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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계곡살인 4개월뒤 “내가 한거 맞잖아”…이은해 문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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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씨가 지난 4월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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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애들 다 뛰는데, 오빠는 안 뛰어?”

‘계곡 살인 사건’이 벌어진 2019년 6월 30일, 피고인 이은해(31)씨가 피해자 윤모(당시 39세)씨에게 한 말이다. 수영을 못하는 윤씨에게 집요하게 다이빙을 권유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씨는 생리 중이라며 물에 들어가지 않다가 ‘내가 오빠 대신 뛰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검찰이 이씨에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증거 중 하나였던 이 말이 법정에서 재조명됐다. 19일 오후 인천지법 제15 형사부(이규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9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A씨가 이씨의 발언에 대해 증언하면서다.

이날 재판에는 윤씨가 사망한 날 가평 용소계곡에 있었던 3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듣기 위해 검찰이 신청한 증인들이다. 그날 계곡엔 이 사건 피고인 이씨와 조씨를 포함해 모두 7명이 있었다. 검찰과 이씨 측 변호인은 이들 중 A씨에 대해 집중 질문을 이어갔다. 당시 A씨는 윤씨가 다이빙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지만 다른 증인들은 윤씨가 다이빙할 때 계곡 인근에 주차된 차량에 있었다.

A씨는 “(물놀이가 끝날 무렵) 이씨가 ‘남자들끼리 다이빙 한 번씩 다하고 가자’고 제안했다”며 “고인은 안 한다고 했는데 이씨가 계속 권유하자 ‘진짜 하기 싫다’고 말씀하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씨가 ‘다른 애들 다 뛰는데 오빠는 왜 안 뛰냐. 그럼 내가 뛸게’라고 하자 고인이 ‘아니다. 내가 뛰겠다’고 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씨가 화를 내진 않았지만 이상했다. (윤씨가) 안 뛰는데 (이씨가) 왜 자신이 뛴다고 하는지 의아했다”면서 “(발언 당시) 이씨가 윤씨에게 주도권을 갖고 우위를 점한 듯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라고 증언했다.



사건 4개월 뒤 보낸 “자수할까?”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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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해(왼쪽)씨와 조현수씨. 사진 인천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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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재판에선 이씨가 사건 발생 4개월 뒤 당시 현장에 동행한 B씨에게 “자수할까? 그냥 내가 한 거 다 맞으니까”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공개됐다. 검찰은 B씨를 신문하면서 2020년 10월 19일 B씨와 이씨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당시 이씨는 B씨에게 ‘자수할까’라는 문자를 보낸 데 이어 ‘내가 한 거 다 맞으니깐. (윤씨가) 빠진 것도 맞고, 안 구한 것도 맞으니까’라며 대화를 이어갔다. 당시 B씨는 이 사건을 다룬 한 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을 본 뒤 이씨를 수상히 여겼고 자수를 권했다고 한다.

B씨는 “방송 전까지는 사고라고 알고 있었다”며 “(방송을 보고 이은해가) 죽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씨에게 ‘죽인 게 맞다면 자수해라. 딸이 (마음에) 걸리면 성인이 될 때까지 금전적 지원을 해주겠다’고 얘기했더니 ‘자기는 죽이지 않았다. 억울하다’며 많이 울었다”면서 “딸을 지원해준다고 하니, 자수하겠다고 하길래 (당시엔 사고라고) 믿었다”라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이번 달 23일 이씨 등에 대한 10차 공판을 열기로 했다. 이날 재판엔 윤씨의 전 직장동료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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