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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뉴스AS] ‘정운호 게이트’ 수사기밀 유출 의혹, 이원석 발목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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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자, 법원행정처에 영장 청구 예정 등 알려줘

“기관 대 기관으로 감찰 필요한 부분 통보했을 뿐”


한겨레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된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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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두고 ‘수사기밀 유출’ 의혹이 제기됐다. 다만 새롭게 불거진 의혹은 아니다. ‘사법농단’ 재판이 진행되던 2019년 이미 나왔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당시 이 후보자의 ‘수사기밀 유출’ 의혹은 판사들에 대한 법원 무죄 선고의 주요 근거로 쓰이기도 했다. 6년 전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정운호 게이트’에서 이 의혹은 시작된다.

이 후보자는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다. 당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원정도박 사건에 ‘특수통’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투입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법조비리 관련 게이트 사건으로 확대됐다.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가 정 전 대표에게 거액을 받고 로비를 통한 보석을 약속한 사실이 알려지며 ‘전관예우’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또 당시 인천지법 김수천 부장판사가 정운호 전 대표한테 억대의 뇌물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 후보자는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고 홍만표 변호사는 2017년 11월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김수천 부장판사도 징역 5년형을 확정받았다. 현직 검사들에 대한 수사가 미진하다는 일부 비판에도 주요 관계자들의 유죄 확정 판결까지 받아낸 검찰은 ‘성공한 수사’라 자평하고 있다.

일단락 난 줄 알았던 ‘정운호 게이트’는 ‘사법농단’ 사건을 계기로 다시 입길에 오르게 됐다. 당시 정 전 대표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은 김수천 부장판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는데, 신광렬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등이 법원행정처의 지시를 받고 위법하게 수사 정보를 수집하는 데 협조했다는 혐의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수사 결과, 신 전 부장판사 등이 조직적으로 수사기밀을 파악해 유출했다며 검찰은 2019년 3월 이들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검찰 ‘사법농단 수사팀’을 지휘했던 이가 지금 법무부 장관인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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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가 2020년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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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밀 유출’ 의혹은 이 사건 재판 진행 과정에서 처음 등장했다. ‘정운호 게이트’ 수사 책임자였던 이원석 후보자가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현보 당시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과 친분이 두터워 관련자들에 대한 영장 청구 예정 사실 등 수사 진행 상황을 상세히 알려줬다는 내용이었다. 2016년 5월부터 9월까지 둘이 40회 이상 통화했고 김 감사관이 들은 수사 정보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했다는 내용도 판결문에 적시돼 있다.

재판 과정에서 신 전 부장판사 쪽이 이 후보자를 2019년 12월 증인으로 신청한 일도 있다. ‘검찰이 먼저 수사 정보를 공유했으니 ‘비밀누설’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는데 검찰이 반대해 이 후보자는 증인으로 선정되지 않았다. 결국 신 전 부장판사 등은 지난해 11월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원석 후보자 등 몇몇 검사의 ‘정보 공유 행위’가 무죄 선고의 주요 근거로 활용됐다.

하급심 재판부는 검사들이 법원 쪽에 수사 정보를 전달한 사실을 들어, 신 전 부장판사 등이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수사 정보 또한 기밀에 해당할만큼 가치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검찰 스스로 비위 법관에 관한 정보가 법원행정처에 전달되는 것이 수사기능에 별다른 장애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여겼다는 점을 보여준다”고도 봤다. 검찰이 전력을 다해 수사한 사건임에도 이 후보자를 포함한 몇몇 검사의 ‘정보 공유 행위’ 때문에 무죄가 나온 셈이라 당시에도 ‘검찰이 검찰 발목을 잡았다’는 평이 나왔다.

이 후보자 쪽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이날 대검찰청에 들어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정운호 게이트 사건은) 전·현직 부장판사와 현직 검사, 경찰간부, 법조 브로커 등 10여명을 구속 기소해 전부 유죄판결을 받은 엄정하게 처리한 법조비리 사건”이라며 “수사는 수사대로 엄정하게 하되, 해당 판사가 실제 재판 업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사 조처가 필요했다. 재판 직무에서 배제해야 하고, 징계와 감찰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기관 대 기관의 관계에서 징계와 인사 조처, 감찰이 필요한 부분에 한정해 통보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문준비단을 통해 차분히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혹에 대한 야당의 본격적인 공세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6년 전 수사가 윤 정부 첫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이 후보자의 발목을 잡을지 지켜볼 일이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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