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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진표 만난 尹, 고개 숙이고 손 감싸잡았다…"많이 도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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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21대 국회 후반기 신임 국회의장단 초청 만찬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진석 국회 부의장, 김진표 국회의장, 김영주 부의장, 이광재 사무총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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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도와달라.”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단과 19일 만찬을 가진 윤석열 대통령은 거듭 낮은 자세로 이 말을 반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대통령실을 찾은 김진표 국회의장과 김영주·정진석 국회부의장, 이광재 사무총장을 만나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국회와 함께 힘을 모은다면 어려운 국민들께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니 많은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주택시장과 경제활성화 법안 등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미래 전략 먹거리 산업을 키우기 위한 법안을 세심하게 챙겨야 하는데 의장님과 부의장님, 사무총장님께서 많이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재차 부탁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 달 정기국회가 시작되는데 국회와 정부가 민생을 국회와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는 모습을 함께 보여드렸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오늘 좋은 말씀을 많이 듣겠다”고 했다. 부산 2030 엑스포와 관련해서도 “엑스포 유치를 초당적으로 이뤄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야당도 회원국들에 대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달라. 김 의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과 기업인을 모시고 엑스포 유치 회의를 열고 싶다”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 의장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김 의장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안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대통령실에선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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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21대 국회 후반기 신임 국회의장단 초청 만찬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의 인사말이 끝난 뒤 목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영주 국회 부의장, 김진표 국회의장, 정진석 부의장, 김대기 비서실장,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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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윤 대통령의 발언에 김 의장은 “엄청나게 바쁘실 텐데 시간을 쪼개 의장단을 불러주셔 정말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김 의장은 이어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회와의 협치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느끼고 또 든든하게 생각하실 것”이라며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가장 급한 민생 문제는 먼저 해결해 챙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각 당에서 가장 빨리 처리해야 할 법안을 뽑고 있으니 의장단도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만찬은 약 3시간가랑 이어졌다. 국회 의장단의 쓴소리와 조언도 잇달았다. 김 부의장은 윤 대통령에게 “야당 의원을 많이 만나 의견을 들으시면 좋겠다. 대통령이 쓴 소리도 다 받아주신다고 하더라”며 “지금은 국익을 생각할 때고, 그런 생각을 다 같이 공유해야 한다”는 말을 전했다. 고용노동부 장관 출신인 김 부의장은 윤 대통령에게 주52시간 근로제 개편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윤 대통령은 “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해 일방적으로 진행하지 않겠다”는 답을 했다고 한다.

만찬에선 최근 정치권의 화두인 ‘팬덤 정치’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김 의장은 “한국은 많은 부분에서 선도 국가를 달성했지만 정치는 여전히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야 모두 팬덤정치의 영향으로 극단화한 탓이 크고 정치 경험이 많은 중진들에게 역할을 주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여야 중진협의회에서 숙의를 통해 갈등을 중재하고 권고안을 제시하면 현안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제안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연금·노동 개혁이란 미래 세대를 위해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 것인 가에 대한 이야기”라며 “그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정치가 여러 난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 국회 논의도 경청하겠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이 자리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나온 대통령실 참모들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회의장단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의장단과의 만찬을 시작으로 국회 상임위원장과 간사단, 여야 원내대표 등과의 만남도 이어가겠단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가 끝난 뒤 대표가 결정되면 영수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낮은 지지율과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의 협조를 통한 추가 입법 없이는 국민이 체감할만한 변화와 성과를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장·차관 워크숍에도 “정부가 하려는 3대 개혁(연금·노동·교육)도 국회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이라며 “장·차관은 발이 닳도록 국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의 재선 의원 역시 “시행령을 통한 변화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입법 없이 민생의 근본적 변화는 어렵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장단 만찬을 시작으로 대통령과 국회가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자리와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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