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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취임 100일 지지율 20%대…이명박은 기자회견서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의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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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의 성평등 인식은?','이명박 대통령이 기억하는 현대건설은?'…<대통령의 연설>은 연설문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머릿속을 엿보는 연재기획입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남아있는 약 7600개 연설문을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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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에 나섰습니다. 모두발언과 질의응답을 합쳐 약 한시간 가량 회견이 진행됐는데요.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대목은 현재의 낮은 지지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었습니다.

질의응답이 시작되자마자 이같은 불편한 질문들이 등장했는데, 윤 대통령은 평소의 직설적이고 화끈한 화법과 달리 정제되고 안정적인 답변을 내놨습니다. 당연히 나올것으로 예상되는 질문인 만큼 준비해 온 답변을 풀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안정적 답변을 선택한 만큼 '별 내용이 없다', '반성과 답변을 회피했다'는 식의 평가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습니다.

과거 대통령들의 임기초 100일을 돌이켜보면 윤 대통령보다도 더 안좋은 상황에 처했던 경우가 여럿 있는데요. 흥미롭게도 윤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기자회견문을 내놓았던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 광우병 시위 마주한 MB “캄캄한 산 중턱 홀로 앉아 촛불행렬 봐…당장 어려움 모면보다 국익 지킬 것"


매일경제

타임지 인터뷰 8(2008)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한미FTA를 강하게 추진하다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파동으로 지지율이 급전직하하게 됩니다. 취임 96일 차에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정지지율이 21.2%에 그쳐 최근 윤 대통령의 25%를 하회했던 수준입니다. 광화문에서는 연일 수만~수십만 명이 운집하는 촛불집회가 열리며 반대 여론이 고조되자 이 전 대통령은 6월 19일 특별 기자회견을 개최하게 됩니다.

한미FTA를 추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 모두 심각한 역풍을 맞아 고생했었는데요, 한미FTA가 국가 경제에 가져다준 혜택을 생각하면 당시 두 대통령의 서글픈 연설문들이 더욱 안타깝게 읽힙니다.

이 전 대통령은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다.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랫소리도 들었다"는 굉장히 감정적인 문장으로 회견문을 시작합니다.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벌이다 수감된 이력까지 있는 이 전 대통령인지라 자신을 향한 아침이슬 노랫소리가 더욱 아프게 들린 것 같습니다.

그는 이어서 "돌이켜보면 대통령에 당선된 뒤 저는 마음이 급했다. 역대 정권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취임 1년 내 변화와 개혁을 이루어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한미FTA 비준이야말로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지름길의 하나라고 판단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계속 거부하면 한미FTA가 연내에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다"고 털어놨습니다.

이후로는 통렬한 반성의 문장이 이어집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러다 보니 식탁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꼼꼼하게 헤아리지 못했다. 자신보다도 자녀의 건강을 더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며 "아무리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현안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봤어야 했다. 저와 정부는 이 점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국민 여론을 살피지 못한 책임으로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을 대폭 개편하고, 자신의 상징과도 같던 대운하 공약도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이어졌습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한미FTA를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굳건히 밝힙니다. 그는 "여당 내에서도 저에게 '일단 재협상 요구를 수용하고 보자', '통상 마찰이나 국익에 손해가 있더라도 당장 이 사태를 진정시켜야 한다'고 받아들이라고 했다"면서 "저의 정치적 입장만을 고려했다면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재협상한다'고 선언했다면 당장은 어려움을 모면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럼에도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국익을 지키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청난 후유증이 있을 것을 뻔히 알면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며 "기름 한 방울 나지 않고, 변변한 자원조차 없는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길은 통상밖에 없다. 국민 여러분께서 이런 사정을 깊이 이해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했습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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