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한방에 금리 1% 인상"…중국 러시아와 헤어질 결심한 이 나라 [신짜오 베트남]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신짜오 베트남-212]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연일 화두입니다. 연준은 지난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면서 3번 연속 자이언트스텝에 돌입했죠.

문제는 앞으로도 금리 인상 사이클이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점입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생각하지 않겠다"며 고강도 긴축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점도표에 찍힌 연준 생각을 읽어보면 연준 위원 19명 중 9명이 올해 말 기준금리가 4.25~4.5%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11월과 12월 두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열리는데 두 차례 회의에 걸쳐 금리가 1.25%포인트나 더 오른다는 얘기입니다. 위원 중 6명은 내년 최종 금리를 4.75~5.0%로 내다봤습니다. '내년엔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것'이란 시장의 일부 기대는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은행 금리 인상폭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매일경제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금리 추이를 보면 재미있는 게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모두 따라 올릴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며 '신냉전 시대'가 불거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세계가 블록화되어 있습니다. 중국은 러시아가 유럽행 가스관을 잠근 사이 천연가스 물량을 독점하다시피 하며 꿀을 빨았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8개월간 중국은 러시아에서 천연가스 23억9000만달러어치를 수입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수입액이 3배 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각국이 펼치는 금리 정책이 지금 보이는 신냉전 균열과 묘하게 맞닿아 있다는 점입니다. 러시아 기준금리는 지난 2월 연 20%를 정점으로 급격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4월 17%, 5월 11%를 거쳐 7월에는 연 8%로 내려갔고, 지난 16일에는 추가로 0.5%포인트를 인하해 7.5%가 된 상황입니다.

중국 역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꾸준히 인하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중국은 금리를 기존(3.70%) 대비 0.05%포인트 낮춘 3.65%로 내린 채 이를 유지하고 있죠. 중국은 본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선 상황이기 때문에 아마도 금리가 내려가면 내려갔지 올라가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을 축으로 한 블록이 금리를 인상하는 와중에 중국과 러시아는 정반대 행보를 걸으며 '마이웨이' 노선을 구축한 것입니다.

매일경제

베트남 호치민시 야경.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러시아와 함께 (명목상) 사회주의 체제를 이루며 역사적으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던 베트남의 행보에 그래서 관심이 쏠렸습니다. 나라를 불문하고 여력만 된다면 웬만하면 가파른 금리 인상은 피하고 싶을 것입니다. 코로나19가 남긴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국민 전체에게 긴축을 강요하고 시중에 도는 유동성을 줄여 살림을 팍팍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베트남의 선택은 과감했습니다. 그것도 한 번에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스텝이었습니다. 베트남중앙은행(SBV)은 지난 22일 정책금리를 최대 1%포인트 올렸습니다. 팜민찐 베트남 총리가 금리 인상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지 만 하루가 안 된 시점이었습니다. △1~6개월 정기예금금리 상한은 종전 연 4%에서 5%로 올라갔고 △시중은행에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인 재할인율(discount rate)은 2.5%에서 3.5%로 뛰었으며 △은행 간 하루짜리 금리인 오버나이트금리(overnight interbank rate) 역시 5%에서 6%로 인상됐습니다.

이번 금리 인상은 베트남 정부의 자발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하던 2020년 베트남은 미국에 의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조 바이든 정부 들어서 환율조작국 지정은 해제됐고 베트남은 예전처럼 통화바스켓을 기준으로 한 변동환율제로 환율을 운영하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베트남이 (명목상) 사회주의 체제를 공유하는 중국과 러시아에 붙어서 더 큰 이득을 볼거라 판단했다면 아마도 다른 선택을 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의 경제 성장 방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권 자본을 끌어들여 폭발적인 과실을 따먹겠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 중심의 경제 질서에 더 적극적으로 편입되는게 불가피했습니다. 이번에 한 번에 금리를 1%포인트 올린 것은 이 같은 판단이 바탕에 깔렸다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금리 측면에서 예외로 분류되는 국가가 있으니 그건 일본입니다. 일본은 여전히 금리를 마이너스로 유지하며 금리 인상을 병적으로 두려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 정부가 가진 막대한 규모의 국채 때문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국채가격이 떨어지는데, 워낙 정부가 들고 있는 국채가 많으니 금리 인상에 따른 정부 부실 악화를 견뎌내기 힘든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란 단어는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서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말로 취급받은 적이 있습니다. 미국이 양적완화(QE)로 돈을 풀어댔지만 디플레이션을 걱정했지, 인플레이션 걱정을 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게 없다더니 죽은 줄 알았던 인플레가 괴물이 되어서 전 세계를 집어삼키려 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내년, 내후년에도 이같은 기조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지금 '역발상 관점'에서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새삼 돌아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홍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