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2021년 전 세계에서 1분마다 축구장 16개 규모의 나무가 불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BBC, 세계삼림감시 보고서 인용 보도

“2021년 포르투갈 면적 넘는 삼림 불타

화재 소실 면적, 20년간 두 배로 늘어

기후변화로 고온·건조해진 영향”

지난해 산불로 1분당 축구장 약 16개 규모의 나무가 사라졌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BBC는 18일(현지시간) 세계삼림감시(Global Forest Watch) 보고서를 인용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불에 타 사라지는 삼림 면적이 지난 20년간 거의 두 배로 늘었다. 이같은 추이는 기후변화로 더 덥고, 더 건조해지고 있는 환경 때문이다.

세계일보

지난 18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세하 다이스트렐라산맥 인근 고베이아서 산불이 도로를 따라 번지고 있다. 포르투갈 소방당국은 약 2주간 이 지역 산불을 진압하고 있는 중이다. 고베이아=AP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불에 타 소실된 삼림 면적은 930만㏊에 달했다. 포르투갈 면적(922만3000㏊)을 넘어선 크기의 나무가 사라진 셈이다.

이같은 삼림 소실은 국제사회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있는 과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삼림감시 분석가 제임스 맥카시는 “가장 우려되는 건 화재가 점점 잦아지고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곧 불이 난 토양에 저장돼 있는 많은 양의 탄소가 방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나무와 토양은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다.

화재에 따른 삼림 손실은 주로 캐나다나 러시아와 같은 북쪽 국가에서 주로 나타났다. 지난해 화재로 소실된 삼림 면적 중 500만ha 이상이 러시아에 속한 것이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 영향이 북쪽 지역에서 더 빠른 속도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경우 장기화한 폭염 영향으로 지난해 화재에 따른 손실이 31%나 늘었다. 인류가 초래한 지구온난화 현상이 없었다면 이같은 변화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나사(NASA) 생물대기과학연구소장인 더그 모튼 박사는 “기후변화는 더 뜨겁고, 더 빠르고, 더 큰 화재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며 “숲과 삼림은 그런 화재의 연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지난 17일(현지시간) 스페인 비베르에서 초목이 불에 타 검게 그을린 잔해가 남아 있다. 비베르=AP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나무를 덮치는 화재의 배경에는 기후변화만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경제적 목적으로 이뤄지는 벌목이 더 많은 화재를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삼림 벌채량이 6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브라질 아마존은 농업 개간과 벌목으로 인한 나무 손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맥카시는 “삼림 벌채는 그 지역 기후를 변화시키고, 낮은 기온과 높은 습도를 유지하는 증발산량(지면과 농작물에서 증발된 수분의 양)을 줄인다”며 “결국 숲을 베어내는 건 실제로 숲을 덥고 건조하게 만들어 화재를 더 쉽게 발생하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수십년간 산불 증가 추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UN)은 이번 세기 말까지 극단적인 화재 발생이 50%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결국 전 세계가 탄소 배출량을 빠르게 줄여야 한다는 게 과학자들의 목소리다.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각국 지도자들은 삼림 벌채 중단을 약속한 바 있는데, 그 약속이 존중돼야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별개로, 당장 정부가 산불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재원을 ‘화재 대응’에만 쏟을 게 아니라 ‘화재 예방’에도 충분히 투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