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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터뷰] '우영우' 강기영 "25년차 대선배 박은빈, 진짜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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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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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기영(38)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데뷔 13년 만에 방송계를 넘어 광고계 접수까지 나섰다. 지난 18일 종영한 ENA채널 수목극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만나 '서브아빠' '유니콘 상사'란 수식어와 함께 급부상한 강기영. 극 중 대형 로펌 한바다에서 직속 선배로서 인생 선배로서 박은빈(우영우)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성장을 도왔기 때문에 생긴 수식어들이었다. '이런 선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감탄을 불렀다. 인간미 넘치는, 그래서 더 따뜻한 정명석 변호사였다. 강기영은 남다른 슈트핏으로 정명석 변호사의 스마트함을 끌어올렸고 여기에 특유의 재치를 섞어 맛깔나게 보는 재미를 살렸다. 무대 경험을 통한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됐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최종회에 17.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이러한 흥행을 예상했나.

"대본에 대한 믿음과 감독님에 대한 믿음은 있었는데 리브랜딩 된 채널이라 신생에 가깝지 않았다. 출연했던 작품 중 흥행작들은 있었는데 이렇게 신드롬이라고 불릴 정도까지의 작품은 처음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주변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

"가족들을 통해 사인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사인해서 캡처해 보내고, 식당에 가면 이전에도 알아보긴 했는데 훨씬 체감이 많이 되고 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후배 변호사와 함께 일하는 시니어 변호사 역할이었다. 연기하며 신경 쓴 점이 있다면.



"사실 자폐스펙트럼 자체를 두고 고민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로펌에선 성과와 의뢰인과의 관계가 중요하지 않나. 그런 부분에 포커스를 맞췄다. 인물 자체에 대한 편견도 우영우가 곧바로 실력으로 입증하니 일찌감치 내려놓지 않나. 편견 자체가 금방 무너져 마음이 좀 편했다. 편견으로 오래도록 바라보는 캐릭터가 아니라서 더 좋았고 우영우의 창의적인 발상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통해 초심을 되찾도록 하는 것 같아 이 지점도 좋았다. 특히 연기할 때 말을 편하게 뱉을 수 있도록 그러한 몸이 되기 위해 많이 준비했다. 딕션과 발성을 위한 기본기에 더 많은 신경을 많이 썼다."

-'유니콘 상사' 정명석이라 불렸다.



"후배가 실수를 하는데도 계속 기회를 주는 상사였다. 주변에서 이런 선배가 흔치 않다고 하더라. 나 역시 신인 시절 당근을 주는 선배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힘이 되고 원동력이 많이 됐다. 그런 모습의 직장 상사가 되려고 노력했다. 시청자들이 주변에서 흔치 않은 선배라고 하면 그 말 자체가 속상하고 아쉽더라."

-다양한 수식어가 있었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을 꼽는다면.

"'서브 아빠'란 표현은 정말 신선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유니콘 상사'도 좋았지만 '어른미'란 수식어가 좋더라. 그간 철부지 삼촌, 사장 같은 역할을 많이 했어서 그런지 그런 수식어가 고맙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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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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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에게 당근을 받았던 일화가 있나.

"예전에 공연을 했지만 공연을 즐겨본 적은 없었다. 늘 긴장했다. 등장하기 전에 떨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했다. 공연 중후반쯤 가니까 편해졌는데 그때 박훈 형이 다가와서 '기영이 딕션도 좋고 전달력도 너무 좋아. 잘하고 있어!'라고 하더라. 그 칭찬이 10년이 지났는데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런 당근들이 점프시켜준 것 같다."

-이상적인 상사를 떠올리며 참고한 것이 있나.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상사는 실패도 인정해주는 상사다. 틀려야 시간이 지나도 머릿속에 오래도록 기억이 남지 않나. 그리고 실수까지도 포용해줄 수 있는 사람을 떠올렸다. 그래야 다른 사람의 가능성을 키워줄 수 있지 않나 싶다. 저 자체도 그렇다. 스스로에게 사로잡혀서 잘못된 연기를 하다 보니 실패한 적들이 있다. 그런 실패가 자양분이 돼 지금의 정명석까지 온 것 같다. 실패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어떤 선배인가.

"이제 막 연기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 저 같은 실수를 안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조언을 하곤 했다. 근데 그 친구들 역시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말해도 깨닫지 못하더라. 그래서 이젠 바뀌었다. 적당한 실패를 해보라고 한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 더 높이 올라가려고 노력하지 않겠나. 예전엔 집요하게 조언을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다양한 작품에 참여해볼 수 있다면 진지하게 참여하라고만 한다."

-정명석 역의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나.

"감독님과 장난을 엄청 많이 친다. 캐스팅이 확정되기 전 최종 미팅 때 제가 '캐스팅이 됐다고 생각하고 가족들에게 꽃게를 샀다'라고 그랬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꽃게를 샀다고 하니 캐스팅을 하겠다'라고 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장난을 많이 쳤는데 감독님이 위트 있게 캐스팅을 해줬다. 작가님께 왜 날 정명석으로 캐스팅했느냐고 물으니 SBS 예능 '미추리'를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 '미추리'와는 이미지가 너무 다른데.. 이미지가 정반대인데도 실험적인 정신으로 캐스팅을 해줘 감사했다."

-정명석이란 캐릭터를 연기하며 스스로 배운 점이 있나.

"연기를 조금 더 진심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감정 교류를 많이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감정을 주고받으면서 많은 에너지를 느꼈다. 단순하게 말을 재밌게 하는 것보다 연기 훈련이 되는 것 같았다."

-슈트핏도 화제였다.

