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 방해로 열지 못했던 나고야전 개막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사진 찍는 관람객 |
(나고야=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25일 오전 일본 나고야시 나카구청 시민갤러리 사카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선보이는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이 이날 어렵사리 나고야에서 막을 올렸다.
나고야에서는 우익의 방해와 협박으로 2019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행사가 중단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오전 10시 전시회장은 첫 회 입장객인 60명의 관객과 많은 취재진이 몰려 행사에 쏠린 큰 관심을 보여줬다.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그 후'라는 제목으로 나흘 일정으로 열리는 이 행사에는 소녀상과 히로히토(裕仁·1901∼1989) 일왕에 대한 비판적인 작품,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진과 사연 등이 전시됐다.
전시실에 들어가니 저고리와 검은 치마를 입은 맨발의 소녀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소녀상 쪽으로 다가가 사진을 찍거나 소녀상 옆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함께 사진을 촬영했다.
이들은 소녀를 안쓰럽게 쳐다보거나 손을 잡아보면서 위안부들이 겪었을 아픔을 함께 느껴보려고 노력했다.
나고야시에 사는 69세 여성은 소녀상을 본 뒤 "역사적 사실인데 왜 이런 전시회를 개최하는 데 반대하는 이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어린이들에게도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고야에서 300여㎞ 떨어진 도쿄에서 온 대학원생 우치다 스구루(22) 씨는 "올해 도쿄에서 열린 전시회에 못 가서 이번에 꼭 보고 싶었다"며 "특히 나고야 전시회가 이전에 여러 문제로 중단된 적이 있어서 인상이 남아서 찾았다"고 말했다.
대학원에서 젠더 문제를 공부한다는 우치다 씨는 "이 문제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문제"라며 "소녀상에서 한 명의 여성으로서의 강한 메시지가 느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평화의 소녀상' 사진 촬영하는 관람객 |
'표현의 부자유전'은 소녀상을 선보이고 일왕을 모독한다는 이유로 우익 등의 지속적인 협박과 항의에 시달려 왔다.
작년 7월 나고야에서 다시 소녀상을 선보였지만, 전시장에 폭죽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배달된 것을 이유로 시설관리자가 전시장 휴관을 결정하면서 또다시 행사가 중단됐다.
오카모토 유카 '표현의 부자유전' 실행위원은 "나고야와 도쿄에서 특히 반대가 심해 행사 개최를 위해 가장 길게 싸웠다 "작년 우익의 방해로 (나고야전에서) 빼앗겼던 전시 기간만큼인 4일간 이번에 행사를 개최한다"고 설명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사진과 사연 관람하는 시민들 |
이날 전시회장에도 우익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입장해 긴장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행사 관계자는 "관람이 예약제로 운영되므로 누구나 예약만 하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저런 우익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행사 관계자들은 전시회장 입구에서 관람객의 가방을 일일이 열어서 검사했으며 관람객은 입장할 때 금속 탐지기를 통과해야 했다.
우익의 전시 방해를 막고자 전시장 입구에는 경찰관이 서 있었으며 전시장 건물 주변에도 경찰관과 경찰 차량이 배치돼 다행히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평화의 소녀상' 전시회 반대 시위하는 일본 우익 |
행사장 밖에서는 비가 오는데도 우익들이 우산을 쓰고 전시회 반대 시위를 벌였다.
우익 인사는 "일본과 일본 역사가 너무 좋다"면서 "그런데도 이런 일본의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전시회를 그만두도록 해야 한다"고 마이크를 들고 큰소리로 외쳤다.
표현의 부자유전은 지난 4월 도쿄도 구니타치시, 이달 6∼7일 교토시에서 열렸으며 이번 나고야전에 이어 다음 달 10∼11일에는 고베시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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