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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감에 기업인 100명 불러 망신주는 국회의원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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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되풀이되는 '기업인 망신 주기'가 올해도 재연될 조짐이다. 다음달 4일 시작되는 국감을 앞두고 국회 상임위원회마다 기업인을 증인으로 무더기 호출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기업인 150여 명을, 국토교통위는 100여 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한다. 일단 부르고 보자는 식의 구태가 반복되는 모양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는 국회 외교통일위와 산자위 증인 목록에 중복으로 올라가 있다고 한다. 칩4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묻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총수들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로 동분서주하고 있는 마당에 이들을 증인석에 세우는 게 그리 급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들은 매년 "정책 국감을 하겠다"고 공언해놓고 기업인들을 불러 호통치고 망신 주기 일쑤였다. 국감에 불려 나오는 기업인은 해마다 늘고 있다. 17대 국회에서 기업인 증인은 연평균 52명이었지만 18대 77명, 19대 125명, 20대 159명으로 증가했다. 여야가 경쟁하듯 기업인을 부르고 있어 올해는 역대 최고가 될 수도 있다. 이러니 '국정 감사'가 아니고 '기업인 감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기업인이라고 해서 국감에 부르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기업인을 호출하는 갑질이 대부분이었다. 증인에서 빼주는 조건으로 민원 해결을 요구하는 적폐도 적지 않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기업인 증인 신청에 대해 "국회 갑질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빈말에 그쳐선 안 될 것이다. 대체 어떤 국회의원이 기업인을 줄소환하는지 명단도 공개해야 한다.

지금 기업인들은 어느 때보다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인플레이션, 미국발 금리 인상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인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기업인을 불러 시간을 뺏고 군기를 잡는 구태와 횡포는 이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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