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줄지만 노인 비중은 높아진다. 65세 이상 인구는 올해 17.5%에서 2070년 46.4%로 늘어나 50년 뒤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올해 45.0세인 중위연령(연령 순서로 전 국민을 나열했을 때 중앙에 있는 사람)은 2070년 62.2세로 높아진다.
한국이 마주한 ‘인구 절벽’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 경제 동력인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다. 세계의 생산연령인구 평균 비율은 2070년(61.4%)까지 인구의 절반을 넘어선다. 한국의 생산연령인구 비율은 2012년 73.4%로 정점을 찍고 감소해 2070년에는 46.1%까지 낮아진다. 국내 생산력과 국내 소비가 줄면서 투자가 감소하고 의료비·연금 등 복지 지출은 늘어나 국가 존립 자체를 흔들 것이라는 게 학계의 전망이다.
암울한 미래를 바꾸기 위해 정부는 17년간 380조원 넘게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저출산 추세를 돌리지 못했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이민 활성화 논의가 불가피해진 이유다.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걱정, 불법 체류자가 늘 것이라는 우려는 ‘국가 소멸’이 우려되지 않을 때의 얘기라는 것이다. ‘인구 지진’(인구 감소에 따른 영향이 지진만큼 심각해지는 현상)이 목전에 다가온 만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이민에 대한 색안경을 벗어야 할 시점이다. 윤인진(한국이민학회 회장)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1~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06~2020년)에 외국 국적 동포 인력 활용, 우수 외국 인력 유치 등의 이민 관련 정책이 있었으나 4차 계획(2021~2025년)에는 없다”며 “내국인 정책만으로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어떤 업종에 언제…구체적 이민대책 세워야”
현재의 상황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우수한 외국인 인재가 한국 학교에 진학해 공부해도 취업이 어렵고, 취업을 해도 영주권을 따기 어렵다.
국내에서 키운 외국인 박사 60%가 해외로 떠난다. 노형준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함께 저출산을 경험한 프랑스·독일·미국 등은 이민정책 등을 통해 생산연령인구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저출산 추세(출산율 1.7명)에도 2070년까지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윤 교수는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이면 부작용은 줄이면서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이민청 등 전담기구를 설립하고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면서 국민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중하고 치밀한 계획이 우선돼야 한다.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이민이 필요하다면 언제, 얼마나 많이, 어떤 나라에서 이민을 받아 어떤 업종에 배치해야 하며 이들의 수준은 어느 정도 갖춰야 할지 구체적인 설계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먼저 구체적으로 언제쯤 산업별로 얼마나 외국인 인재가 필요한지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다음에 법무부가 어느 나라에서 데려올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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