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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업종 중 해운만 ‘파란불’…환율 전망 연초보다 89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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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좁혀졌던 한·미 간의 금리 격차가 다시 벌어지게 됐다. 22일 달러·원 환율은 1400원을 돌파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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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웃돌면서 경영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가파른 환율 급등세(원화 가치 급락)에 경기 불황까지 겹쳐 눈앞의 고환율 수혜에도 웃지 못하고, 장기 경영 불확실성을 걱정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주요 10대 업종의 고환율 영향을 분석했더니 유일하게 해운업에만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수출 비중이 높은 데다 주로 달러로 거래하는 덕분이다. 하지만 업계는 연료비 등 비용 증가와 경기 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 가능성 등을 우려했다.

자동차·반도체·석유화학 업종은 수출 비중이 커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환율 급등이 장기화하면 수입하는 원자재 비용도 함께 늘어 웃을 수만 없는 처지다. 조선업 역시 해외 수주량이 많아 긍정적이지만 계약 이후 환율이 상승하면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판매가를 높이기 어렵다는 부정적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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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경연은 건설업의 경우 건설 자재 수입 가격이 늘어 생산비가 오를 전망이지만 해외 건설 비중이 크면 환차익 수혜를 입는 등 개별 기업 별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유통업 역시 제품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소비 심리 위축은 부정적이다.

정유·철강·항공업은 고환율에 따른 부정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정유업은 원유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는 데다 외화 부채가 많아 환차손이 늘어날 수 있다. 철강 업계 역시 업종 특성상 원재료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탓에 환율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다만 철강 업계 관계자는 “수출 비중에 따라 영향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반도체·조선도 마냥 웃지 못해



항공업계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항공기를 구매로 외화 부채 규모가 큰 데다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 등을 달러로 지급해야 한다. 대한항공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순외화 부채는 35억 달러(4조9805억원)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장부상 35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높은 환율에 따른 해외여행 수요 위축도 예상된다.

이상호 한경연 경제조사팀장은 “환율이 올라가면 가격 경쟁력 높아져 기업 경영 지표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는데 현재는 전반적 글로벌 통화 약세로 효과가 상쇄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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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로 항공업계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의 대한항공 여객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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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원달러 환율 1434.2원 예측도



앞서 전경련은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환율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최고가 평균이 1422.7원이었다고 밝혔다. 센터장 10명 중 6명 이상(66.7%)이 ‘원자재 가격 상승 등 환율로 인한 비용 부담이 수출 증가를 상쇄할 것’이라고 봤다. ‘수출 증가 및 이익 증가에 도움 된다’는 응답 비율은 6.7%에 그쳤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역시 다음 달 한국은행이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는다면 원달러 환율이 1434.2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들의 체감 환율 역시 올 초와 비교해 큰 폭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전경련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26일~9월 13일 매출 500대 기업 중 제조업 수출 기업 105개 회사를 조사한 결과 올해 연평균 예상 환율은 1303원이었다. 올해 초 기업들이 사업 계획을 세울 당시 전망한 수준(1214원)보다 89원 높아졌다. 1300원 이상으로 전망한 기업 비율은 올 초 8.6%에서 현재 60.8%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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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연평균 기준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은 적은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1395원) 이후 없었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붕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1220원대였다.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144원이다. 지난 5월께 민간 연구소들은 올해 연평균 환율을 1220원대로 예상했지만 현시점 기업들의 체감 환율은 이보다 높은 셈이다.

응답 기업의 45.8%는 높아진 환율 전망치를 적용하면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경련 측은 환율 상승으로 매출이 늘더라도 원자재 수입 단가, 물류비 등이 늘어 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응답 기업의 31.1%는 인건비 등 비용 감축, 수출입 단가나 물량 조정, 환 헤지(환율 변동 위험 회피) 등으로 환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고 답한 기업도 11.4%에 달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현재 환율 수준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본 여건)을 고려했을 때 과도한 측면이 있어 통화 스와프(맞교환)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 외환시장 안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 1350원 정도는 여러 여건을 반영하는 수준이고, 1400원 이상은 오버슈팅(폭등)”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응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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