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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보험업 위기는 변화·혁신 기회…헬스케어·디지털로 성장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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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제 보험사는 고객과 평생을 함께하는 '종합 돌봄 서비스 제공자'가 돼야 합니다. 헬스케어와 디지털 부문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글로벌 시장도 적극 공략하려고 합니다."

몸집을 두 배로 키운 신한라이프가 '2.0 시대'를 연다.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은 "회전판 위에서 전진하려면 돌아가는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변화와 혁신 작업은 일류가 돼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성 사장이 요즘 가장 강조하는 말은 "하나라도 끝까지 제대로 바꿔보자"다. 그는 "하나라도 끝까지 제대로 바꿔본 경험이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변화의 방향이 중요한데, 타사와 차별화되기보다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강조하는 키워드는 헬스케어, 디지털, 글로벌 진출이다. 신한라이프는 연초에 헬스케어 자회사 '신한큐브온'을 설립했다. 성 사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서비스에 '도전'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 형태로 만들었다"며 "보험사 헬스케어 영역이 확장될 때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혁신(DX)은 최근 1년간 통합 작업에서 가장 역점을 둔 분야다. 성 사장은 경쟁사들이 기존 시스템을 개선하는 동안 신한라이프는 아예 새롭게 설계하면서 발 빠르게 DX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행정고시 33기로 공직에 입문한 성 사장은 금융당국에서 20년 넘게 보험 업무를 맡은 정책 전문가다. 공직을 떠나 법무법인 태평양 외국변호사와 보험개발원장을 지내고 2019년 신한생명 사장으로 선임됐다. 최근 2~3년간은 임직원·영업조직과 매일 소통하면서 통합 작업을 성공리에 마무리하는데 힘썼다.

임기 내 성과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회사를 경영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트남 시장 개척이 대표적이다. 신한라이프 베트남 법인은 현지 보험대리점(GA)과 제휴해 대면 채널을 강화하고, 젊은 고객층을 잡기 위해 디지털 채널을 키우며 빠르게 시장에 정착하고 있다. 성 사장은 "베트남에서 확실히 자리 잡은 신한은행·신한카드와 시너지를 내며 방카슈랑스 등 판매 채널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며 "베트남에서 성공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향후 추가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기회도 모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시행되는 IFRS17 등 새로운 회계 제도 준비도 선제적으로 마쳤다. 성 사장은 "지난 4년간 외형이나 단기 손익이 아닌 보험업의 본질적 가치 성장을 중심으로 경영관리 체계를 운영했다. 앞으로 계속 금리가 올라도 안정적인 자본 여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치 중심의 보험 영업관리와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체계에 기반한 자본관리 역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궁금해하는 영업조직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제판분리(제작과 판매 분리)를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고, 본사의 전속설계사와 GA를 모두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제로섬 게임을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요즘은 매일 아침 직원들과 일대일 미팅을 한다. 사내 변화를 주도할 19명을 선발해 혁신조직 '패스파인더'를 만들었고, 새로운 정체성과 비전을 실행할 BI 본부도 신설했다. 성 사장은 "보험사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고, 1 더하기 1은 2가 아닌 그 이상의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신한라이프가 보험업 혁신을 주도하는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혁신적인 헬스케어 서비스 연내 나온다…"멋진 미래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큰 보람"

관료 출신으로 4년간 신한라이프 이끌어
통합 마치고 새로운 퀀텀점프 준비
보험 경쟁력 키우고 새 먹거리 발굴

업무방식 간소화하고 새 문화 만들어
통합작업 함께 해준 임직원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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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규 사장은 `벤처정신`으로 헬스케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헬스케어 자회사 큐브온에서 연내 혁신적인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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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은 시스템과 인적 통합이라는 큰 숙제를 끝내고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업계에서는 비슷한 규모의 두 회사를 하나로 만드는 작업을 1년여 만에 끝낸 것을 두고 대단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성 사장 본인은 이번 통합작업에 90점을 줬다. 10점의 여지를 둔 것은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더 열심히 찾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다.

