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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북, 미 핵항모 기다린 듯 탄도미사일 발사···SLBM ‘추가 도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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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23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에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이 입항한 가운데 로널드 레이건함장 골드해머 대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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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5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지난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한달여 만이다. 미국 전략자산인 핵추진 항공모함이 남한에 들어와 한·미 연합 해상훈련을 실시하는 데 대한 무력시위로 해석된다. 정부는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북한 내 준비 동향을 포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추가 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오전 6시53분쯤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움직임이 군 당국에 포착됐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113일만이며, 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순항미사일 2발 발사 이후 39일만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다섯번째 미사일 발사다.

이날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비행거리 600여㎞, 고도 60여㎞, 속도는 약 마하5로 탐지됐다. 차량형 이동식발사대(TEL)에 실려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종말 단계에서 회피기동을 했고 일부 구간에서 ‘풀업’(상하기동)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원으로 보면 이번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과 유사하다. 군 당국도 북한판 이스칸데르에 무게를 두고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정보당국은 세부적인 제원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최근 북한의 전반적인 활동을 볼 때 김정은이 지시한 국방력 강화 일환으로, 긴 일정 속에서 이뤄지는 시험 발사나 무기 개발 과정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사 장소인 평안북도 태천엔 우라늄 정련시설과 200㎿ 원자력 발전소 1기가 있다. 이번 발사를 두고 핵 관련 활동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군 당국은 발사 장소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북한의 이번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의식한 무력시위 성격으로 풀이된다.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76)과 유도미사일순양함 챈슬러스빌함(CG 62), 이지스구축함 배리함(DDG 52) 등으로 구성된 미 항모강습단은 지난 23일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했다. 미 항모강습단은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동해에서 남한 해군과 연합해상훈련을 펼친다. 다만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지대지 탄도미사일로 항모 등 해상 표적을 타격하는 수단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 핵항공모함의 한반도 전개 등 한·미 확장억제력을 탐색하며 SLBM 발사와 7차 핵실험의 길을 닦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KN-23은 실전배치된 미사일이기에 전술 목표가 있는 발사로 보인다”며 “2017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전개되는 미국 전략자산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 항공모함의 방한은 2018년 10월 제주에서 열린 해군 국제관함식 이후 4년만이며, 훈련 목적의 방한은 2017년 10월 이후 5년만이다.

한·미와 강 대 강 대립을 강화해온 북한이 이번 연합해상훈련 기간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군 당국은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SLBM 발사 준비 동향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공군 1호기 내에서 국가안보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며 SLBM 등 북한 도발 징후와 동태를 파악했다고 대통령실이 전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착한 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NSC 상임위원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 행위라며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 특히 북한이 지난 8일 핵무기 선제사용을 천명한 핵무력정책 법제화 발표 이후 첫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주목하고, 미국 및 우방국들과 공조를 바탕으로 적극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대통령실은 “회의 참석자들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과 함께 오는 26~29일 실시되는 한·미 연합 해상훈련을 통해 북한의 어떠한 형태의 미사일 도발도 무력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연합방위 능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승겸 합참의장은 이날 미사일 발사 직후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과 화상 공조회의를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재확인했다고 합참이 전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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