준금리가 무려 52%에 달하는 아르헨티나보다 하락폭이 컸다는 점은 한국 경제의 기초여건을 감안할 때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시장의 변동성은 장기적으로 관찰하더라도 타국에 비해 높다. 2002년 이후 20년간 미국 S&P500지수와 영국 FTSE지수의 월간 변동성은 각각 14.8%, 13.6%인 반면 한국은 19.1%나 된다. 미국의 1.3배, 영국의 1.4배다.

한국 증시가 유달리 대외충격에 민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상장기업의 구성에서 직관적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제조업은 전체 부가가치에서 36.3%를 차지하지만 상장기업 시가총액에서는 거의 70%나 된다. 제조업은 직간접으로 수출입 변동에 연관돼 있어 대외경제 변동에 예민하다. 특히 이번 복합위기는 공급망 병목현상을 동반하므로 그 충격이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것은 주주환원 정책과 그에 따른 투자문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배당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장기투자자가 많다. 배당투자자들은 단기차익보다 배당수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주가변동에 덜 민감하다. 배당중시 투자자들은 주주환원율(순이익 대비, 배당·자사주 매입)이 높을수록 늘어난다.

주주환원율은 배당투자자가 늘어나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가. 미국과 영국의 주주환원율은 각각 90%, 133%에 달한다. 한국은 32%로 미국의 3분의1, 영국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영국의 주주환원율이 순이익의 1.3배를 넘는다는 것은 주주자본주의의 본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복합위기와 이에 대한 통화정책 대응이 지속되는 동안 큰 폭의 증시 변동성은 불가피해 보인다. 거시경제 요인에 의한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는 배당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다. 한국 주식의 높은 변동성과 디스카운트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지만 가장 아쉬운 점은 역시 '주주중시 문화의 취약성'이라 생각한다.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제도적 유인방안을 고민할 때다.

전병조 전 KB증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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