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해외 투자 7000억 달러, 국내 유턴 유도... 달러 잡기 '안간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7000억불 대외금융자산 팔도록 인센티브 검토
80억불 조선업체 매도 물량 사들여 시장에 공급
한국일보

추경호(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최근 외환·금융시장 동향과 리스크 점검 및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달러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수요를 줄이려 해외 투자 ‘큰손’인 국민연금에 달러화를 대 주기로 한 데 이어, 민간의 해외 투자금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유인책을 동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외환당국이 순대외금융자산을 국내로 환류시킬 방법이 없는지 가능성을 따져 보고 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한국이 보유한 대외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것으로, 해외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입돼 있는 우리 국민의 돈이다. 올 2분기 현재 7,441억 달러 규모로 8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4,364억 달러)의 2배에 육박한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원ㆍ달러 환율(달러 가격)이 1,400원 선을 돌파할 정도로 원화 약세가 심각한 상황에서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여러 제도적 방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명분은 있다. 환율이 1,100원일 때와 비교하면 대외금융자산이 환율로 기록한 평가익만 20%가 넘는다. 관건은 대외금융자산을 팔고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국내 기업ㆍ금융사들에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느냐다. 가령 세제 혜택 같은 것인데, 자산을 계속 갖고 있을 때보다 더 큰 이익을 안겨줘야 한다. 정부의 고민거리다.

은행의 여력 부족으로 현재 팔고 싶어도 못 팔고 있는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물량이 국내 외환시장으로 흘러들어 달러 공급으로 이어지도록 길을 터 주는 것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다.

통상 조선사가 선박 수주를 하면 수출대금 전부를 당장 받지 않고 장기간 분산 수령하게 되는데, 막상 대금을 받을 때 환율이 수주 때보다 낮으면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중에 달러화 대금을 받으면 주기로 약속하고 일단 은행으로부터 일정 환율에 따라 원화 자금을 당겨 받는 식으로 위험을 회피한다. 이게 선물환 매도다. 수주 실적 호조로 조선사들의 선물환 매도 수요가 늘었지만, 달러값이 너무 오르는 바람에 줄 수 있는 원화 자금 한도가 찬 은행이 매입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게 최근 상황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전화위복일 수 있다. 시중 달러를 확대할 기회여서다. 일단 기존 거래 은행의 선물환 매입 한도 상향을 유도하고, 부족한 부분은 정책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이 조선사의 신용 한도를 늘려 흡수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이마저 부족할 경우 외환당국이 외국환평형기금 등을 활용해 선물환을 직접 매입한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서 “선물환 매도 수요를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외평기금도 활용하려 한다”며 “이런 식으로 시중에 달러 공급을 확대하면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시중에 유입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한국일보

순대외금융자산 추이. 그래픽=신동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달러 수요 줄이기’는 이미 착수한 상태다. 23일 발표된 국민연금과 외환당국 간의 스와프(맞교환) 체결이 대표적이다. 외환 스와프로 국민연금의 달러 환전 수요가 줄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약해질 것으로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달러 수급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당국이 해외 금융투자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당국의 외환 수급 개입은 불가피한 고육책이다. 달러 유출을 부르는 미국의 고강도 긴축이 통제 불가능한 대외 요인인 데다 경기와 가계부채에 악재인 금리 인상도 섣불리 결단할 수 없다. 추 부총리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고심해 결정할 것”이라며 고민을 내비쳤다.


세종=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