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 “전체 구성원 동의 미흡해” VS 추진위 “교내 자발적 모금 취지 살려야”
광복절인 지난 15일 밤 대전시 유성구 충남대 교내 잔디밭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충남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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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인 지난 15일 충남대 캠퍼스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됐다. 국립대 가운데 교내에 소녀상이 들어선 것은 처음이다.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가 대학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야간에 기습적으로 설치한 것을 놓고 학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학 측은 “공식 승인 없이 일방적으로 소녀상을 세운 것은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녀상을 세운 충남대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는 “위안부 피해자를 위로하고 기리기 위한 것으로 학교 측이 동상을 철거하면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21일 충남대에 따르면 충남대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는 광복절인 지난 15일 오후 9시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충남대 서문 인근 교내 잔디밭에 소녀상을 설치했다. 설치 작업에 크레인과 트럭 등 중장비도 동원됐다. 소녀상은 가로 2m, 세로 1.6m, 높이 1.45m 크기로 소녀상 작가 김운경·김서경 부부가 만든 것이다. 추진위는 “그동안 학교 측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더 미룰 수 없어 건립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소녀상 추진위가 결성된 것은 지난 2017년 8월이다. 그 후 5년 동안 추진위와 대학 당국은 소녀상 설치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소녀상 추진위는 2017년 당시 총학생회를 주축으로 한 재학생들이 교내 소녀상 건립을 위해 만든 단체다. 추진위가 주축이 돼 건립 구상과 모금에 나섰다. 재학생과 일부 졸업생들도 모금에 참여해 2018년 1월까지 2300만원을 모았다. 충남대 관계자는 “소녀상 추진위는 외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아닌 재학생 중심으로 구성된 임의단체”라고 밝혔다.
이후 대학 측은 추진위의 교내 소녀상 설치 요구에 대해 “학생, 교수, 교직원, 노조 등 학내 구성원의 전체적인 동의나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며 불허했다. 이에 소녀상 추진위와 졸업생 단체인 충남대 민주동문회 등은 “대학이 아픈 역사를 돌보고 위로하는 일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소녀상 건립을 촉구했다. 충남대 민주동문회는 총학생회 간부 출신 등 주로 진보 성향 졸업생들로 구성된 임의단체로 알려졌다.
학교측이 소녀상 건립 승인을 계속 미루자, 추진위가 광복절을 기해 교내에 소녀상을 기습적으로 세운 것이다. 추진위는 설치 강행 이유에 대해 16일 “교내 건립을 전제로 모금했고, 소녀상 건립 명목으로 모은 2300만원과 기부자들의 뜻을 무책임하게 외면할 수 없어 소녀상을 세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윤대현 충남대 학생처장은 “국립대 교내에 조형물을 세우려면 반드시 받아야 하는 교내 조형물설치 위원회의 승인 없이 야간에 중장비를 동원, 소녀상을 무단 설치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최종규 충남대 총학생회장은 “지난 4월 교내 각 단체 대표들이 참여한 협의체 회의에서 소녀상 설치에 따른 이념 갈등에 대한 해결방안, 구성원 간 공감대 형성,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며 “구성원간 공감대가 덜 형성된 상황에서 설치됐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소녀상 설치 강행 다음날인 지난 16일 협의체 2차회의를 연 뒤 “승인 없이 일방적으로 소녀상을 세운 것에 절차적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협의체 회의 진행을 지켜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소녀상이 상징성이 높아 학교 당국도 무단 설치된 동상이지만 쉽게 철거하긴 힘들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충남대 민주동문회는 “학교 측이 만약 소녀상을 훼손하거나 철거하려 할 경우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우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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