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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남편 외도 증거’ 찾으려 車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몰래 빼낸 자매… 법원 ‘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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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수색 및 특수절도 혐의 기소 언니·동생, 각각 징역 3개월·6개월 선고유예

세계일보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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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소송 중인 배우자의 외도 증거를 찾기 위해 열쇠 수리공을 불러 남편 소유의 차량 문을 강제로 열고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훔친 자매에게 법원이 징역형의 선고를 유예하며 선처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이지수 판사는 자동차수색 및 특수절도 혐의로 기소된 A(32)씨와 B(30)씨 자매에게 각 징역 3개월과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25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A씨는 지난해 3월 외도가 의심되는 남편 C씨와 별거 후 그해 4월 C씨에게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이 무렵 남편과 사귀는 것으로 보이는 여자친구가 거주하는 원주의 한 아파트 상가 편의점에서 남편의 카드 사용 흔적을 발견했다.

A씨는 남편의 외도 증거를 잡기 위해 동생 B씨와 함께 4월10일 오후 11시 56분께 열쇠 수리공을 불러 해당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C씨의 자동차 문을 열고 차 안으로 들어가 블랙박스에 있던 메모리카드 1개를 훔쳤다. 이 일로 A씨는 자동차 수색 혐의로, 메모리카드를 꺼내 나온 동생 B씨는 특수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해당 차량이 평소 본인이 운행한 차량으로, C씨 소유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B씨도 이 차가 사실상 A씨가 소유‧관리했다고 주장하면서 A씨의 의사에 따라 메모리카드를 습득해 절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아울러 B씨는 이 메모리카드가 C씨의 소유라고 해도, 메모리카드에 대한 불법영득의사가 없었고, 저장된 영상을 확인할 목적으로 가지고 나온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 무렵 A씨는 C씨가 다른 사람과 교제 중인 사실을 확인했고, 별거를 결심한 뒤 아이를 데리고 처가로 갔다”면서 “이후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A씨와 C씨의 혼인생활은 사실상 파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A씨가 별거 통보 후 C씨의 부정행위와 관련된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그 자동차 문을 강제 개방한 점, 메모리카드에서 C씨의 부정행위로 추정되는 장면을 확인해 이혼 소송의 증거로 제출된 점으로 미뤄 불법 영득의 의사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A씨와 B씨는 범행에 대한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고 있고, 피해자의 부정행위가 피고인들이 범행에 이르게 된 데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동차 권리권 침해나 메모리카드 절취에 대한 위법성 인식이 다소 미약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들에겐 아무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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