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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쫓아가 만난 기시다…대통령실은 무엇을 놓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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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도 나고 약도 올랐을 것이다.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이미 어느 정도 합의도 해 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일본에 대해 말이다. 문재인 정부 때 파탄 난 한일관계를 뒷수습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국내 여론은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고 상대방인 일본은 연일 해결책을 가져오라고 이른바 '갑질'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한일정상회담을 시쳇말로 '지르면' 일본도 따라올 수밖에 없고, 한국이 주도권을 쥐면서 일본에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는 모습도 국내에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난 15일 대통령실의 갑작스러운 한일정상회담 발표 배경을 유추해 봤다. 결과적으로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 중에 맞은 것은 양 정상이 만난 30분이라는 시간밖에 없다. 대통령실은 약식회담이라고 설명했지만 회담이라기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의 만남이었다. 2년 9개월 만에 한일 양국 정상이 만나는 의미 있는 자리에 국기도 없고 테이블 하나 없었다. 한국 정부는 15일 '흔쾌히 합의했다'는 발표 이후 일본이 반발하자 더 이상 아무 말도 못 하면서 '그러지 말고 만나달라'는 제스처만 보였고, 만남이 이뤄지기 전까지 뉴욕 현지에 간 한국 언론에게도 알리지 못한 채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를 행사장으로 찾아가 만났다. 일본 정부는 이를 두고 의제를 정하지 않고 양 정상이 의견을 간담이라고 표현했다.

대통령실이 놓친 2가지…자민당과 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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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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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라는 최고 권부에서 결정하면 행정부의 모든 부서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총리실이 결정하는 대로 부처가 움직이지 않는다. 이번 한일정상회담의 주체는 물론 총리실과 외무성이었겠지만 중간에는 자민당이라는 집권여당이 있다. 일본의 여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전폭적으로 뒷받침하는 한국의 여당과는 다르다. 자민당 내부의 여러 파벌이 자민당이라는 우산 아래 협조하면서 견제한다. 기시다 총리는 당 총재지만 자민당 내부에서 5번째 파벌이기 때문에 총리가 되었다고 자민당까지 장악한 것은 아닌 것이다. 때문에 관료들은 총리실의 눈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민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언제 총리가 자민당 다른 파벌로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민당 외교정책을 담당하는 자민당 외교부회는 한일 관계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참석에도 절대 총리가 참석해선 안 된다고 했고, 정책협의단 방일 당시에도 외무상 정도면 됐지 총리가 만나서는 안 된다는 자세였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 한일정상회담을 유엔총회에서 성시시켜 진정한 한일관계 개선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다면 총리실, 외무성만 대화 상대로 여겨선 안 되었다는 말이다. 총리실과 외무성은 기본으로 상대하되 자민당을 상대로도 이른바 네마와시(根回し, 사전교섭)를 충분히 했어야 했다. 한국의 일방적 정상회담 발표 뒤에 일본 언론은 "정해지지도 않은 것을 말하지 마라. 그렇다면 반대로 안 만나겠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며 기시다 총리의 발언을 보도했는데, 이 보도는 총리 측에서 자민당의 강경 세력에게 들으라고 알려준 것 아니겠는가.

또한 상대방이 있는 외교에서 보안은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다. 두 나라 정상이 만나는 최고 수준의 사안에 대한 보안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그 나라와 무슨 이야기를 하겠는가. 정상회담의 경우 양국이 공동으로 발표하는 외교 관례도 어겨가면서 상대국을 당혹하게 한 성급한 발표가 아예 이번 회담 자체를 무산시킬 뻔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본과의 외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각 나라마다 문화와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외교는 해당 국가에 맞춰 해나가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면서 "일본은 매우 예민한 나라여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한 내용을 뉴욕 도착 전까지도 알리지 않다가 양국 정상이 만나기 하루 전쯤 전격적으로 발표했다면 평가는 어땠을까. 최소 지금 같은 굴욕 외교, 외교 참사 같은 혹평은 쏟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곡절은 있었지만 한일 정상이 만나 양국 관계개선의 첫걸음을 뗐다는 등의 의미에만 집중하지 말고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외교 안보라인에 문제점이 없는지 확실하게 점검하고 다시는 이런 식의 아마추어식 외교는 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상진 기자(nj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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