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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조용했던 그리스 항구에 '날벼락'…우크라전 탓 미러 각축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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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인근 알렉산드루폴리스 군사·경제 요충지 돌변

미국에 무기운송 거점…러시아엔 기업 연계한 세 확장지

연합뉴스

그리스 알렉산드루폴리스의 탱크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그리스 북동부의 한적한 항구였던 알렉산드루폴리스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가 치열한 경쟁을 하는 요충지로 부상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구가 약 6만 명인 알렉산드루폴리스는 흑해에서 마르마라해를 거쳐 에게해로 나아가는 지점에 있다. 그리스의 오랜 앙숙인 튀르키예(터키)는 물론 불가리아 국경과도 가깝다.

미국과 서방 국가가 속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일원인 그리스는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에 대항하는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했으나, 전통적으로는 정교회라는 종교를 고리로 러시아와 역사·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알렉산드루폴리스를 중요한 무기 운송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이 지난해 알렉산드루폴리스를 통해 수송한 탱크, 트럭, 대포 등 전쟁 물자 수는 약 3천100건으로, 재작년의 14배에 달했다. 올해 미군이 운반한 군수품 수량은 이미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항구에서 미군 화물을 감독하는 관계자는 NYT에 "우리는 알렉산드루폴리스 항구를 역동적인 군사 활동 중심지로 변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현지 주민들은 대체로 나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미군의 안보 거점이 되면 불가리아나 루마니아도 관심을 나타내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자리매김할 수 있고, 영토 분쟁과 군사 갈등을 겪는 튀르키예를 견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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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경제 요충지로 돌변한 알렉산드루폴리스
[구글 맵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알렉산드루폴리스를 직접 지원하는 미국과 달리 러시아는 그리스 기업과 연계를 통해 물밑에서 영향력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NYT는 항구의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는 기업 4곳 가운데 2곳이 러시아와 밀접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2곳은 미국 기업이다.

친러시아 기업 중 하나는 조지아 출신 그리스계 러시아 부호인 이반 사비디스가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릴 정도로 러시아 쪽에 선 인물이다.

또 다른 기업은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의 그리스 협력사인 코펠루조스 그룹이다. 이 업체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항을 지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가 가즈프롬의 에너지 공급을 지렛대 삼아 그리스를 압박하거나 회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코펠루조스 그룹은 "가즈프롬과 합작 투자해 설립한 프로메테우스 가스는 회사의 일부 영역일 뿐이고, 알렉산드루폴리스 인근에 천연가스 관련 시설을 건설해 발칸 지역에서 미국 가스 공급량을 늘리고 러시아 가스 의존도는 낮추려 한다"며 러시아와의 친연성에 선을 그었다.

이처럼 미국과 러시아 양쪽으로부터 실리를 취하려는 그리스의 태도는 알렉산드루폴리스가 튀르키예 통제 아래에 있는 흑해 항로를 대신할 새로운 공급선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현지 사람들의 생각과 맞물려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불가리아 대사를 지낸 일리안 바실레프는 "흑해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세계적 관심을 받게 됐다"며 "흑해에서 안보는 러시아를 다루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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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그리스 알렉산드루폴리스 항구 모습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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