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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경찰국 논란 의식한듯…尹 "책임에 걸맞은 제도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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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9일 충북 충주 소재 중앙경찰학교 대운동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이날 졸업한 310기 신임 경찰들과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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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충북 충주 소재 중앙경찰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경찰은 국민께서 힘들고 어려운 위기의 순간에 가장 먼저 만나는 국가의 손길"이라고 말하며 격려 메시지를 전달했다. 주로 신임 순경을 배출하는 교육기관을 방문해 '경찰대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국가의 법질서를 지키는 본연의 책무에 혼신의 힘을 다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해 최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과 관련한 반발을 겨냥한 듯한 메시지도 냈다.

이날 열린 310기 신임 경찰 졸업식에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참석한 윤 대통령은 "우리 경찰의 권한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크게 확대돼왔다. 이제는 그 책임에 걸맞은 제도와 시스템을 갖춰 국민에게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해 경찰국 신설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낡은 관행과 과감하게 결별하고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른 조직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면서 "정부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경찰 제도를 운영해 나갈 것이며 경찰의 중립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경찰학교는 경찰대 학생이 아닌 신임 순경과 8급 경장 특채생 등을 교육하는 곳이다. 최근 경찰대 출신 간부를 중심으로 경찰국 설치 반발 움직임이 주도된 가운데 이뤄진 방문으로, 윤 대통령이 일부러 비경찰대 출신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범죄 현장 최일선에서 근무한 순경 출신 경찰관이 승진과 보직 배치에서 공정한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국을 둘러싼 갈등이 극대화됐던 지난달 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국 신설에 대한 반발로 열린 총경급 회의 등에 대해 강하게 맞불을 놓았고 이른바 '경찰대 카르텔'을 비판하면서 경찰대 졸업생만 7급으로 임용되는 구조를 바꾸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또 정부는 국장급 직위에 해당되는 경무관 승진 대상자 선정 시 매년 순경 등 비경찰대 출신 비율을 20%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의 개혁안을 내놓은 상태다. 현재 경찰조직 내 순경 입직자는 96.3%이며, 경무관급 이상에서는 2.3%를 차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졸업식 이후 이른바 'MZ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경찰관 20명과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경찰의 다양한 전문성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발언을 한 후 "여러분을 만나니 굉장히 기분이 좋다"면서 "다른 일정이 있기 때문에 여기를 내년에 가야 한다고 (참모들이) 그랬는데 '한번 가보자'라고 했고, 여러분을 만나고 싶어서 왔다. 여러분 만나니 쌓인 스트레스도 풀리고 저 자체가 일단 기분이 좋다"고 말하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경찰대 출신 경찰관은 경위 2명으로 10%에 불과했고, 나머지 18명은 순경~경장급 경찰관, 변호사 경력채용 출신 경감 등이었다.

또 윤 대통령은 "경찰 기본급을 공안직 수준으로 상향하고 직무구조를 합리화하기 위해 복수직급제를 도입할 것"이라며 경찰 처우를 확실하게 개선할 것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경찰관들 사이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졸업식은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참석하는 경찰관 졸업식으로 새내기 경찰관들의 첫걸음을 축하하는 동시에 경찰관들을 격려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비롯해 신임 경찰 졸업생 2280명(남자 1708명·여자 572명)과 경찰 지휘부, 졸업생 가족 등 9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 정부 관계자도 다수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 자리에서 경찰 복지 개선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복무를 수행하다가 다치는 경찰관의 경우 본인이 책임을 입증할 필요 없이 국가가 곧바로 책임져줘야 정상적인 국가 시스템"이라며 "직무수행 중 다친 경찰관 이야기를 들어본 후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이 장관에게 지시했다. 또 윤 대통령은 육아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경찰) 조직 문화를 개선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강인선 대변인이 전했다. 또 윤 대통령은 "경찰의 디지털 포렌식 등 과학수사 분야의 역량을 더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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