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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그것이 알고 싶다' 3년 전 실종된 36세 딸…가출 후 수상한 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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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머니투데이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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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김규리 실종 사건의 의문점을 조사했다.

2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고발과 증발 - 마지막 통화 미스터리'라는 부제로 실종된 김규리 씨의 행적을 추적했다.

김규리 씨의 어머니는 "우리 딸이 여기에 있다고 해서 왔다"며 한 고시텔에서 눈물을 쏟으며 딸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건강보험고지서가 40개월 이상 체납된 흔적만 남은 곳에는 딸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어머니는 "여기는 우리 딸이 있었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김규리 씨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란 뒤 미술을 전공하며 대학원까지 졸업한 재원으로 미술관에서 전시기획 업무를 맡아서 해왔다.

김씨는 2017년부터 조금씩 변했다. 말 없이 귀가 시간이 늦어졌고 자신을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러다 김씨는 2017년 11월 "성인이 되어서 내가 마음대로 결정할 것이 없다는 게 화가 난다"는 문자를 남기고 신분증, 통장을 모두 챙긴 뒤 가출했다.

김규리 씨의 가족들은 "돈이 없을까봐 걱정이 되어서 현금을 입금했다. 그랬더니 계좌를 전부 해지했더라. 1억 정도가 인출된 뒤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가족에 15억 피해 보상 요구한 김규리 씨와 동행한 남자 홍씨

가족들은 김규리 씨에게 "서울과 강원도에서 지내고 있다"는 문자를 받았지만 김씨의 휴대폰은 부산에 머물렀음을 증명했다.

김씨의 위치를 추적하자 집에서 멀지 않은 기장군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던 것. 이에 가족들은 가출 전 규리 씨가 교제하다 헤어졌던 남자 홍씨가 기장에 살고 있다며 그를 떠올렸다.

제작진은 홍씨와 연락을 취했으나 그는 김씨와는 연락이 끊어졌다며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홍씨는 "김씨를 괴롭힌 건 가족인데 왜 나한테 이러는지 모르겠다. (김씨가) 가족들 때문에 힘들어서 고소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김씨가 가족들을 고소한 흔적도 남아있었다. 어머니는 5개월 만에 만난 딸이 완전히 변한 모습을 했다고 설명했다.

5개월 만에 연락을 해온 김씨는 "부모에게 비교 당하고 정서적 학대를 당했으며 의사인 아버지가 허위 신고로 불법 수령을 했다"며 피해 보상을 원했다고. 가족들은 김씨가 고소를 통해 15억을 보상해달라고 강조했다고 했다.

이후로도 김씨는 가족들을 상대로 고소와 소송을 제기했고, 이는 대부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김씨는 경찰서에서 가족들과 만났을 때도, 실종 두 달 전인 2018년 11월 '궁금한 이야기 Y'와 진행한 인터뷰에도 홍씨와 동행했다.

김씨는 인터뷰 내내 "친모와 친부에게 학대 받았다. 가정폭력 때문에 무서워서 지인과 동행했다"고 말했고, 홍씨는 인터뷰 전후 김씨에게 "그 이야기도 말씀 드려라", "친모가 잔머리가 비상하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이끌었다.

영상을 확인한 전문가들은 "자의로 말하는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규리 씨가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은 물론, 학대 경험을 털어놓다가 눈물을 흘리는데 그 직후 바로 웃음을 보이는 것은 작위적인 행동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씨는 김씨가 병원을 찾았을 때도 남편이라며 함께 동행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김씨의 통장 내역에도 홍씨에게 수천만원이 이체된 흔적이 남아있었다.

김씨가 실종 되기 전 마지막 금융거래는 2019년 1월 홍씨에게 210만원을 입금하고 5일 후 80만 원을 고시텔에 보낸 것이었고, 마지막 생존 반응은 2019년 1월 21일 이모에게 연락처를 바꿀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거였다.

홍씨는 사건에 대해 모른다고 강조했지만 김씨가 가출 전 인출한 1억원, 그리고 가출 후 대출받은 것까지 홍씨의 계좌로 들어갔고, 홍씨의 카드로 이민가방이라 불리는 커다란 여행 가방 3개를 구매한 흔적도 포착됐다.

그러나 홍씨는 김씨의 부탁으로 자신의 빌라 802호에 머물게 했을 뿐 동거한 적이 없고, 현금을 맡아주는 대신 자신의 신용카드를 빌려줬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가방 역시 김씨가 구매한 것이며, 마지막 통화 내용 역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김규리 씨의 마지막 생존 반응, 수상한 통화 패턴

김씨가 실종 되기 전 통화 패턴도 의문점이 많았다.

김씨는 1분 내외의 짧은 통화만 했고, 대부분의 연락이 문자로 이뤄져 경찰 측은 이것이 실제 김씨의 통화 내역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1분 이상의 발신 내역은 홍씨와의 통화 뿐인 것으로 밝혀졌다.

마지막 생존 반응을 보였던 2019년 1월에는 그가 머물고 있었던 기장이 아닌 부산 해운대구에서 발신 기록이 있었다.

이에 전문가는 "의도적으로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함이거나 제삼자가 중간에 개입해 자연스럽지 않은 통화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표창원 교수는 부모가 사는 곳인 해운대에 통화 발신지가 밀집된 것이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했다.

현재 경찰은 사망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상황.

전문가들은 "성인 실종에 대해서는 법이 없기 때문에 경찰에 책임과 의무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해외의 여러 사례를 들며 모든 실종은 위험한 실종으로 간주해 초기에 경찰력을 투입하고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족들은 "시신이든 흔적이든 찾았으면 한다"며 경찰청에 수사 재개를 요청했고, 이에 부산 지방 경찰청은 강력범죄 수사대에 이 사건을 배정해 처음부터 사건을 재검토하고 수사를 재개할 것을 결정했다.

이에 방송은 수사 진행에 따라 취재 내용 중 상당 부분을 방송하지 않았다고 알리며 여전히 김씨 실종에 대한 제보를 기다린다고 했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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