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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남북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자"는 김여정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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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김정은·김여정 '남북 상종 말자'는 취지 발언 반복
①南 담대한 구상에 대한 분명한 거부 입장 표명
②南정부 상대할 여유 없는 北 내부 상황도 반영
③노동신문 게재·대남적대의식 고조로 체제 단결
태영호 "싫다고 공개 외치는 건 관심 있다는 뜻"
통일부, 과거 새 정부 출범 다음해에 北 대화에 나온 전례 주목
노컷뉴스

김여정 당 부부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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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당 부부장. 연합뉴스
북한은 18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제안한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거부 의사를 공식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우리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 짝과 바꾸어보겠다는 발상"으로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는 것이다.

핵을 북한의 국체, 즉 국가의 근간이자 국가의 가장 중요한 실체라고까지 강조하면서,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고 담대한 구상을 비난했다.

김여정 부부장의 도를 넘는 막말 비난은 익히 보아온 것이지만, 이번 담화에서는 '남북이 서로 상종을 하지 말자'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한 것이 눈에 뛴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면서, "우리와 일체 상대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한 우리의 권언을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남북이 서로 상대하지 말자는 말은 지난달 정전협정체결일을 기념한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에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당시 "때 없이 우리를 걸고들지 말고 더 좋기는 아예 우리와 상대하지 않는 것이 상책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 김여정 모두 이런 발언을 하면서 남한의 국내 상황을 언급했다.

노컷뉴스

17일 오전 서울역 맞이방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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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역 맞이방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김 위원장은 "가장 위험한 도마 우에 올라선 대통령, 가장 큰 위험 앞에 노출된 정권이라는 손가락질을 피하려면 보다 숙고하고 입보다 머리를 더 굴려야 한다"고 했고, 김 부부장도 윤석열 정부를 향해 "언제 그 누구의 경제와 민생 개선을 운운할 겨를이 있겠는가?"라며, "북남문제를 꺼내들고 집적거리지 말고 시간이 있으면 제 집안이나 돌보고 걱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요컨대 북한의 경제와 민생이 아니라 남측의 경제와 민생개선이나 신경을 쓰라는 얘기이다. 조롱조의 비난을 통해 당분간 남쪽과 대화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대목이기도 하다.

역으로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자"는 김여정의 발언에는 현 시점에서 남한 정부를 상대할 여유가 없는 북한 내부의 현실도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코로나19 종식선언에도 불구하고 여진은 계속되고 있고, 단절된 무역의 재개도 시간이 걸려야 하는 상황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여정의 발언은 현재 북한이 내부 경제와 민생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여건임을 시사한다"며, "남북대화든 북미대화든 대화와 협상을 시작할 여건과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여정 담화가 대외매체만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모두 보고 교양 교재로까지 활용되는 노동신문에까지 실렸다는 점도 주목된다.

한국의 전·현직 대통령을 향한 도를 넘는 막말 비난 담화는 북한 주민들의 대남 적대의식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김여정 담화를 노동신문에 게재해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북한의 사회적 자산으로 축적 중"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와 대북제재 장기화에 따른 내핍상황 속에서 경제발전과 핵무력 고도화라는 두 가지 상충된 목표를 돌파하기 위해 주민들의 대남 대적의식을 고조시키고 이를 통해 체제동원과 단결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공식 거부했지만, 지난 27일 김정은 위원장의 전승절 연설, 지난 17일 순항미사일 2발 발사, 18일 김여정의 담화 등을 통해 계속 반응을 하는 것은 의미 있는 신호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김여정은 담화에서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고 했는데, 통상적으로 인간관계에서 상대가 싫으면 무시해버리면 그만인데 여기서 더 나가 공개적으로 싫다고 외치는 것은 어찌 보면 상대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며, "이번 담화에서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까지 비교하면서 비난수위를 높인 것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처음 나왔을 때처럼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도 통일 전선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분석에 들어갔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영호 의원은 "광복절 경축사 이후 김여정이 3일 만에 반응을 보였다는 것 자체가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김정은의 마음을 흔듦으로써 그 초기 목적은 일단 달성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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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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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김여정 부부장이 아주 무례하고 품격 없는 표현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고 담대한 구상에 대해 왜곡 비난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도, "인내심을 갖고 설득과 압박을 병행해 북한을 대화로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이 과거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등 새 정부가 출범한 해에는 아니지만 그 다음해에는 예외 없이 남북대화에 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해 대북 전략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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