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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영국발 쇼크에 글로벌 금융시장 요동”···“美 10년 국채 4% 간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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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영국발 쇼크에 글로벌 자산시장이 요동치면서 하락했습니다. 미 10년 물 국채금리가 이날 오전 일찍 한때 연 3.8%를 넘어서면서 아침부터 시장이 긴박하게 돌아갔는데요. 나스닥이 1.80%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72%, 1.62% 떨어졌습니다.

이날 3만 선이 붕괴한 다우는 연중 최저점으로 마감했고 S&P500은 장중 6월 저점을 하향 돌파했습니다. 시작은 영국 정부의 1972년대 이후 최대 감세안이었는데요. 파운드화가 폭락하고 국채금리가 폭등했죠. 유럽증시는 2%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유럽 PMI는 세 달 연속 50을 밑돌았죠(위축).

글로벌 금융시장도 흔들렸는데요. 달러화 급등에 금이 2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고 국제유가(WTI)도 5.69% 하락한 배럴당 78.7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미국도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죠. 오늘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채권시장과 주식 시장 전망을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서머스, “英 신흥국이 위기 빠지는 것처럼 행동”…“파운드화 1달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 긴급금리 인상 필요” 주장도
우선 시장 충격의 도화선이 된 영국 상황부터 살펴보죠. 경기침체를 눈앞에 둔 영국 정부는 이날 △법인세 25% 인상 계획 취소 19% 유지 △소득세 최고세율 45%→40% △첫 주택 구입자 부동산 거래세 하향 △관광객 세금환급 및 주류세 인상 폐지 등 2026~2027년까지 총 450억 파운드(약 497억 달러)에 달하는 감세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영국 가정 에너지 보조와 투자 인센티브 등이 있는데 감세안에 이것들을 모두 더하면 수년 간 169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에너지 보조만 6개월 간 663억 달러가량이 든다고 합니다. 감세는 수입 감소를 의미하고 보조금은 추가 지출을 뜻하니 영국 정부 입장에서는 1690억 달러를 어디선가 가져와야 하죠. 영국 정부는 이중 약 800억 달러는 차입으로 해결하겠다고 했는데요. 국채를 더 찍겠다는 겁니다.

그 결과 영국 국채금리가 폭등했지요. 이날 영국 10년 국채는 장중 3.841%까지 치솟았고 수년 만에 미 10년 물을 넘어서기도 했는데요. 독일 10년 만기 국채도 2011년 이후 처음으로 2%를 돌파했습니다. 영국 2년 물은 3.95%, 독일 2년 물은 2008년 이후 최고치였는데요. 폴 존슨 재정연구소(Institute for Fiscal Studies) 디렉터는 “영국이 이 정도 규모의 감세를 한지는 거의 반세기가 됐다”며 “시장이 겁을 먹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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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달아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한 것도 시장의 불안을 키웠는데요.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37년 만의 최저치로 급락했습니다. 파운드-달러 환율이 1.0861달러까지 하락했는데요. 1.10달러가 깨진 것은 1985년 이후 처음입니다. 조지 사라벨로스 도이치뱅크 외환 리서치 헤드는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며 “영란은행이 긴급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는데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영국의 감세안을 두고 “유감스럽지만 영국은 마치 신흥국이 스스로 가라앉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최악의 거시경제정책”이라고 혹평한 뒤 “파운드화가 달러화와 동등(parity)하게 될 수 있으며 결국 1달러 아래로 떨어진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이어 “주요 국가들은 강달러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이는 거시경제 운용을 까다롭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가 113을 돌파했습니다. 유로화 역시 한때 1유로당 0.966달러까지 밀렸는데요.

결국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렸듯 시장은 금리인상과 함께 경기침체에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예정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방침과 맞물려 나쁜 의미에서의 더 큰 상승 효과를 만들고 있는데요.

한쪽에서는 ‘미국 가파른 금리인상→주요국 금리인상→인플레 수출경쟁·글로벌 침체 가능성 증가’, 또 다른 쪽에서는 ‘영국·유럽 금융시장 동요 채권금리 급등→미 국채금리 상승→미국 등 주요국 증시하락’이라는 서로 물고 물리는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는 “전 세계적인 거시 혼란”이라고 설명했죠.



파월, “코로나19 이후 경제 뉴 노멀에 진입하고 있을 수 있어”···“연착륙이든 경착륙이든 연준 입장에서 더 큰 악은 인플레”

실제 이날 미국 시장이 영국발 쇼크에 흔들렸지요. 미 10년 물이 한때 3.82%까지 올랐고 2년도 4.2%를 웃돌면서 15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10년 만기 미 국채는 상대적으로 상황이 낫다는 판단에 수요가 몰리면서 3.6%대까지 내려왔지만 전체적으로 금리가 높아지는 국내 외 여건을 고려하면 더 상승할 수 있는데요.

