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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국 대통령들이 장사를 해서”…일본 질투심에 불붙인 K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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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폴라 핸콕스 CNN 기자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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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K-arsenal)이 목표를 향해 단계를 밟아 나아가고 있다."-CNN

지난 18일 미국 CNN은 무기 수출 사례와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한국의 방위산업을 조명했습니다. CNN은 "최근 실적에서 소위 'K방산'을 내세운 한국 방위산업이 이미 '방산 메이저리그'에 진입했다"며 "한국의 군사 장비는 미국산보다 저렴하면서도 매우 유력한 대안"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5년(2017~2021년) 기준 세계 방산시장 수출 점유율에서 8위(2.8%)를 차지했습니다. 과거 5년(2012~2016년) 대비 177%나 급성장해 같은 기간 무기 수출 증가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죠.

지난달 말에는 폴란드에 전차 1000대, 자주포 670문, 전투기 48기를 판매하기로 했다는 낭보가 전해졌습니다. 전체 계약 금액이 최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이 건 하나만으로도 한국은 연간 역대 최대 방산 수출액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둔 셈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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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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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7월까지 한국 방위산업 수출 규모는 190억달러(약 25조원)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수출액 72억달러도 그 이전 역대 최대액인 2014년 35억달러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인데, 이보다도 3배 가까이 늘어난 겁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언론은 최근 순항 중인 한국 방위산업과 지지부진한 자국 방위산업을 비교하는 기사를 잇달아 내보냈습니다.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는 제조업 강국이자 방산 후발 주자라는 공통점을 갖는 한일 양국이 맞은 대조적 상황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日'무기수출3원칙'개정했지만…8년간 실적 1건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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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수출3원칙 개정후 일본의 첫 완성품 무기 수출품 중 하나인 이동식 대공 레이더 TPSP14. [사진=일본 육상 자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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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전후 평화주의 노선을 강조하기 위해 1967년 총리가 공산권과 분쟁지역에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무기수출 3원칙'을 공식화 했습니다. 그러다 2014년 국내외 정세 변화에 따라 이를 47년 만에 개정하며 수출의 물꼬를 텄습니다. 하지만 개정 이후 지난 8년간 실적은 2020년 미쓰비시전기가 필리핀에 감시 레이더를 수출하기로 했던 단 1건에 그치고 있죠.

일본 방산 기업들은 수출 계약 달성에 실패를 거듭해왔습니다. 호주와는 소류급 잠수함, 영국과는 P1 초계기 수출 계약이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호주와의 협상에서는 당초 자위대가 기술 해외 이전에 난색을 보인 데다 기업도 수출 투자에 소극적이었습니다. 인도와는 구난 비행정 US2 계약 성공에 근접했지만 일본 측이 현지 생산 조건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결국 협상이 결렬됐죠. 이에 일본 방위산업은 최근 기업들의 사업 철수가 잇따르고 산업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는 일본 방산 수출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판매처가 오랫동안 방위성과 자위대만으로 특정되는 특수한 시장 구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무기 수출 3원칙 개정 이후 수출이 가능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고객이 자위대에 한정된 무기가 많아 대량 생산을 할 수 없어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자위대 전 간부는 "완화됐다고 해도 일본에는 수십 년 넘도록 무기 수출 3원칙이 있었다. 한국처럼 최고 지도자가 세계 곳곳에서 무기 세일즈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관민 일체의 협상 체제가 구축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방산품 수출은 가격뿐 아니라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군사 지원 등 보상을 요구하는 상대국과 협상이 필수적인 만큼 국가가 총대를 메고 지원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그렇지 못했다는 주장입니다.

日"삼성·LG 성장과 유사…정부 지원과 뛰어난 마케팅 전략 주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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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육군 11사단 포병부대가 K9 자주포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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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위산업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 수출이 본격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직접 각국 정상들을 만나 방산 세일즈를 벌였죠. 처음 노린 시장은 동남아시아였습니다. 중국과의 남중국해 분쟁 등으로 커지는 안보 불안감에 대비를 서두르던 동남아 국가들에 미국산 무기는 성능은 최고였지만 높은 가격이 부담이었습니다. 한국은 어느 정도 성능을 갖추면서 미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가성비 전략으로 이들을 공략했습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에 초음속 제트기 T50과 잠수함을 판매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발판으로 태국과 필리핀에서 잇달아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2014년에 한국 기업들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주변국들의 안보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적대 관계였던 북유럽과 발트 3국 등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갔습니다. 폴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인도와 차례로 계약을 맺었죠.

