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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2분기 출산율 0.75명 사상 최저…올해 출생아 25만명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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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올 한 해 태어나는 아이는 25만명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인구 동향을 보면 지난 2분기 출생아 수는 5만996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감소했다. 분기별로 보면 출생아 수는 지난 2016년 1분기부터 내리 줄어들고 있다.

중앙일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7명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합계출산율이 2분기에 0.7명대에 접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전까지는 연말인 2020년 4분기(0.76명)와 지난해 4분기(0.71명)에 0.7명대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1~6월) 누적 출생아는 12만813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감소했다. 지난해 출생아는 총 26만600명이었다. 보통 출생아 수는 연초에 많고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감소한다. 아이가 또래보다 작은 것을 바라지 않는 부모의 선호도 때문이다. 올해도 3분기ㆍ4분기 출산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올해 연간 출생아는 25만명보다 적을 것이 확실시된다. 앞서 통계청은 장래인구 추계를 통해 올해 출생아 수를 24만6000명(중위 시나리오 기준)으로 예상했다.

이는 20년 전 태어난 2003년생(49만5035명)의 절반 수준이다. 현재 전국의 4년제 대학 모집 정원이 약 34만7000명인데, 올해 출생아가 대학에 입학할 때에는 정원을 최소 10만명 이상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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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상반기까지의 출생아 수를 보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0.7명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예상했다. 실제 최근 5년간 2분기 출산율은 연간 기준 합계출산율과 거의 일치했다. 이날 통계청이 함께 발표한 ‘2021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간 합계출산율은 0.81명이었다. 0.7명대 합계출산율이 현실화하면 한국은 2020년 세계 최초로 합계출산율 0.8명대 국가가 된 지 2년 만에 또 다시 불명예스러운 ‘신기록’을 경신한다.

인구를 유지하는 수준인 2.1명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도시 국가를 제외하고 세계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낮다.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인 1.59명의 절반 수준이다. 이미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일본의 합계출산율도 1.33명으로 한국보다 높다.

젊은이들이 결혼 기피하고 출산을 미루는 경향이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올 2분기에도 혼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4만7734건에 불과했다. 분기별 혼인은 14개 분기 연속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간으로 봐도 혼인 건수는 2012년 이후 매해 줄어들고 있다. 집값ㆍ일자리 등 해묵은 문제가 결혼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한국에선 혼인이 출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혼인이 줄면 2~3년 뒤 출생아도 감소하는 구조다. 출생아의 97.1%가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부부가 첫째 아이를 낳기까지 평균 결혼 생활 기간은 지난해 기준 2.5년으로 전년 대비 0.1년 늘었다. 지난해 아이를 낳은 어머니의 평균 출산 연령은 33.4세로 전년보다 0.2세 상승했다. 이처럼 출산이 늦어진다는 것은 둘째, 셋째 아이 이상을 낳을 기회도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생아는 줄어드는데 사망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인구 고령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까지 겹치면서다. 올 상반기 사망자는 19만376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연초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의료체계 부담이 급증하며 사망자가 급증했다.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은 상태가 계속되며 올 상반기에만 6만5631명의 인구가 자연감소했다. 지난해 1년간의 자연감소(-5만7211명)를 이미 넘어섰다. 문제는 이런 저출산·고령화를 반전시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출산 연령대 인구 자체가 과거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최슬기 교수는 “정부가 인구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했지만,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 영역에만 얽매여 인구 감소에 적응하는 정책을 펴는 데에는 미비했다”며 “지금과 같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틀로는 인구정책을 지속하기 어렵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지역별 합계출산율은 세종이 1.2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전남이 1.02명으로 뒤를 이었다. 출산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0.63명인 서울이었고, 부산도 0.73명으로 낮았다. 시군구별로 보면 전남 영광군(1.87명), 전북 임실군(1.8명) 등이 높았다.

노형준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세종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새롭게 구성된 도시 환경에 직장을 위해 이주한 젊은 부부가 많아 출산율이 높다”며 “세종은 특히 배우자가 있는 여성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노 과장은 “특별시나 광역시보다는 도 지역의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특별ㆍ광역시의 경우 미혼 여성 인구의 비중이 높고, 도 지역은 배우자가 있는 여성 인구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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