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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기춘 '세월호 보고 조작' 판결 뒤집혔다…대법 "허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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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박근혜 정부 시절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월 서울고법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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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상황을 대통령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했던 것처럼 국회에 허위 답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9일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허위 공문서 작성과 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지난 2014년 8월 김 전 실장은 '비서실장의 대통령 대면 보고는 언제 이루어졌는지? 사안이 심각한데 대통령께 서면, 유선보고만 하면 다 된다고 판단한 것인지?’를 묻는 국회 서면 질의에 대해 '비서실에서는 20~30분 단위로 간단없이 유ㆍ무선으로 보고를 하였기 때문에, 대통령은 직접 대면보고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하는 답변서를 작성해 보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해당 답변서가 허위라고 보고 혐의를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비서실의 보고서가 대통령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됐는지 확인되지 않는 데다, 대통령이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는 지에 대해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김 전 실장이 "의사소통이 잘 됐다"는 취지로 답변한 건 허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 답변서를 다르게 해석했다. 답변 내용 중 사실관계와 김 전 실장의 의견을 분리해 봐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비서실에서는 20~30분 단위로 간단없이 유·무선으로 보고를 하였기 때문에’ 부분은 실제 대통령비서실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부속비서관이나 관저에 발송한 총 보고 횟수 등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고 봤다.

이어지는 '(대통령은)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부분은 김 전 실장의 의견표명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김 전 실장의 주관적인 의견일 뿐이라서, 허위 공문서 작성·행사죄로 처벌할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문서에 관한 죄'는 '일정한 법률관계나 중요 사실관계를 표시해 증거가 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서'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또 "(답변서 내용은) 김 전 실장이 2014년 7월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 관련 국조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구두로 답변한 것과 동일한 내용이어서, 김 전 실장이 답변서가 허위라는 인식을 하지 않았다"라고도 판단했다.

다만 "해당 서면 답변서는 담당 행정관이 작성한 것이라, 작성 권한이 있는 공무원에 의한 공문서가 아니다"라는 김 전 실장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작성 명의자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믿을 만한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는 이상, 허위공문서작성죄의 대상이 되는 문서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답변서는 김 전 실장을 상대로 한 국회 질의에 대한 답변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김 전 실장이 최종 작성 권한을 갖는다고 봤다.

김 전 실장이 국회 출석을 대비해 '예상 질의응답 자료'를 만들어 허위공문서작성·행사로 기소된 혐의는 무죄가 확정됐다. 앞서 2심 재판부는 "본인의 국회 답변을 대비하기 위한 허위자료로서 허위작성공문서 제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중앙일보

대법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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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관진·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는 무죄가 확정됐다. 김장수 전 실장의 경우 박 전 대통령이 사고 당일 10시 22분 이후에 최초로 서면 보고를 받았는데도, 공무원들에게 10시 15분부터 7번 통화를 했다고 알려줘 상황일지를 허위로 작성하는 데에 공모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김장수 전 실장이 통화 내역을 알릴 당시에는 국가안보실장이 아니었고, 문서 작성 공무원들이 김 전 실장 지시를 받고 공모한 게 아닌 이상 허위공문서 작성·행사를 유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으로 변경하고 공무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은 김관진 전 실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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