다이아몬드는 한국 방위산업이 발전하게 된 요인으로 북한의 위협에 따른 높은 국방비 지출과 별도로 방위산업을 국가적으로 전폭 지원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한국 방산 수출 성공 스토리의 대표 격으로 최근 폴란드, 이집트에 판매가 결정된 K9 자주포를 꼽으며 한화의 마케팅 전략이 빛났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화는 처음에 K9 자주포 전체 도입에 부담을 느끼는 폴란드 측을 배려해 K9 차체만을 제공해 폴란드군이 기존에 사용하던 포신과 조립해 무기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이같이 수출국의 사정과 요구에 맞춘 전략으로 한화는 폴란드의 신뢰를 얻으려 했습니다.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생하자 폴란드는 이웃 국가인 우크라이나에 K9 차체에 기존 포신을 탑재한 자주포를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한국과 K9 자주포뿐 아니라 전차·전투기 구매 대형 계약을 체결한 겁니다. 기존에 구축해놓았던 신뢰 관계가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한화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에도 방위 예산에 여유가 없는 이들의 사정에 맞춰 K9 자주포 중고품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했습니다. 인도와의 계약에서는 포 100량 중 90량을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해 인도의 방위산업 육성에 동참하는 식으로 인도 정부와 신뢰를 구축하려 했습니다. 수출 대상국의 사정에 따라 맞춤형 전략을 구사한 겁니다. 다이아몬드는 한화의 K9 자주포 판매 전략이 과거 삼성과 LG가 과감한 투자와 현지화 마케팅 전략 등으로 일본 가전·반도체 기업들을 앞질러 세계 시장을 석권한 전략과 상응한다고 봤습니다.

한국 방산, 서방 선진국서도 존재감 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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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수출을 놓고 한화 레드백 장갑차와 경합중인 독일 라인메탈사의 링스 KF41. [사진=라인메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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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을 받은 한국 방위산업은 유럽은 물론 방산 최강국 미국 시장까지 시야에 두고 있습니다. K9과 FA-50 경공격기는 러시아의 위협을 계기로 국방을 강화하려는 유럽에서 추가 수출 기회가 관측되고 있습니다. LIG넥스원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천궁Ⅱ 지대공 요격 미사일 시스템을 수출하기로 한 것을 발판으로 미국 공략까지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죠.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한국이 미국·영국과 함께 안보 동맹 '오커스(AUKUS)'를 구축하고 있는 호주와 대규모 계약에 성공한 건을 서방국에 무기를 수출하는 물꼬를 튼 계기로 보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호주는 오커스뿐 아니라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으로 구성된 군사 네트워크 '파이브 아이즈'의 일원입니다.

지난달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 회담한 이후 호주가 한국 무기 체계를 신뢰하고 있으며 방산 협력 분야를 확대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20조원 규모의 차세대 장갑차 사업을 추진 중인 호주는 다음달 한화의 레드백 장갑차와 독일 링스 장갑차 중 하나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만약 수주에 성공한다면 올해 한국의 세계 무기 수출 시장 점유율 순위는 8위에서 5위권으로 단숨에 상승하게 됩니다.

尹대통령 "4대 방산 강국 도약"...기술력 향상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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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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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국 방산이 5대 수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현실적으로 기술력 측면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올해 초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내놓은 국방 기술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기술 수준 경쟁력은 세계 9위였습니다. 2008년(11위)보다 순위가 2계단 오르긴 했지만 2015년 이후 계속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습니다. 최근 뒷걸음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일본도 한국보다 1계단 위로 평가돼 기술 경쟁력에 있어서는 여전히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죠.

이에 정부는 국방 연구개발(R&D) 예산 비중을 늘리고, 기업은 록히드마틴·레이시온 등 미국 굴지의 방산업체처럼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의 몸집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매일경제에 "세계 톱5를 목표로 해외 무기 수주전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전 세계 수준에 맞는 방산업체 대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에 진입해 대한민국을 방산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해당 발언은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미국 CNN 등 해외 유력 언론들도 주목했습니다. 그는 앞서 6월 스페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을 상대로 무기 세일즈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CNN은 윤 대통령의 목표가 전임자 문재인 전 대통령때 시작한 이니셔티브에 기반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그의 의지와 포부대로 한국이 가격과 함께 기술 경쟁력까지 갖춘 명실상부 방산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귀추가 주목됩니다.
※토요일 연재되는 '한중일 톺아보기'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관련된 크고 작은 이슈들을 살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다음 기사를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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