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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日 지역소멸 대안 '고향납세제' 뭐길래..8조 끌어낸 성공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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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편집자주]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정부가 고육지책 중 하나로 찾은 고향사랑기부금제가 내년부터 본격 도입된다. 기부자는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받을 수 있고, 지방정부는 기부금을 모집해 지역재정을 늘릴 수 있다. 모집한 기부금은 지역 문화사업에 투자하거나 지역주민 복지 증진에 활용된다. 개인의 자발적 기부가 국가균형발전에 직접 보탬이 되는 길이 처음 열리는 셈이다. 시행 100일을 앞둔 고향사랑기부금제의 준비상황과 과제를 짚어본다.

[MT리포트]지방시대와 고향사랑기부금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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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역소멸 대안으로 제시한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했다. 우리보다 먼저 심각한 지역소멸을 경험한 일본은 지방정부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08년부터 고향납세제도를 시행했다. 이 제도는 기부자가 지방자치단체에 고향납세(기부)를 하면 기부액 가운데 2000엔이 넘는 금액에 대해 일정 상한까지 국세와 지방세에서 전액 공제해준다. 기부자는 일본 지역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국세가 아닌 지방세 공제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는데 일본의 경우 처음부터 지역간 경쟁을 유도한 측면이 있다.

일본도 제도가 자리를 잡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제도 시행 첫 해 기부금 수입 규모는 81억엔(약 820억원)에 그쳤고 2013년까지 6년간 비슷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세금공제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원스톱특례제도를 도입하면서 기부금 규모가 늘기 시작해 지난해 기부금 규모는 8320억엔(약 8조원)에 달했다. 지자체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고향납세 취지에 어긋나는 답례품이 쏟아지는 부작용 등을 겪긴 했지만 지금은 일본에서도 성공적인 제도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의 경우 우선 40여만개의 다양한 답례품이 기부자들의 주머니를 열었다. 지역들은 기부금 유치를 위해 특산품에만 머무르지 않고 빈집 관리대행이나 각종 체험 답례품을 앞다퉈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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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아이치현에서 거주하는 가족이 오이타현 동물원 원숭이의 이름을 지어주고 기념 행사를 갖고 있다./사진=오이타현 타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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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답례품들도 주목을 받았다. 오이타현 오이타시는 동물원에서 갓 태어난 새끼 원숭이들의 이름을 지어주는 권한을 답례품으로 제공했다. 어린이를 키우는 가정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는데 어린이들이 자신이 이름을 지어준 동물을 보러 가기 위해 부모와 함께 여러 차례 동물원을 방문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기증형 답례품도 고향납세제도의 흥행을 이끌었다. 기부자가 기부하면 해당 지자체는 지역내 도움이 필요한 육아가정 등에 답례품을 지원해준다. 야마가타현 나가이시는 비영리법인과 손잡고 아이가 태어난 가정에 육아용품 등이 들어간 베이비박스를 보내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자체가 육아에 대한 지원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면서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일본 전역의 가정으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은 사례로 꼽힌다.

도쿠시마현은 재해시 인명구조 활동을 하는 재해구조견, 병원에 입원한 환자 등을 만나는 테라피견 등을 키우는 훈련비용을 기부금으로 모집했는데 이 역시 기부금 활용의 모범 사례로 자주 소개된다. 이같은 활동이 유기견들의 도살처분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 등을 알리면서 많은 기부금을 모았다.

지역 특산품 경쟁력이 없는 지자체들은 특산품의 범위를 광역 단위로 넓히기도 했다. 예를 들어 고베 와규는 고베시 뿐만 아니라 효고현 전체의 특산품으로 정해졌다. 고베 지역에 한정하면 지역 내 다른 소도시의 답례품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서다. 인접한 지자체(시정촌)끼리 손을 잡고 공동 답례품을 개발한 사례도 있다. 시마네현 오다시와 미사토초는 호텔숙박권과 와인을 패키지로 제공하면서 경쟁력을 갖췄다.

인구 5000여명에 불과한 홋카이도 카미시호로정은 고향납세제도에서 가장 돋보이는 지자체다. 2020년 기부건수만 10만4020건(17억엔)에 달했다. 카미시호로정 인구 수의 20배 규모였다. 카미시호로정은 전체 지역 면적의 76%가 산림지역이지만 교육과 돌봄에 중점을 두고 지역만들기 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1만엔부터 30만엔까지 기부금액대별로 총 90개의 답례품을 준비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렇게 모집한 기부금으로 2016년부터 지역 내 어린이집 보육료 무료지원과 외국인 교사를 채용한 영어교육, 교직원 확대 등을 실현했다. 2014년 4884명까지 떨어졌던 인구는 2018년 다시 5000명을 넘어섰다.

일본 고향납세제도의 안착 비결은 기부금의 사용처를 다양하고 세심하게 설정해 사업의 취지와 목적을 분명하게 알렸다는 점이다. 지역별로 사업의 취지를 알기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한 결과가 성공적인 고향납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기부가 일시적 이벤트에 머무르지 않도록 지자체가 기부자한테서 수시로 필요한 의견을 듣고, 각종 행사와 교류 등을 이어나간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다.

이나가키 히데아키 일본자치체국제화협회 서울사무소 차장은 "기부금의 목적을 확실히 알려 기부하는 쪽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지속적인 연결을 구축해 교류인구를 늘리고 더 나아가 앞으로의 이주까지 연결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명 기자 charm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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