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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세무사 직무 채권 소멸시효 10년"...대법원 첫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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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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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는 세무사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 등에 적용되는 '3년 단기 소멸시효'가 아닌 '10년의 일반 채권 및 재산권의 소멸시효'를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다만, 세무사는 상인도 아니기 때문에 상법상 '상인'에게 보장되는 5년의 소멸시효도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풀빌라 소유주 A씨가 "세무사 B씨의 용역비 강제 집행을 막아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호텔업주 C씨 제안으로 관광지 풀빌라를 사들인 뒤 2014년 2월부터 C씨에게 빌라를 임대하면서 운영과 관련된 업무를 위임했다. C씨는 A씨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풀빌라 운영을 하면서 A씨에게 임대료를 줬다.

또 A씨에게서 받은 공인인증서 등을 이용해 A씨 대신 풀빌라 관련 세금 신고 업무도 했다. C씨는 2015년 5월 세무사인 B씨에게 해당 빌라를 포함해 자신이 숙박업을 운영하는 빌라 6채에 대한 세금 신고 업무를 맡겼다.

이에 B씨는 A씨를 위해 2014년도부터 2016년도 종합소득세 등을 신고했다. B씨는 A씨에게 세무대리 업무에 대한 용역비를 청구했고 429만원을 받아낼 수 있다는 법원 명령도 얻어냈다. A씨는 법원의 지급명령에 따른 강제집행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2020년 소송을 제기했다.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의 소멸시효는 몇 년일까.

1심은 A씨가 B씨와 세무대리 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용역비를 줄 수 없다고 했다. 반면 2심은 두 사람 사이에 세무대리 계약이 체결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은 '변호사·변리사·공증인·공인회계사·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이 3년이 지나면 소멸한다고 정한 민법 163조를 유추 적용해 A씨는 청구액 429만원 중 44만원만 B씨에게 주면 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세무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이 3년인 것과의 균형상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도 민법 제163조 제5호를 유추 적용해 3년으로 봐야 한다"며 "용역비 채권 중 2016년도 종합소득세 관련 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에 대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세무사의 직무 대가는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아니라 10년의 일반 소멸시효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처음으로 판단한 것이다. A씨는 청구액 429만원을 전부 받을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은 "민법 제163조 제5호에서 정하고 있는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에만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며 "세무사와 같이 그들의 직무와 유사한 직무를 수행하는 다른 자격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163조 제5호가 유추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법상 '상인'에게 보장되는 5년의 소멸시효도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고 있는 세무사법의 규정에 비춰 보면 세무사의 활동은 상인의 영업활동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세무사 직무와 관련해 형성된 법률관계에 대해 상인의 영업활동 및 그로 인해 형성된 법률관계와 동일하게 상법을 적용할 특별한 사회경제적 필요·요청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세무사를 상법상 상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은 민법 162조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올해 6월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요구된다"며 의사 역시 상법상 '상인'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아주경제=장한지 기자 hanzy020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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