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트 세계로 간다⑥
1996년 만화 스토리 작가로 데뷔한 윤인완 작가는 국내 최초로 웹툰 제작에 프로듀싱 시스템을 도입한 회사 와이랩(YLAB)을 2010년 창립했다. 지난 2년간 일본 라인망가 CCO로 재직한 뒤 최근 와이랩에 크리에이티브 R&D센터장으로 복귀한 그를 11일 서울 마포구 와이랩 사옥에서 만났다. 장진영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른 나라에서 다 통해도, 출판 만화 시장이 강한 일본에서만큼은 웹툰이 안 통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순식간에 흐름이 바뀌어서 이젠 한국 웹툰이 일본 만화 생태계를 파괴하는 측면까지 있습니다.”
국내 최초 웹툰 제작사 와이랩(YLAB)의 창립자 윤인완 작가의 말이다. 1996년 만화 ‘데자부 – 봄’으로 데뷔한 이후 ‘아일랜드’ ‘신 암행어사’ 등의 흥행작을 만든 윤 작가는 웹툰이 인기를 끌자 웹툰 기획으로도 무대를 넓혔다. 2020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는 네이버의 일본 웹툰 서비스인 라인망가에서 CCO(크리에이티브 최고 책임자)로 활동했다. 2년간의 일본 근무를 마치고 와이랩으로 돌아온 그를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와이랩 사옥에서 만났다.
와이랩 창업자 윤인완 작가는 크리에이티브 R&D센터장으로 복귀한 이유에 대해 "집단 창작을 하는 과정은 학자가 진리를 찾아가는 것과 거의 비슷한 느낌"이라며 "전문적으로 작품을 발굴·기획하자는 생각에 R&D센터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만화 알려주던 日 작가들, 이제 웹툰 질문”
일본 만화 앱 시장에서는 네이버의 라인망가와 카카오의 픽코마가 일본 앱들을 제치고 이용률 1·2위를 차지하고 있고, 두 업체의 연간 거래액 실적도 매년 상승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만화는 일본의 주특기’라는 상식이 라이벌 한국에 의해 뒤집히고 있다”고 지난 22일 보도하기도 했다.
윤 작가는 이같은 변화가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훌륭한 작가들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IT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세계 시장을 두드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좋은 작품을 글로벌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파하려는 노력을 했느냐 안 했느냐, 그게 한국 웹툰과 일본 만화 시장의 가장 큰 차이”라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 같은 드라마도 작품 자체로 좋지만, 넷플릭스라는 매체를 통해 세계적으로 더 유명해졌잖아요. 마찬가지로, 일본 만화계가 정체된 사이 한국 기업들이 웹툰을 세계적으로 노출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와이랩이 지난 6월 웹툰 '슈퍼스트링' 론칭 계획을 발표하며 공개한 '슈퍼스트링' 이미지. 2023년 연재 예정인 '슈퍼스트링'은 와이랩이 그간 발표한 인기 웹툰 속 캐릭터들을 하나로 통합한 세계관의 서사를 본격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윤인완 작가가 스토리를 집필, 한국 출신 일본 만화가 보이치(Boichi)가 작화를 맡는다. 사진 와이랩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은 이제 레드오션…해외 작가들 모을 것”
한국으로 돌아온 윤 작가는 와이랩이 수년 전부터 기획·구상한 세계관인 ‘슈퍼스트링 유니버스’의 서사를 본격적으로 펼치는 웹툰 ‘슈퍼스트링’ 집필에 돌입했다. ‘슈퍼스트링 유니버스’는 마블의 ‘어벤져스’처럼, 와이랩의 인기 웹툰 속 슈퍼히어로들을 하나의 커다란 서사로 연결하는 세계관이다. 내년에 한국·일본에서 동시 연재될 ‘슈퍼스트링’은 그동안 각자 다른 작품에 존재했던 캐릭터들이 하나로 모이는, 세계관 서사의 본편에 해당하는 작품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윤 작가는 한국 작가들 위주로 구성된 와이랩의 인력을 해외로 넓히는 계획도 갖고 있다. 예컨대 프랑스 작가가 스토리를 쓰고, 한국 프로듀서들이 이를 발전시켜 세계적으로 통할만 한 작품을 완성하는 식이다. 윤 작가는 “일본에서의 경험을 통해 작가의 국적이 어디든, 어디에 살든 함께 일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SM·하이브 같은 기획사들이 글로벌 인재를 모아서 아이돌로 데뷔시키는 것처럼, 해외 작가들과 한국을 거점으로 웹툰을 만들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윤인완 와이랩 창업자는 "'미국에 마블·DC가 있다면, 아시아에는 와이랩이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게 꿈"이라면 "최근들어 꿈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걸 보면서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할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가 이런 구상을 하게 된 건 국내 웹툰계의 창의적 에너지가 경직돼간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윤 작가는 “어느 순간부터 한국에서는 인기 있는 2~3개 장르에만 작가들이 모여들었고,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는 경향이 생겼다. 와이랩도 그런 획일화에 일조했다는 생각도 든다”며 “한국 작가들만이 아닌 글로벌 창작자들이 모여서 작품을 만든다면 독자들에게 훨씬 다양한 재미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글로벌 확장’ 전략은 ‘슈퍼스트링 유니버스’ 등 와이랩 세계관들의 확장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윤 작가 생각이다. “프랑스에 있는 주인공이 (기존 와이랩 웹툰인) ‘부활남’의 주인공 석환과 콜라보를 하는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죠. 슈퍼스트링 유니버스 내에서 미국이나 프랑스를 무대로 하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고요.”
“마블·DC가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모습을 부러워하다가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윤 작가는 최종 목표를 묻는 질문에도 “‘미국에 마블·DC가 있다면, 아시아에는 와이랩이 있다’는 말을 듣도록 회사를 키우는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의 슈퍼히어로 세계관과 달리 와이랩의 세계관에는 윤회 사상 등 동양적 사상이 가미된 게 매력으로 꼽힌다. 윤 작가는 “2000년대 초만 해도 우리가 서양 문화를 동경했다면, 이제는 트렌드의 축이 동양으로 바뀌면서 거꾸로 우리 만화들이 서양 사람들 눈에 신선하고 흥미롭게 비치는 게 아닐까 싶다”며 “마블·DC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회사가 못 될 것도 없다는 생각이 최근 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일본에서도 그저 꿈만 같다고 생각했을 일들이 벌어지더라고요. 저희가 노력하면, 와이랩이 언젠가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회사가 되지 않을까요?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죠.”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