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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중국 경고도 안 먹히네'...홍콩 축구 경기서 중국 국가에 또 '야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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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민주화 시위 이후 홍콩서 첫 국제경기
홍콩 통제력 강화하는 중국에 '항의' 의미
한국일보

24일 홍콩스타디움에서 열린 홍콩과 미얀마 축구 국가대표팀 간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모여든 홍콩인들이 홍콩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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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중국의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이 들리자 홍콩인들이 또다시 야유를 쏟아 냈다. 중국을 모욕하는 어떤 행위도 강하게 처벌하겠다는 중국의 경고에도 홍콩인들이 반중국 정서를 좀처럼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홍콩 스타디움에서는 관중 1만2,000여 명이 모여든 가운데 홍콩과 미얀마의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열렸다. 이번 경기는 2019년 홍콩을 뒤덮었던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홍콩에서 처음으로 열린 국제 경기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사달이 났다. 경기에 앞서 의용군행진곡이 경기장에 울려 퍼지자, 관중석에서는 야유와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의용군행진곡을 향한 야유는 홍콩에서 대(對)홍콩 통치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 정부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받아들여진다. 2019년 12월 한국 부산에서 열린 중국과 홍콩 간 동아시아축구연맹(RAFF) 경기에서 홍콩 팬들은 의용군행진곡이 나오는 동안 뒤돌아 서 있는 항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2017년 홍콩에서 열린 아시안컵 축구 예선전 홍콩 대 말레이시아의 경기에서도 홍콩인들은 의용군행진곡이 나오는 동안 '홍콩 독립'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야유를 보낸 바 있다.

의용군행진곡에 대한 홍콩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중국 정부도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 국가는 물론 중국을 모독하는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최고 징역 3년 형에 처할 수 있는 국가법을 제정하고 처벌 강화를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당시 홍콩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펜싱 경기 시상식 중계를 보던 40대 남성이 국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도 홍콩인들은 단체 행동으로 반중국 정서를 또다시 드러냈다. SCMP는 "이날 경기의 야유는 이전보다는 작아졌지만 여전히 들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장에서 관중들이 야유하는 모습을 내내 촬영한 홍콩 경찰 측은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경찰이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국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관중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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