30년 넘게 다른 문화에서 성장해온 두 회사(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통합하는 것은 지난한 작업이었다. 성 사장은 "어려움에 부딪치면 회피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택했다. 두 회사의 조직문화를 적당히 섞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신한라이프만의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면서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하고 양사가 가졌던 장점을 최대한 살리자는 목표를 잡았고, 직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공감대를 만드는 데 힘썼다. 힘든 여정을 함께 해준 임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두 회사 중 어느 한 쪽이 아닌 전혀 다른 새로운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로 만들기 위해 '5무 2중(학연, 지연, 성별, 나이, 출신 회사를 따지지 않고 역량과 성과를 중시한다)'을 내건 인사를 시행하고, 일하는 방식도 확 바꿨다. 신한라이프 직원들은 '포텐'이라고 부른다. 공정성, 개방성, 협업, 유연성, 민첩성, Flat형, 목표지향성, Light형, 통합매너1(다양성 인정), 통합매너2(발전적 토론) 등 총 10가지로 구성됐다. 종이문서 출력없이 파일로 전송하고, 회의 때에도 발표 없이 토론 위주로 진행하는 등 간소화해 업무 효율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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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규 사장은 인터뷰 내내 장기 비전을 강조했다.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큰 그림을 보고 의사결정을 하는 습관은 그가 관료, 공공기관 수장, 보험사 사장까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승승장구해온 비결로 꼽힌다.


성 사장은 인터뷰 내내 보험업계의 위기론을 언급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몇 년 안가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다. 그는 "보험은 한 번 연을 맺으면 고객과 평생을 함께하는 서비스다. 모든 요소들을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고객들에게 안정적인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가장 중요하고 잘 해야 하는 것은 생명보험사 본연의 업무다. 디지털과 헬스케어 등의 신사업 분야는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면서, 보험영업에서 가치를 키우겠다고 성 사장은 강조했다.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자회사 신한큐브온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고, 연내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관료 출신 외부인사이면서도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4년간 신한라이프를 이끌었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잇달아 성공한 비결로 성 사장은 '무엇을 하든 일을 회피한 적이 없는 스타일'을 꼽았다. 그는 "일을 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실행에 옮기는 것에서 가장 큰 만족을 느낀다"면서 "공무원 시절 입안하고 법으로 제정되는 것에서 굉장히 큰 보람을 느꼈다. 보험개발원 시절에도 일상적인 일만 하기보다 회원사를 제대로 도와주길 바랐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프로젝트 등을 통해 결국엔 손보사가 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도 이익을 보게 되었다"고 했다.

2019년 당시 신한생명 사장으로 와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추진했다. 디지털팀을 강화해 빅데이터 사업을 시작했고, 업무와 업무프로세스를 디지털화했다. 작년 7월 업계최초로 상속증여연구소를 개소했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해 자산가는 물론 대중부유층 고객에게까지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성 사장은 다독가이자 박학다식한 CEO로 유명하다. 관행으로 이어져 온 것들을 새로운 아이디어로 바꾸는 것을 좋아하고, 상대의 관심사에 맞춰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대화를 이끈다. 성 사장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나 파이낸셜타임스(FT) 심층분석기사 등 해외 트렌드에서 인사이트를 얻는다. 이번 통합과정에서도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현장에 찾아가고 직원들과 몇 시간이고 대화하며 문제를 풀었다"고 말했다.

밤잠 설쳐가며 몰두했던 큰 숙제가 끝났지만 그는 여전히 바쁘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미뤄왔던 영업 현장방문과 임직원과의 대면 소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성 사장은 "보험 본연의 가치를 키우기 위해 BI(비즈니스 혁신)본부를 만들고 영업 혁신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당장의 성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신한라이프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면 저로서는 가장 큰 보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성 사장은…

△1967년생 △능인고 △한양대 경제학, 동 대학원 경영학 석사, 미국 유타대 법학 박사 △33회 행정고시 합격, 재정경제부 보험제도과 서기관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재정금융관 △금융위원회 보험과·은행과 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법무법인 태평양 외국변호사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위원 △보험개발원 원장 △2019년 3월~신한라이프 사장

[신찬옥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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