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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왕이 중 외교부장 “대만 통일 방해하면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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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연설서 “내정간섭 반대” 천명

미국 겨냥 “진영 대항·집단 따돌림 반대”

펠로시 대만 방문 후 블링컨 국무 첫 대면

경향신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4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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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4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통일을 가로막는 시도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뭉개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진영 대항과 이데올로기적 선 긋기, 집단 따돌림 등에 반대한다며 동맹을 결집해 대중 포위망을 강화하는 미국을 정면 겨냥했다. 왕 부장은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서도 대만 독립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대중국 압박 정책을 바꾸라고 요구했다.

왕 부장은 이날 연설에서 “대만은 예로부터 중국 영토였고 본토와 대만이 하나의 중국에 속한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변한 적이 없다”며 “조국 통일을 추구하는 모든 중화 자녀들의 노력은 멈추지 않고 있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이자 국제사회의 공통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완전한 통일을 실현해야만 대만해협이 진정 항구적인 평화를 맞이할 수 있다”며 “중국 내정에 간섭하려는 시도는 반드시 중국 인민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며 통일 대업을 가로막는 시도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뭉개질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현재 국제정세와 관련해서는 평화, 발전, 개방, 협력, 단결, 공평이라는 6가지 주장을 내세웠다. 그는 “보호주의는 자승자박이고 공급망 단절은 남에게 손해를 입히고 자신도 해친다”며 “생산 요소의 자유로운 흐름을 가로막는 울타리와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집단 정치를 배척하고 진영 대항에 반대해야 한다”며 “제도적 차이가 분열을 조장하는 이유가 돼선 안 되고 민주와 인권은 더더욱 정치화, 도구화, 무기화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상에 남보다 한 수 위인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걸핏하면 실력 있는 지위로 다른 주권 국가를 집단 따돌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연설 내용 상당 부분은 사실상 중국을 반도체 등 공급망에서 배제하고 동맹을 규합해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려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었다.

왕 부장은 전날에는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나 대만 문제와 현재 미·중 관계에 대해 보다 직접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며 중국의 내정으로 미국이 간섭할 권리가 없다”며 “미국은 말끔히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천명하고 각종 대만 독립 분열 활동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미국이 대중 인식을 바로잡고 억압과 억제 중심의 대중 정책을 바로잡길 바란다”면서 “항상 중국 발전을 저지하려 하고 툭하면 일방적인 횡포를 부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오랜 하나의 중국 정책에 따라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는 지역 및 세계 안보와 번영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미 국무부는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특히 긴장된 시기에 양국 간 열린 소통을 유지하고 양국 관계를 책임있게 관리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미국은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중국과의 협력에 여전히 열려 있다”말했다고 국무부는 밝혔다. 미국 측은 보다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만 문제가 이번 회담의 초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대만 방문 이후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방어’ 발언까지 더해져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양측이 대만 문제 등에 대한 서로의 입장과 요구를 확인하고 충돌을 방지하는 것이 이번 회담의 주된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를 통해 오는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양국 정상의 첫 대면 회담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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