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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한 매장에서만 한달 15억 팔리는 빵집 비결은 [남돈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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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 은행동에 위치한 성심당 본점 전경.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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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간다고? 꼭 성심당 들러서 무조건 빵 사먹어."

"이 빵이 '튀김소보로'라고 하던데 대전에서만 살 수 있는 빵이래. 줄 서서 사왔어."

대전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관광 명소이자 빵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은 들어봤을 빵집. 대전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곳. 이제는 대전을 넘어 전국 대표 빵집으로 자리 잡은 '성심당'이다. 1956년 대전에서 출발해 뿌리를 내린 성심당은 지금까지 대전을 지켜왔으며, 3대째 이어져온 제빵 명가다. 성심당 창업자인 고(故) 임길순 선생에 이어 그의 아들이자 성심당을 소유한 기업 로쏘의 경영을 이끌고 있는 임영진 로쏘 대표, 임 대표의 자녀들까지 경영을 배우며 성심당의 영혼과 정신을 계승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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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 은행동에 위치한 성심당 본점 내부 모습. [신수현 기자]


지난 17일 오후 대전 중구 은행동에 위치한 성심당 본점을 찾았다. 성심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빵인 '튀김소보로'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튀김소보로는 팥이 들어간 소보로(곰보빵)를 기름에 튀긴 빵으로, 빵 마니아라면 누구나 튀김소보로를 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대전에서만 판매하지만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꽤 많이 먹어봤을 만큼 전국적으로 유명한 빵이기도 하다.

튀김소보로는 1980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임영진 대표가 그해 개발해 선보인 빵으로, 출시 이후 지난해 말까지 7910만개 팔렸다. 성심당에 따르면 튀김소보로를 만드는 데 들어간 밀가루만 2056t, 달걀 1186만개, 팥 191억개, 식용유 1977t에 달한다.

임 대표는 "팥이 들어간 소보로를 매장에서 기름에 튀겨 팔았는데 그때는 고객들이 매장에서 빵을 튀긴다는 것 자체를 매우 신기해했다"며 "한꺼번에 튀김소보로를 많이 사가는 손님이 늘어 손님들끼리 서로 빵을 사겠다며 싸우는 일이 생길 정도로 처음부터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고 회상했다.

두 번째로 인기가 많은 빵은 부추빵이다. 임 대표는 "튀김소보로가 튀긴 빵이라 싫어하는 고객들도 있었기 때문에 이분들을 위해 개발한 빵이 부추가 가득 들어간 건강한 콘셉트의 부추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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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진 로쏘 대표가 대전 중구 은행동에 위치한 성심당 본점에서 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수현 기자]


성심당 매장은 오직 대전에만 있다. 대전 중구 은행동에 위치한 본점, 대전 롯데백화점 내 대전점, 대전역점, 대전컨벤션센터(DCC)점 등 총 4개로, 모두 직영점이다. 유명 백화점 등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서울 등 수도권 진출을 권유했지만, 임 대표는 대전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연 적은 있는데 며칠 사이에 매출 수억 원을 달성할 만큼 반응이 폭발적으로 뜨거웠다.

임 대표는 "대전이 관광도시가 아닌 데다 사람들이 빵을 먹기 위해 성심당이 위치한 원도심까지 올까 솔직히 불안했다"며 "하지만 대전에 뿌리를 둔 성심당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다른 지역에 매장을 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다른 지역에 매장을 낼 의향도,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의향도 없다"며 "다만 해외 진출은 도전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로쏘의 사업군은 크게 성심당을 주축으로 한 제과 사업과 플라잉팬, 테라스키친 등 5개의 외식 브랜드를 필두로 한 외식 사업 등 2개로 나뉜다. 지난해 로쏘 매출은 628억원, 영업이익은 105억원으로 매출의 10%가량은 외식 사업에서 나왔다. 임 대표는 "성심당 본점의 월 매출은 보통 15억원 수준"이라며 "올해 목표 매출은 700억원대"라고 밝혔다.

