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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9900만원 왜 안 줘" 신부가 결혼식 거부…'미친 지참금' 中정부 나섰다[김지산의 '군맹무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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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편집자주] 군맹무상(群盲撫象). 장님들이 코끼리를 더듬고는 나름대로 판단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잘 보이지 않고, 보여도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중국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그려보는 코너입니다.

머니투데이

결혼식날 현금으로 오간 차이리 더미/사진=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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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농업농촌부와 공산당 조직부 등 8개 부서가 최근 '고가의 결혼지참금 등 농촌풍속 개혁 업무방안'을 발표했다. 공무원들에게 농촌에서 벌어지는 과도한 '차이리(彩禮, 신부 가족에게 주는 지참금)'가 오가지 못하도록 관리하라고 규정했다.

마을 규약을 개정해 결혼과 장례 등 각종 경조사에서 낭비를 막으라는 주문도 있었다. 중국 농촌에서 차이리는 악명 높다. 신랑 가정에서 감당하기가 너무 벅찬 수준이어서다.

텅쉰뉴스가 2020년 기준 지역별 차이리 시세를 조사한 결과다. 1위 저장성(18만3000위안, 약 3635만원), 2위 헤이룽장성(15만2000위안), 3위 푸젠성(13만1000위안), 4위 장시성(11만2000위안), 5위 내몽골자치구(11만위안) 등이었다. 하이난(1만1000위안)이나 지린성(2만8000위안) 같은 곳은 상대적으로 차이리 부담이 덜한 곳이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은 6만3000위안, 7만2000위안으로 시골에 비해 낮았다.

대도시 거주민일수록 소득이 높고 주택 보유자라면 보유 자산이 농촌에 비해 월등히 높은 데다 생활 수준도 윤택해 신붓감 구하는 게 농촌보다 원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의 1인당 평균 가처분소득이 1만위안대 중반인 것을 고려하면 농촌에서 차이리는 곧 남자 부모의 '등골 브레이커'다. 평균 가처분 소득이라는 게 도시를 포함한 것이어서 대다수 농촌 주민들 소득은 1만위안에도 미치지 못한다.

농촌에서 아들 가진 집들의 차이리 부담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올 2월 결혼식장에 도착했지만 차이리가 입금되지 않았다며 차에서 내리지 않는 신부가 소셜미디어에 등장하기까지 했다. 겨우겨우 돈을 마련한 신랑 아버지는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신부 가족이 요구한 차이리와 예물은 모두 50만위안(약 9900만원)에 달했다.

20대 여성이 남성 두 명에게 끌려가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이 남자들은 여성의 가족이었다. 신랑이 차이리 50만위안을 준비하지 않았다며 딸을 끌고 가는 장면이었다.

차이리가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재산상 부담 또는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보니 반환 관련 법도 있다. 최고인민법원에서 2020년 말 채택되고 2021년부터 시행된 관련 법을 보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혼인신고를 했지만 같이 살지 않은 경우 △차이리 때문에 신랑쪽 집안의 생계가 위협받을 경우는 차이리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단, 두 번째와 세 번째 사례는 이혼을 전제로 했다.

뿌리 깊은 차이리 문화에 중국 정부가 개입하고 나선 건 차이리가 결혼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결국 인구 감소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는 돈이 없는 남자가 감히 여자 얻기를 포기해 출산율이 낮다는 전제가 깔렸다. 마치 여자들은 결혼을 하고 싶은데 차이리 관습 때문에 사랑하는 남자가 그녀와 결혼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차이리 시세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결혼이 원활해질까. 비정하게도 수요와 공급 논리를 적용하면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중국에서 죽을 때까지 평생 결혼을 한 번도 못하는 남성 수가 3500만명이다. 원인은 한 자녀 정책과 한 자녀 반 정책이다.

한 집에 한 명만 아이를 낳을 수 있다보니 성별 검사에서 여아로 판명되면 낙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주로 농촌에서 시행하던 한 자녀 반 정책은 첫째가 딸일 때 둘째까지 낳을 수 있게 해준 것이었다. 마지막 두 번째 기회마저 딸일 때 다수 부모들은 낙태를 선택했다. 2000년 인구 조사 결과 그 해 중국에서 첫째 아이 출생 성비(여자 100명당 남자 수)는 107.1명이었는데 둘째 성비는 151.9명이었다.

수요(남성)는 많은데 공급(여성)이 부족하니 차이리 가격이 계속 올라간다. 차이리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절해봐야 없던 신붓감이 생기지 않는다. 차이리를 잡는다 해도 또 다른 형태의 차이리는 개발되고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희소성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차이리는 철저히 경제적 논리에서 발생했다. 중국 문화인류학계는 중국 특유의 지참금 관습의 시작점을 공동 재산, 단체결혼이 행해지던 원시사회로 본다. 어머니는 분명하지만 아버지는 누군지 모르는 사회. 농업이 발달하자 남성이 생산의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여성은 자녀와 가족을 돌봤다. 권력이 있는 남성은 재산을 물려줄, 완전한 자기 자녀를 희망했고 그러려면 자기만 독점할 수 있는 여자가 필요했다. 자기 울타리 안에 여자를 귀속시키기 위해 권력남은 결국 여자쪽에 재산의 일부 또는 상당 부분을 넘겨야 했다.

차이리를 회피하면서 손쉬운 방법으로 신붓감을 구하는 이들도 있다. 방법은 인신매매다. 인신매매범들은 저개발국 여성들을 취업을 미끼로 납치한 뒤 중국 시골 노총각들에게 판다. 노총각들은 정상 차이리의 절반도 안되는 돈을 납치범들에게 주고 신붓감을 산다. 매년 중국으로 납치됐다가 탈출에 성공하는 캄보디아 여성들이 300명이 넘는다. 영영 탈출하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 여성 수는 이보다 월등히 높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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