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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중국? 더 이상 기회의 땅 아냐"...中서 발 빼는 韓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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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편집자주] 8월24일 수교 30주년를 맞는 한국과 중국의 경제적 상생 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 우리나라의 수출을 떠받치던 중국 시장이 한국산에 등을 돌리면서 대중국 무역수지가 사상 첫 4개월 연속 적자 위기에 몰렸다. 칩4,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등 중국 견제 성격의 경제협력체에 참여하라는 미국의 요구도 한중 관계에 부담이다. 또 다른 30년을 위한 새로운 한중 경제협력 모델을 찾아본다.

[MT리포트] 위기의 차이나드림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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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지인 중국 시안 반도체 생산공장을 찾았다. /사진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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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중국 현지법인에 고용된 임직원은 총 1만7820명이다. 2016년말 3만7070명과 비교하면 5년새 반토막(51.9%) 감소했다. 중국에 남아있는 삼성전자 생산기지는 쑤저우 가전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 공장, 시안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전부다. 이마저도 미국과 중국간 패권다툼이 한층 가열되면서 우리기업들이 추가적인 대중국투자에 나서기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연간 대중 수출 비중이 전체수출액의 25%(1629억 달러)에 달하는 만큼 무턱대고 중국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992년 우리나라가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 양국은 서로에게 최고의 경제협력 파트너였지만, 최근 국제정세와 양국관계는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 이후로 국내기업에 대한 차별이 거세졌고, 중국 자체적으로도 높은 경제성장을 거듭하면서 중국을 저임금 생산기지로 활용하던 우리기업들의 대중 진출 전략은 이미 효용을 다한 만큼 새로운 국제질서 흐름에 맞춰 정부와 기업의 대중국 전략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예측 불가능한 방역 정책과 자국 우선주의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기업 가운데 다수의 기업들이 사업중단이나 철수 등 '탈중국'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렴한 인건비, 구매력 높은 시장 등 세계의 제조공장으로 여겨질 만큼 경쟁력이 높았지만 지금은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 증가 등으로 우리기업이 투자를 늘려가거나 사업을 유지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6월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가 중국에 진출해 있는 177개 우리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5.3(98개사)%의 기업들이 사업 축소·중단·철수·이전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기존 사업계획 유지는 35.9%(63개사), 사업 확대는 7.3%(13개사)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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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롯데, 신세계 등 유통기업의 경우 중국의 사드보복 사태로 큰 피해를 보면서 중국시장에서 철수했다. 한때 중국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을 찾던 아모레퍼시픽 등 패션뷰티 기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2018년 5월에는 중국 선전 통신장비 공장, 12월에는 톈진 스마트폰 공장의 문을 닫았고 2019년 후이저우 스마트폰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이듬해 7월엔 쑤저우 PC(개인용컴퓨터) 생산 설비도 철수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 중국 업체에 LCD 공장을 넘겼고 삼성SDI도 지난해 중국내 배터리 팩 공장 2곳의 문을 닫았다. 현대차는 지난해 베이징 1공장을 중국 전기차 제조사 리샹에 매각했고, 삼성중공업 역시 중국 저장성 닝보시 현지법인을 폐쇄했다. SK그룹의 중국 지주사인 SK차이나는 지난해 8월 중국 SK렌터카 지분 100%를 중국 도요타에 500억원에 매각하면서 중국사업에서 발을 뺐다. LG전자는 2020년 중국 톈진, 쿤산, 선양 3곳의 사업장을 철수했다.

최근엔 미국 정부가 중국을 노골적으로 경제적인 압박에 나서면서 우리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미국은 대놓고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칩4(주요 4개국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 등을 추진하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최근엔 '반도체칩과 과학법(일명 반도체지원법)'의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인플레이션 감축법(IPA) 등까지 제정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대중국 신규투자를 사실상 막았다.

당장 우리기업도 피해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은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신규 반도체 장비의 도입이 불가능해졌다. 중국산 소재부품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자동차 업계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업계의 경우 현재 중국의 의존도가 높은 망간, 코발트 등 중국산 원재료 비중을 낮추지 못하면 미국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이는 결국 현대기아차의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수출액의 25%, 수입액의 23%가 중국과 이뤄졌다. 한국의 대중 수출품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80%를 넘는다. 무조건적인 '탈중국'이 해답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정부차원에서 적정수준의 외교적 교류와 협력을 통해 중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정책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재계의 요구다.

유환익 전경련 상무는 "굳이 미국의 압박이 아니더라도 중국도 경제적 수준이 상당히 올라갔고 첨단제품의 경쟁력도 갖추는 등 더이상 저렴한 생산기지로만 바라보고 진출할 시기는 지난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기업입장에선 이미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데다, 여전히 한중 교역비중이 높고 공급망 생태계도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국제환경 변화에 맞춰 국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정부와 기업의 대중전략을 세밀하게 수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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