성심당이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2005년 1월 22일 토요일 저녁 옆 가게에서 난 불이 성심당까지 옮겨 붙으면서 그동안 성심당이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임 대표는 "그때가 성심당의 가장 큰 위기였지만 기회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직원은 페인트를 갖고 와서 벽에 페인트를 바르고, 어떤 직원은 중고 오븐을 사오는 등 모든 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성심당을 되살리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섰다"며 "모두 똘똘 뭉쳐 합심한 덕분에 화재 발생 6일째 되는 날부터 다시 빵을 구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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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발생한 성심당 화재 때 성심당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서 걸어놨던 현수막. [사진 제공 = 성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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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발생한 화재 때문에 잿더미로 변한 성심당 내부. [사진 제공 = 성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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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선 성심당은 정체성을 되새기면서 재도약했다. 임 대표는 "불에 타버린 매장을 새로 만들 때 인테리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하다가 가난한 사람이 매장에 와도 주눅이 들지 않고 부자가 봤을 때 초라한 매장이라고 여기지 않으며, 누구나 성심당을 따뜻한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꾸미기로 했다"며 "자연 친화 소재인 나무를 활용해 매장 인테리어를 한 이유"라고 밝혔다.

실제로 성심당 본점은 매장 바닥과 계단, 벽면 등에 전체적으로 나무를 이용해 인테리어를 한 덕분에 포근하면서 고풍스럽게 느껴졌다.

임 대표는 화재 이후 직원들이 '동료가 보고 싶어서 출근하는 성심당'으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임 대표는 직원들의 인사고과 때 해당 직원이 다른 직원들에게 얼마만큼 관심을 쏟고 잘해줬는지를 반영하겠다고 밝히고, 실제로 이를 직원 평가 점수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성심당은 회사 신문인 '한가족 신문'을 정기적으로 발행하는데, A직원에게 도움을 받은 B직원이 이 내용을 한가족 신문의 코너 '사랑의 챔피언'에 알리면 이 내용을 기록해 놨다가 인사고과 때 점수를 주는 방식이다.

임 대표는 "어떤 직원이 야근할 때 누군가 야식을 사다준 적이 있는데, 야식을 받은 사람이 고맙다고 사랑의 챔피언에 올린 적이 있어서 이를 고과 때 반영했다"며 "갈등 관계에 있는 직원들이 화해할 때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직원들이 평가를 잘 받으려면 억지로라도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사랑해야 한다"며 "처음에는 직원들이 어색해했지만 지금은 회사 문화로 자리 잡아 직원들끼리 관계가 돈독하다"고 전했다.

임 대표가 2016년 성심당 창립 60주년 행사 때 딱 1명의 손님만 초대한 것도 직원들을 위한 마음 때문이었다. 임 대표는 "기업 창립 행사 때 일반적으로 많은 외부인을 초청해 화려하게 열지만, 이렇게 행사를 개최하면 행사의 주인공인 직원들이 소외될 수밖에 없다"며 "2016년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성심당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책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을 펴낸 작가가 유일한 초대 손님이었다"고 밝혔다.

성심당은 1956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기부를 해온 빵집으로도 명성이 높다. 임 대표는 "창업자인 아버지께서 가난한 사람을 위해 베풀면서 살아야 한다고 항상 강조하셨다"며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성심당은 1956년 출발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에게 빵을 나눠주고 있는데, 금액으로 환산하면 월 30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남과 더불어 사는, 남에게 베푸는 마음은 사훈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임 대표는 "2001년 성심당을 법인 로쏘로 전환할 때 사훈을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로 정했다"고 말했다. 임 대표 집무실 벽에는 검은색 글자로 사훈이 크게 새겨 있다.

임 대표는 60년 넘게 성심당이 사랑받아온 비결에 대해 "가난한 사람, 부자, 고객, 직원, 협력업체 등 모든 사람에게 이롭게 하려고 한 결과인 것 같다"며 "돈을 많이 벌려면 품질이 좀 떨어지는 재료를 쓰면서 값은 비싸게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마도 대부분 사업가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성공일 거예요. 성심당은 한 번도 성공을 목표로 삼고 달려간 적이 없어요. 매 순간 최선을 다했더니 외부에서 '성공'이라는 단어를 붙여줬던 것 같아요. 꼭 남한테 뭔가를 빼앗아야만 내가 잘될 수 있을까요. 남에게 베풀면서 살아도 손해 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게 나도 잘되는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빵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베풀면서 살 생각입니다."

남돈남산은 많이 팔린 제품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협찬, 광고 등을 통해 나가는 기사가 아닙니다. 기자가 기업에 직접 접촉하고 여러 가지를 직접 취재한 후 공들여 쓰는 기사입니다. 자사 제품 중에 소비자에게 사랑받아 많이 팔린 제품이 있다면 제보해주셔도 좋습니다.


[대전 =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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