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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구내식당에 뜬 이재용…"아내에 인증샷 약속" 말에 영상통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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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원 반도(無資源 半島)인 우리의 자연조건에 맞으면서 해외에서도 필요한 제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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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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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기흥 반도체 R&D(연구·개발) 단지 기공식’ 현장. 대형 LED 스크린에 4개의 문장이 비춰졌다. 이날 기공식은 지난 12일 복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현장 방문이었다.

스크린에 등장한 문장은 의미심장했다. 1983년 이 부회장의 할아버지이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첫 삽을 뜬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이 반도체 사업 진출을 앞두고 한 발언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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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열린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가운데)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경계현 DS부문장, 이재용 부회장, 정은승 DS부문 CTO,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진 삼성전자


이 부회장이 본격적인 경영복귀 첫 현장으로 기흥을 선택한 점, 그리고 선대 회장의 발언을 되새긴 것을 두고 삼성 안팎에선 “삼성전자의 뿌리인 반도체 분야에서 ‘초격차’ 지위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했다.

이병철 회장은 83년 일본 도쿄에서 ‘왜 우리는 반도체 사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반도체 사업 진출을 발표했다. 정부와 언론은 “자본도 시장도, 기술도 없는(3불가론) 한국의 반도체 진출은 말도 안 된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로부터 40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반도체 기업으로 우뚝 섰다.



20조원 투자, “반도체 또 도약 이뤄낼 것”



이 부회장도 이날 기공식에서 ‘초심’을 강조했다. 그는 “40년 전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기흥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며 “차세대,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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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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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기흥에 건설하는 반도체 R&D단지는 약 10만9000㎡(3만3000여 평) 규모의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시설로 조성한다. 2025년 중순 가동 예정인 반도체 R&D 전용라인을 포함해 2028년까지 약 20조원을 투자한다. R&D 단지는 ▶메모리 ▶팹리스(설계 전문)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반도체 핵심 연구 기지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국내외 소재·부품·장비 분야 협력회사와의 R&D 협력을 강화하고 일자리 창출, 우수 R&D 인재 육성 등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공식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경계현 DS부문장, 정은승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경계현 DS부문장은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이 스스로 모이고 성장할 수 있는 교육 기회를 통해 조직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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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가운데) 부회장이 임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흥 캠퍼스는 삼성 반도체 사업이 태동한 곳으로 ‘반도체 초격차’의 초석을 다진 곳이란 점에서 오늘 기공식은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임직원 스킨십→사장단 회의 이어져



이 부회장은 이날 기공식에 앞서 화성캠퍼스 구내식당에서 임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기공식 이후엔 간담회도 가졌다. 이 부회장이 임직원과 직접 만나 대화한 건 2020년 8월 수원사업장의 ‘워킹맘’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2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복권 이전 ‘취업 제한’ 등의 이유로 직원과의 스킨십을 자주 갖진 못했다. 하지만 경영 행보의 족쇄가 풀린 만큼, 생산 현장 방문이나 임직원과의 만남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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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19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가진 임직원 간담회에서 한 직원의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며 웃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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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점심 메뉴인 ‘우삼겹 숙주라면’으로 임직원과 함께 식사한 이 부회장은 기공식 이후 간담회에서 “직접 소통할 기회를 늘려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출근 전 아내에게 ‘이 부회장과 단독 사진을 찍어오겠다고 했다’는 직원과는 함께 사진을 찍고, 이 직원의 부인과 영상통화도 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엔 참석자들과 일일이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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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앞서 화성캠퍼스 구내식당에서 임직원과 함께 식사하기 위해 식판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열린 DS부문 사장단 회의에선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현안·리스크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 진척 현황 ▶초격차 달성를 위한 기술력 확보방안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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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찾아 임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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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19일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란 임직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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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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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선택한 이재용號, 격랑 넘을까



삼성 반도체 신화의 뿌리인 기흥 캠퍼스에서 현장 경영 첫발을 뗀 이재용 부회장은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지난 5월, 시스템반도체와 바이오 분야를 양대 축으로 미래 승부수를 걸겠다는 삼성의 발표와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삼성을 둘러싼 환경은 순탄치 않다. 중국과 미국의 갈등은 글로벌 공급망 혼란으로 이어졌고, 메모리 반도체 분야 경쟁자들의 추격은 턱밑까지 와 있는 상태다. 팹리스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등 삼성이 추격 중인 분야의 격차는 아직 크다. 인공지능(AI)·로봇 등 미래기술 분야에서도 넘어야 할 격랑이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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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장은 “대한민국 반도체를 시작하고, 메모리 분야 세계 1위로 끌어올린 할아버지·아버지의 업적을 이어받는다는 의지를 보인 점이 눈에 띈다”며 “이제 투자와 함께 혁신의 조직문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숙제”라고 평가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부회장이 R&D센터 기공식에서 첫 현장 경영에 나선 것은 기술로 다시 세계 최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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