달라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리처드 피셔는 미 경제 방송 CNBC에 “연준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용을 죽이기 위해 싸우고 있으며 하드랜딩(경착륙)이든 소프트랜딩(연착륙)이든 연준 입장에서 더 큰 악은 인플레이션”이라며 “강달러는 국채금리를 내리겠지만 나는 10년 물 국채가 곧(soon) 4%를 넘을 것이라고 보며 연말까지는 확실히 그럴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연준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명확한 설명인데요. 경기침체 공포에도 금리인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스리 쿠마르 글로벌 스트래티지스의 코말 스리 쿠마르는 “(국채금리는) 최고 수준 근처에도 못 갔다. 10년 물은 최소 4%를 넘을 것”이라며 “이것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금리상승)”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뉴 노멀(new normal)’에 진입하고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파월이 말하는 뉴 노멀은 사실상 고물가와 고금리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는 지난 8일 카토(CATO) 연구소 대담에서 “높은 물가가 일시적인가? 아니면 더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당장 알 수 없지만 확실히 의문”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이날 발언대로라면 저물가와 저금리 시대가 끝났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 것처럼 읽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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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와 고물가 지속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확실히 높입니다. 스티브 행크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광의통화(M2) 공급이 너무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며 양적긴축(QT)은 이를 더 가속화할 것”이라며 “미국의 침체 가능성은 50%보다 훨씬 높다. 80% 정도”라고 분석했는데요.

월가에서는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과도한 금리인상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져 있고 영국은, 경기를 부양하려는 영국 정부의 정책에 시장이 반대로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죠.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지난 24~48시간 동안의 시장 상황을 보면 정책 결정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연장선에서 정부의 재정확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는데요.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지만 물가가 너무 높은 게 문제라는 겁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 경제학과 교수는 “영국의 감세는 나쁜 생각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더 악화한다”고 지적했는데요. 이날 시장이 요동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겁니다.

CNBC의 9월 페드 서베이에서도 응답자의 80%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법안이 인플레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답했는데요. 래리 서머스 전 장관은 “미국의 긴축재정정책은 연준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으며 이는 다소 낮은 금리의 정책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며 달러에 대한 추가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고 했습니다.



“S&P 장중 6월 저점 하향 돌파 유동성 감소 나타나기 시작”···“인플레 떨어지고 금리 낮아질 때까지 변동성 지속”

이제 증시 상황을 보죠. 현재 시장의 불안감은 상당히 높습니다.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아트 캐신 UBS 객장 담당 디렉터는 “우리는 그동안 양적긴축(QT)에 대해 얘기해왔다”며 “크지는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대차대조표 축소가 나타나고 있으며 유동성의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골드만삭스는 이날 S&P500 전망치를 크게 낮췄습니다. 기존의 4300에서 3600으로 16% 넘게 하향 조정했는데요.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은 “대다수의 고객들이 하드랜딩 시나리오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경착륙 시나리오에서는 S&P500이 3150까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어메리카(BofA) 수석 투자전략가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경기침체의 충격이 끝나지 않았고 최근 몇 주 동안 채권가격 붕괴(금리 상승)는 주식의 저점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며 증시가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BofA에 따르면 지난 주 초부터 수요일까지 채권형 펀드에서 69억 달러, 주식형 펀드에서 78억 달러가 유출됐다고 하는데요. 국채 손실은 1920년대 이후 최대라고 합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마이클 아론은 “금리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기 시작하는 그림을 얻을 때까지 앞으로 더 많은 변동성이 예상된다”며 “연준이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점은 투자자들에게 불편하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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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변동성지수(VIX)도 한때 32.25까지 급등했었는데요. 로젠버그 리서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달러 강세가 거침이 없다”며 “기업 어닝을 의미있는 수준에서 끌어내릴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엘렌 하젠 F.L. 푸트남 자산운용의 최고 시장 전략가는 “다음 질문은 언제, 그리고 얼마나 2023년 어닝 추정치가 하락하느냐”라고 동의했는데요.

다만, 과매도 상황이라는 얘기가 일부에서 나오는데요. 사토리 펀드 설립자인 댄 나일스는 “이번 주 큰 폭의 하락이 시장을 (단기간에) 과매도 상태로 만들었다”며 “바닥으로 보는 S&P500의 3000선보다 높지만 또 다른 베어마켓 랠리가 올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단기적으로 인플레가 급격히 완화하면 올해 말까지 4300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고 했는데요. 실비아 자블론스키 데피앙스 ETFs 최고경영자(CEO)는 "장기 투자자들은 지금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고 권하기도 했습니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침체 우려가 확산하는 만큼 시장 일부에서는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주장이 나오는데요. 피터 부크바 브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 CIO는 “나는 유동성 문제를 걱정한다. 만약 국채시장에 유동성 문제가 생기면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통화정책에는 시차가 있는 만큼 인상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유동성 문제와 금융시장 발작은 세심히 지켜봐야 하지만 지금은 바로 ‘페드 풋(Fed Put)’을 기대할 수 있는 때가 아닙니다. 워런 버핏은 “썰물이 들어오면 누가 수영복을 입고 수영하는지, 누가 벌거벗고 수영하는지 알 수 있다”고 했는데요. 아트 캐신의 말처럼 썰물이 오고 있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어썸머니’ 채널에서 생방송합니다. 방송에서는 ‘3분 월스트리트’ 기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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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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