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6 (화)

[특파원 리포트] ‘오샤레 한국’ 명성 지키려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일본 소도시까지 한국 마트(수퍼마켓)가 진출했다는 소식을 최근 듣고 도쿄에서 기차로 약 2시간 거리의 인구 15만명 도시 사야마(狹山)를 찾았다. 마트는 기차역에서 약 20분 걸어야 나오는 한적한 동네에 있었다. 시골길을 걷는 동안 “이런 곳에서 한국 마트가 과연 장사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도착해보니 주차장은 자동차로 가득 찼고 매장 안에선 주민 여럿이 장을 보고 있었다. 점원 2명과 손님 10여 명 모두 일본인이었다.

조선일보

간판은 '한국 편의점' - 지난 2월 일본 사이타마현 사야마시에서 문을 연‘칸비니’. 라면과 과자, 음료수, 김치 등 한국 식료품 1000여 종을 판매한다. /최원국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장을 보러 온 주민은 대부분 30분 이상 가게에 머물렀다. 한 중학생은 매장 TV에서 가수 아이유의 노래가 나오자 함께 온 부모를 불러 아이유에 대해 신나게 설명했다. 어느 20대 여성은 참기름과 까나리 액젓을 들고 한글로 쓰인 제품 설명을 친구와 함께 서툰 한국어로 소리 내 읽고 있었다. 매장 2층에 설치된 한국식 스티커 사진 기계 ‘인생 네 컷’을 찍는 학생들도 보였다. 이들에게 한국 마트는 장을 보는 동시에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손님들은 “서울 편의점에서 쇼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렇게 일본 지방 곳곳에 문을 연 한국 마트는 일본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홋카이도에 있는 한국 식료품점 ‘예스 마트’는 평일 500여 명, 휴일 1000여 명이 찾아온다고 한다.

일본에서 이제 한류는 유행을 넘어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중년 여성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남녀노소 모두 한국 문화에 빠져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한국을 무시했던 중·장년 남성들조차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 일본의 10대는 한국 드라마 등 한국 콘텐츠를 꾸준히 접해 한국어에 익숙한 ‘한류 네이티브’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일본 2030세대에게 한국은 최신 트렌드를 이끄는 상징과도 같다.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한국을 찾은 일본인들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달 초 오랜 기다림 끝에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일본인 지인은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묻자 “숙소가 인터넷에서 본 것과 너무 달라서 당황했다. 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했다. 또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받고 혼잣말로 욕하는 것을 듣고 놀랐다”고 했다. 물론 이 일본인이 겪은 상황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한 번쯤 겪을 법한 상황이란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한국 여행을 손꼽아 기다리는 일본인이 많다. 코로나 확산 이후 1000명을 밑돌던 방한 일본인은 지난 6월 5800여 명으로 늘었다. 아직 한국에 가보지 않은 일본인 지인은 한국의 이미지를 “오샤레(おしゃれ·세련된, 멋있는)한 곳”이라고 말한다. 그가 한국을 다녀온 뒤에도 생각이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원국 도쿄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