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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폭우 가니 '고물가' 폭탄…전통시장 시름 "추석이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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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 2000→4000원, 고물가에 시장 발길 뜸해

"곧 추석 대목인데"…수해 복구도 진행형

뉴스1

19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고객들이 청과물을 둘러보고 있다. ⓒ News1 이민주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1000원, 2000원 하던 열무가 4000원이네요. 가락시장에 오면 좀 저렴할까 싶어서 의정부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빈손으로 돌아갈 판입니다."

가락시장에서 만난 주부 A씨(60대)는 텅 빈 장바구니를 보여주며 벌써 추석 준비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같은 시장에서 만난 B씨(50대)는 장바구니 가득 담은 옥수수를 보여주며 "지난번에 왔을 때 1만7000원 주고 샀는데 오늘은 깎아도 2만3000원을 달라 하더라"고 했다. 가게 바닥에 쌓인 옥수수를 보고 몇몇 손님들이 가격을 물었다. 다수가 가격을 듣고 이내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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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동작구 삼성사계시장 내부 고객들이 가게를 둘러보고 있다. ⓒ News1 이민주 기자


◇"다음에 올게요" 고물가에 발길 돌리는 손님들

주말을 앞둔 19일 오전 가락시장 농수산물 도매시장은 다소 한산한 분위기였다. 상인들은 좌판을 펴고 배추, 감자, 시금치, 상추, 당근 등 채소와 복숭아, 자두, 수박, 사과 등 진열하느라 분주했지만 손님들의 발길은 뜸했다.

호박과 오이 등을 파는 채소가게 사장은 "오늘 내내 10만원치도 못 팔았다. 손님 없는 게 안 보이냐"며 "덥기도 하고 (채소 가격이) 비싸다고 사러 오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이 가게에서는 오이 한개를 1000원, 단호박 2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다른 가게 사장도 "장마 시즌이기도 하고 후텁지근해서 손님이 거의 안 온다"고 했다.

비싸다며 상인과 실랑이를 벌이는 손님도 있었다. 과일가게서 복숭아를 사려던 한 손님이 "값이 너무 비싸다"며 복숭아를 집어 올리자 가게 점원이 "어디가도 다 비싸다. 우리도 죽겠다"며 "안 사려면 자꾸 만지작대지 마라"며 호통을 쳤다.

사당구 남성사계시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시장에서는 배추 한통을 6000원, 쌈배추 5000원, 열무 한 바구니를 4000원에 팔고 있었다. 채소가게 사장은 발길을 돌리는 손님에 "다른 데 가도 다 가격 똑같아요. 가격도 점점 오릅니다. 내일되면 더 비싸져요"라고 말했다.

이 시장에서 만난 한 주부(60대)는 "과일보다도 채소 가격이 확 오른게 느껴진다"며 "가격도 가격인데 물건들이 좋지 않다. 배추도 크기가 작고 시들하다. 당장 오늘 쓸 도라지만 사가고 다음에 다시 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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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위쪽부터 11일 수해 복구가 한창인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19일 입구를 막았던 잔해가 치워진 남성사계시장 모습. ⓒ News1 이민주 기자


◇"곧 대목인데…" 수해 복구 여전히 진행형

추석 대목이 다가오고 있지만 폭우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지난주(11일) 남성사계시장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쓰레기 더미는 사라졌지만 19일 일부 점포들에서는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시장 초입에 위치한 약국 직원들은 집기를 들어내고 젖어버린 약과 건강보조식품 등을 정리해 버리느라 분주했다. 젖은 양말과 속옷을 판매하는 잡화가게는 젖은 옷을 널어두고 염가 판매를 이어가고 있었다.

기름가게 앞에는 수레, 선반, 환기구 등 집기가 널려있었고 내부에서는 인부들이 공사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일주일 사이 장사를 재개한 곳도 많았지만 가게 한쪽에는 잔해와 고장 난 기계가 쌓여 있었다.

식당 주인 C씨는 "피해액만 3000만원이 넘는다. 옆에 기계(만두기계)가 1800만원 짜리인데 고장이 나서 새로 사야한다. 이쪽에 있는 기계는 200만원 짜리고 새로 샀다"며 "17일부터 다시 장사를 시작하긴 했는데 재료값이 너무 올라서 돈 나갈 데만 많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안 오른 품목이 없다. 다 올랐다고 보면 된다. 땅콩, 밤, 호박 가격이 특히 많이 올랐고 만두에 들어가는 밀가루, 당근, 부추 등은 말할 것도 없다"며 "기계도 고장이 나서 손으로 빚고 있는데 추석 지나고서야 기계를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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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고객들이 청과물을 둘러보고 있다. ⓒ News1 이민주 기자


◇"추석 장사가 더 걱정" 고물가에 상인들 '시름'

장마가 끝나기도 전에 폭염까지 예고되면서 추석을 앞둔 상인들의 근심도 커져간다. 이들은 당분간 채솟값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손님들이 발길이 끊길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이달 18일 기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통계) 방울토마토 가격은 1kg당 9663원으로 전월 대비 48.4% 올랐다. 같은 기간 애호백 가격은 개당 2145원으로 24.6%, 오이 10개 14994원으로 33%, 시금치 1kg 32520원으로 33% 올랐다. 사과와 배 가격은 10개 기준 각각 30787원, 41394원으로 2.9%, 3.7% 비싸졌다.

가락시장 과일가게 사장은 "우리라고 비싸게 팔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며 "비싸더라도 물건이 좋아야 하고 그게 아니면 싸게 들여와야 싸게 팔 수 있는 건데 상황이 그렇지가 못하다. 추석 전까지 도매가가 계속 오를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같은 시장의 농수산물 도매업자는 "채소 출하량 자체가 줄면서 가격은 40% 정도 올랐다"며 "폭우도 문제지만 폭염 때문에 평지에서 재배되는 채소들은 잎사귀와 뿌리가 녹았고 한다. 대목에 수요가 더 많아질 텐데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한 청과물업자는 "추석 차례상 준비하는 손님들은 좋은 물건을 찾을 텐데 어쩌나 싶다"며 "미리 물량을 확보해놓으려고 해도 날씨 때문에 채소, 과일이 물러버리거나 썩기 일수"라고 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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