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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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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헬기 사격 진상…'전두환 회고록' 민사판결이 되살렸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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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사망으로 공소기각됐던 형사재판 내용이 민사소송에서 5·18 왜곡을 밝히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14일 오후 선고된 『전두환 회고록』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 대한 5·18 단체 측의 반응이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전두환 회고록이 5·18 역사를 왜곡했다”며 1심에 이어 전 전 대통령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출판 후 민사·형사 소송을 거듭했던 회고록 허위 내용을 모두 삭제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원고 측 법률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는 선고공판 후 “자칫 공소기각으로 묻힐뻔한 ‘5·18 당시 헬기사격’ 등에 대한 진상을 민사판결 차원에서 되살렸다”며 “5·18 진상규명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된 판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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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2019년 3월 5·18 왜곡 관련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는 모습.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말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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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기각’ 형사재판 내용 적극 검토한 민사재판



5·18 단체 등은 『전두환 회고록』의 5·18 역사왜곡을 인정한 판결에 대해 “사필귀정”이라는 반응이다. 광주고법 민사2부(부장 최인규)가 민사소송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대부분 승소 판결을 내려서다. 항소심 재판부는 회고록 중 북한군 개입설과 계엄군의 헬기 사격 부인, 시위대 장갑차에 의한 사망 주장 등을 모두 허위사실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 전두환의 상속인) 이순자씨와 전재국씨에 대한 명예훼손 위자료로 5·18단체 4곳에 각 1500만 원씩 6000만 원, 조 신부에게는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씨는 저자인 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3일 사망한 후 유산을 한정승인하면서 발행인인 아들 전씨와 공동 피고가 됐다.

재판부는 또 2017년 4월 출간된 회고록 내 51개의 왜곡된 표현을 삭제하지 않고는 출판·배포를 금지하도록 했다. 앞서 5·18단체 4곳과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 등은 “회고록이 5·18을 왜곡했다며 전 전 대통령과 아들 전재국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특히 이번 재판을 통해 형사재판에서 주로 다뤄졌던 5·18 헬기사격 등의 내용에 의미를 부여했다. 전 전 대통령이 조비오 신부를 사자명예훼손 한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던 중 사망해 공소가 기각됐기 때문이다. 그는 5·18 헬기 사격을 증언한 조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등이라고 기술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재판 기록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거쳐 80년 5월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해당 기록은 5·18 헬기사격과 관련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과 목격자, 군인을 비롯한 관련자 조사를 통해 1심 판결을 내린 근거가 됐던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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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회고록 손해배상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인 14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원고측 법률 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오른쪽)가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와 함께 판결 소감을 말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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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쟁점 “계엄군 장갑차 사망” 주장도 허위



재판부는 ‘계엄군 장갑차 사망 사건’ 관련 기재 내용도 허위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1심에서 명예훼손과 손해배상 사유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항소심 과정에서 당시 계엄군 등의 증언에 의해 진실이 밝혀졌다. 1980년 당시 11공수여단 병사 2명이 후진하던 계엄군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는 증언들이 있었음에도 회고록에는 ‘시위대 장갑차에 군인이 숨졌다’고 기술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현장에 있던 여러 계엄군의 진술에 비춰보면 공수부대원이 계엄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것으로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판결문을 통해 “역사를 부정하고서는 바른 미래를 세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전두환은 5·17 군사반란, 5·18 내란살인죄 수괴로서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았음에도 회고록을 이용해 법적·역사적으로 단죄된 일을 부인하고 피해자 행세를 하면서 진짜 피해자인 민주화운동 세력을 비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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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역사를 부정하고 바른 미래를 세울 수 없다”



원고인 조영대 신부는 “전두환씨가 세상을 떠나면서 사자명예훼손 형사재판 2심이 결론 나지 않아 답답하고 멍든 마음이었다”며 “오늘 민사 판결이 5·18 진상 규명의 중요한 계기가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전 대통령 측은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혔다. 피고 측 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광주에서 전 대통령과 5·18 민주화운동을 재판한다는 자체가 처음부터 공정을 기대할 수 없었다”며 “불공정한 재판이라고 생각하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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