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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리 쇼크 한국경제 ‘3중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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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당초 예상보다 금리 인상 폭 키울 듯
가계·기업 소비·투자 위축 불가피


[주간경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파르다. 인플레이션(물가 오름세)이 진정될 때까지 긴축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못 박았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와 폭도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와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고’ 심화 우려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과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경기는 나빠지고 동시에 물가와 가계·기업의 부담은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 연준은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금리가 3.00~3.25%까지 올랐다. 시장에서는 8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8.3%)이 예상과 달리 높게 나왔다는 점에서 연준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성향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문제는 연준의 긴축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냐는 점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공개된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전망치는 4.4%로 6월(3.4%)보다 1%포인트 높아졌다. 내년 말 전망치는 3.8%에서 4.6%로 상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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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9월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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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0월 ‘빅스텝’ 가능성 커져

미국과 한국의 금리 격차는 더 커졌다. 지난 8월 25일 한국은행이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2.5%로 같아졌지만,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격차가 0.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한은 금통위는 10월, 11월 2차례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당초 예상한 수준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8월 금리 결정 직후 “당분간 0.25%포인트씩 인상하겠다는 것이 기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직후엔 “0.25%포인트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10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총재는 또 “환율이 물가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이를 잡기 위해 어떤 정책을 해야 하는지가 (한은의) 큰 의무”라고도 했다.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 자금유출 압력이 커지고 원화 약세 흐름이 심화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현재 1400원 안팎인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조만간 1450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내년까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8월 25일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 의사록에서 한 위원은 “물가상승률이 올해 하반기 정점을 보이더라도, 둔화 속도가 완만하고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현재의 전망경로가 유지된다면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은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여서 당장은 환율과 주가 등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의 경우도 한국 경제가 위태로워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이 가파르다 보니 유동성을 먼저 확보하자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원·달러 환율과 물가 방어를 위해 통화당국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점에서 경기 침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는 결국 기업들의 실적 하락으로 이어져 주식시장이 추가로 조정받을 여지가 크고, 다시 위험자산 회피와 달러 자산 선호로 이어져 또다시 환율을 상승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했다.

경기 둔화와 함께 국내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질 공산이 크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5.7%다. 당국은 10월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원화 가치 하락이 지속될수록 수입물가 상승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경기 침체 등 우려에도 한은이 금리 인상폭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은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9월 19일 ‘최근 금리 인상의 영향과 기업의 대응 실태 조사(국내 제조기업 307사 대상)’ 결과 보고서에서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기업이 61.2%(어려움 매우 많다 26.7%·어려움 많다 34.5%)에 달했다고 밝혔다. 보통이라는 응답 비율은 26.1%, 어려움이 없다는 비율은 12.7%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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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9월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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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당국, ‘경제주체 부담 완화’ 확대해야


특히 부채 위험을 확산시킬 여지가 크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를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모두 1757조9000억원이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때마다 산술적으로 가계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3조4455억원 늘어난다. 한은은 9월 22일 금통위 정기회의(금융안정회의)에서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한 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우리나라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이 주요국 대비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등 주택가격이 고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을 높이고 주택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주식시장 역시 금리 인상에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 올해 말과 내년 초 더 나빠질 수 있다.

위기가 고조된 상황인 만큼 재정당국이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재정당국이 내년 예산안을 편성한 터라 전면적인 지출 확대는 어렵겠지만,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예상되는 취약차주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 정책자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 재정당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를 보면, 미국의 경우 정부가 역할을 하면서 증세를 하는 반면 우리는 지출을 줄이면서 감세를 한다. 우리가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름 역량을 집중하고 있긴 하나 재정 긴축으로 기조를 잡으면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 고물가 흐름은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적은) 공급 측 비용 상승이 직접적 요인이란 점에서 재정당국이 경제주체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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