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김밥보다 싼 '1000원 학식'…우리 학교는 왜 안 되나요?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정부·학교가 각각 1000원, 1500원씩 부담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전국 330개 대학 중 시행 학교 10%도 안 돼, "예산 확대 필요성, 아침 뿐 아니라 점심까지 확대해야"]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서 대상을 수상한 인천대학교의 아침밥 식단./사진=인천대학교

"순천향대 다니는 친구가 아침밥을 1000원에 먹는다는데…부럽더라고요."

서울 H대에 다니는 대학생 이아연씨(22, 가명)의 말이다. 그는 평소 아침 밥으론 삼각 김밥을 자주 먹는다고 했다. 시간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씨는 점심도 편의점에서 자주 때운다. 커피도 1500원 이하로, 아주 피곤할 때만 먹는다고 했다. 이씨는 "대부분 대학생들이 그렇겠지만, 어쩔 수 없이 소비해야 하는 식비가 항상 큰 부담"이라고 했다. 이씨는 "우리 대학도 1000원짜리 학식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친구를 부러워했다.

서울대·고려대 등 대학가 학생 식당(이하 학식)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며 학생들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에 따르면, 최근 고려대와 한국외대 등 다수 대학이 물가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을 500~1000원 올렸다. 홍익대와 경인교대 등도 인상 논의 중이다. 지난 4월 가격을 올린 서울대 학식은 비싸게는 7000원까지 받고 있다. '학식 = 착한 가격'이란 공식이 무너지며 학생들 부담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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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1000원의 아침밥'이 가능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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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이라 정부와 학교가 함께 시행 중인 '천원의 아침밥'이 새삼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천원의 아침밥'은 아침 결식률이 높은 학생들을 위해 시작됐다. 쌀 소비를 진작시키려는 목적도 있었다. 2017년 시범 사업을 거쳐 2019년부터 본격 시행됐다. 혜택 목표 인원도 8000여명에서 올해 51만명으로 늘었다.

1000원짜리 학식이 어떻게 가능하게 된 걸까. 예컨대, 아침밥 가격이 3500원이면, 농림축산식품부(사업 주관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하 농정원))가 1000원, 학교가 1500원을 부담하는 식이다. 그러니 학생은 1000원만 내고도 아침밥을 먹을 수 있게 된다.

학생들 만족도도 높다. '천원의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성균관대 대학생 김지현씨(20, 가명)는 "아침밥을 안 먹다가 1000원이면 삼각김밥보다도 싸고, 가격 부담이 없어서 먹기 시작했다"며 "식단도 좋고, 확실히 아침을 먹으니 하루 시작에 힘이 나더라"라고 했다. 배화여대 대학생 최승연씨(21, 가명)도 "아침을 원래 먹는 편이어서, 저렴한 가격에 밥을 먹으니 너무 만족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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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30개 대학 중 10%도 안 돼…"우리 학교도 1000원 아침밥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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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전국 330개 대학 중 시행하는 곳이 10%도 안 된다. 참여 학교를 늘리려 해도 예산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참여한 학교 학생들만, 저렴한 가격에 학식을 먹게 됐다. 이에 참여하지 못한 학교 학생들도 1000원짜리 아침밥을 먹을 수 있게 해달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Y대에 다니는 송주연씨(22, 가명)는 "어떤 대학에 다닌다는 이유로 저렴한 아침밥을 먹고, 그렇지 못한 일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며 "대다수 대학생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은데, 아침밥 사업을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민지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인권연대국장은 지난 7일 열린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기자회견에서 "그러나 비싼 등록금, 생활비 등을 직접 마련하는 많은 대학생들에게 500원 비싸진, 앞자리 숫자가 바뀐 학식이 주는 부담은 정말 크게 다가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학과 정부는 학식 가격 인하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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