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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진흥법' 아닌 '규제법' 된 게임법 개선하려면? "사행성게임물 규제부터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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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의원실, 게임법 전부개정안 토론회

"사행성게임 합법 여부는 게임법 아닌 '사특법'서 논의돼야"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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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내 '사행성게임물'의 정의를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게임법이 법명과 달리 업계에서 실질적인 규제 법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게임법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작업부터 전제돼야 된다는 것이다. 소셜카지노, 돈 버는 게임(P2E), 스포츠 베팅 게임 등 최근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방식의 게임에 대한 현재의 강력한 규제가 완화될 수 있는 토대가 될지 주목된다.

23일 하태경 의원실과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주최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방안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하 의원은 "사행성 게임과 관련해 게임의 합법 여부를 정하는 것은 게임법이 아닌 '사특법(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에서 해야 한다고 본다"며 "그 대신 '사행행위모사게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이를 게임법 내에서 허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게임법 내 정의된 '사행성게임물'은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는 게임물',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게임물', '경마·경륜·경정·카지노와 이를 모사한 게임물' 중에서 그 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을 주는 게임물을 일컫는다. 그러나 동시에 학계 등을 중심으로 사행성게임물은 게임법이 아니라 사특법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사행성게임물은 그 자체가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규제 대상인데, 이를 게임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법에서 규제한다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게임법 자체가 지난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를 계기로 제정된 법인 만큼, 게임법과 사행성 간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러나 '사행성'을 규제해야 한다는 전제로 '진흥법'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규제로 작용하며 게임산업 진흥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정훈 게임법과정책학회장은 이와 관련해 "게임법이 진정한 의미의 '진흥법'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게임의 사행화라는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규제를 사특법으로 일원화할 것인지, 게임법하에서 이를 관리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를 논의했다. 그 결과 현행 게임법에서 규제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식이 스포츠 베팅, 소셜 카지노 게임,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 등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게임에서도 합리적인 규제로 인식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반된 의견이 존재한다"라고 짚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발판으로 하 의원은 조만간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한다. 게임법상 '사행성게임물'의 정의를 사특법으로 이관하고, 사행행위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이를 중심으로 사행성 확인을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최종 판단을 법원에 구하기 전에 사행행위심의위원회를 통해 불법적인 게임물 유통에 관한 사행성게임물의 조사, 심의, 판단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게임법 내에서 개념이 혼재돼 있는 '사행성'과 '사행심'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행성'은 사행행위 자체의 성질을 이용해 사행행위를 하거나 하도록 내버려 두는 범죄행위를 의미하고, '사행심'은 사행행위를 모방하려는 심리를 의미한다. 이 두 가지가 혼재되는 바람에, 게임 등급 분류를 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사행성 여부를 판단함과 동시에 사행성의 수준(사행심의 유발 정도)을 정해 다시 등급분류를 주고 게임으로 인정하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이 하 의원의 견해다.

원칙적으로 '사행성게임물'은 등급분류가 불허된다. 하지만 등급분류 과정에서 '사행심'이 다시 개입되면서 이미 '사행성게임물'이 아니라고 인정받은 게임의 사행성을 다시 살펴보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학계는 이 자체가 모순이면서 해석을 헷갈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게임위가 진행하는 전수조사 방식의 사후관리 체계로 인해 규제의 비효율성까지도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그런 점에서 게임법에서 규율할 부분은 규율하고, 사특법으로 이관할 부분은 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사행행위모사게임'이라는 개념도 제시했다. 합법적인 웹보드 게임이나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 등의 경우 결과에 따라 '게임머니'가 오가지만 실제 현금이 오가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사행행위를 모방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허용되는 게임을 한데 묶어 합법적 테두리에서 관리하자는 것이다. 이들 게임을 시행령보다 상위인 법에서 명확히 정의함으로써 규제 내용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취지다.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법안 개정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여러 가지 보완점을 제안했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행성'과 '사행심'을 법 체계상 분리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라면서도 '사행성'이라는 개념을 다층적으로 설정해 규제 역시 차등적으로 둘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모든 사행성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자칫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또 사행성게임물의 정의를 사특법으로 이전하는 데는 동의했지만 보상 요소가 없는 사행심 유발 게임물에 대한 감독은 게임법 체계에서 다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모든 규제를 법으로 명문화하기보다는 자율규제가 작동할 수 있는 영역은 자율규제에 맡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윤재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사행성과 사행심을 구분하자는 주장은 이해가 가지만 이미 여러 법에서도 이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기에 과거 쌓여온 판례에서 해석하는 사행성의 의미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행성 게임의 정의를 '사특법'으로 이전하고 사행행위심의위원회를 설치할 경우 게임물등급심의가 이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라고도 언급했다.

유재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사행행위모사게임의 신설에는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규제의 범위가 명확해지면서 게임의 장르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신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유 변호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P2E나 소셜카지노 장르의 서비스에 대해서도 서비스의 범위 등에 대해 합리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세워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정원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산학협력교수는 '게임'의 개념을 세 가지의 큰 요소로 나누어 살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크게 내용(콘텐츠), 기기, 장소 등의 요소로 나눈다면 게임에 관련된 규제가 보다 뚜렷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각각을 세분화해야만 법 위에 들어가야 할 영역이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윤선훈 기자 chakrel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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