"과거 tvN에서 '런'이라는 마라톤 프로그램을 하면서 달리기에 관심이 생겼다. 달리기를 하다 보니 군살이 빠지더라. 슈트를 입으니 착 감기는 느낌이 들었다. 꾸준히 달리기를 하면서 슈트를 입어보자는 생각으로 달렸고, 굽힌 자세를 바르게 펴기 위해 스트레칭을 많이 했다."

-내면의 코믹감을 마음껏 표출하지 못해 답답하지는 않았나.

"답답함보다는 'FM 변호사'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그래서 초반에 정명석과 강기영을 버무리지 못했다. 근데 연기 고수들이 워낙 게스트로 많이 오다 보니 그런 분들의 연기를 보면서 깨달았다. 재밌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왜 이렇게 갇혀 있지 싶더라. 그러면서 깨 나갔다."

-프레임을 깨 준 결정적 게스트가 있나.

"장승준 역할로 나온 배우 최대훈 선배다. 연기를 너무 잘하는데 능글맞은 것도 잘하니까 장면 자체가 살더라. 그 연기를 보고 '내가 왜 이렇게 재미없게 연기를 하고 있지?'란 현타가 와서 그때 깨달았다. 적당한 위트는 시도를 해보자고 생각했고 감독님도 그런 디렉팅을 해줘서 상황에 맞는 대사를 해보자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맥락이 좋았는지 반응도 좋아 기분이 좋았다."



-애드리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단연 '한 마디를 안져'다. 이 신이 그렇게까지 좋은 반응을 얻을 줄 몰랐다. 정말 우영우가 한 마디를 안 져서 한 소리인데.(웃음) 예전엔 내 영역이 아닌 것 같아 달달한 느낌의 미소를 표현하는 걸 어려워했다. 근데 정명석은 그런 게 많았다. '그윽하게 바라본다' '웃는다' 등 그때 애드리브가 많이 도와준 것 같다. 드라마 중간 부른 노래도 맛깔스럽게 부르기 위해 레슨을 받아서 준비한 장면이다. 근데 정작 방송에 나간 건 음이 다 틀렸더라. 굉장히 맹구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커트를 썼던데 그때부터 강기영이 슬슬 등장한 것 같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었나.

"코로나19로 2년 넘게 피로함이 쌓였는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명량하고 밝아서 좋더라. 시청자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면서 다 내려놓고 편하게, 행복하게 보길 바랐다."



-가장 마음을 울린 에피소드가 있다면.

"방구뽕(구교환)이 나와 아이들의 해방을 위해 운동하지 않나. (실제로 아빠라 그런지) 그런 부분에 몰입하게 되더라. 아이들을 향한 울림은 총각 때 못 느껴봤던 맑은 소리인 것 같다. 아역으로 출연한 아이들을 보고 '엄마, 아빠들이 너희를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을까'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더라. 구교환 형은 저보다 한 살이 많다. 프리 하게 연기하는 타입이라서 너무 좋았다. 말맛이 좋고 긴장하며 연기하는 게 좋았다. 형의 강점은 상상도 못 하는 아이디어다. 그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와서 보여주는데 너무 좋고 그 부분에서 설렘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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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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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다 식구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너무 웃기고 다들 재밌다. 쉴 틈 없이 떠들었던 것 같다. 하윤경 씨는 여자 강기영이라고 생각해서 '하윤기영'이라고 부른다. 너무 재밌는 친구다. 유쾌하다. 주종혁 씨는 '권모술수'로 나오지만 실제론 여리다. 특히 저와 비슷한 과정을 겪어서 여기까지 온 친구라 더 애정이 갔다. 전 연극부터 시작했는데 종혁 씨는 독립 영화부터 차근차근 밟아와서 그런지 뭔가 예전의 절 보는 것 같다. 강태오 씨는 허당미가 아주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더라.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 은빈 씨는 배울 점이 많았다. 제가 조정석 씨를 너무 좋아한다. 현장을 행복하게 아우르는 힘이 있고 연기도 재밌게 하는 배우라 너무 좋아하는데 그런 에너지를 은빈 씨에게도 느꼈다. 놀람의 연속이었다."



-실제로도 박은빈 씨는 아역 출신이라 대선배이지 않나.

"25년 차 경력의 배우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라는 말이 있지 않나. 현장에 있을 때 물리적인 시간도 자기가 리드하고 별거 아닌 것처럼 넘어갈 수 있는 장면도 쪼개서 계산을 해온다. '정말 훌륭한 선배구나' '배울 점이 많다'라고 생각했다. 정말 배우기 바빴다."

-결말에 대해선 만족했나.

"정명석이란 캐릭터가 처음부터 좋았던 이유는 주인공 우영우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역할이지 않나. 이러한 훌륭한 역할인데 이 역할을 제가 할 수 있고 훈훈하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어 감사했다."

-시즌2를 제작한다고 하더라.

"너무 욕심이 날 것 같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애정도 크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무조건 하고 싶다. 그러면서 다음엔 좀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하지 않겠나.(웃음)"



-전작들까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튜브에서 전작과 관련한 영상들이 많이 올라오더라. 놀랍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고.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같은 장면들이 나오면 '와 진짜 겁을 상실했다'라고 싶을 정도로 열심히 했더라. 배우로 살아보겠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 그때도 작품에 앞서 무서웠고 지금도 두렵지만 계속해서 연기를 하며 배우고 있는 것 같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빠 강기영은 어떤 모습인가.

"정명석은 워커홀릭이지만 강기영은 강기영의 인생도 중요하다. 정명석과 좀 다르게 제 일상을 충분히 즐기려고 노력한다. 가든에서 고기 구워주고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가정적인 아빠가 꿈이다. 연기하는 것 외에는 그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대저택에 사는 게 화제를 모았는데, 제게 좋은 환경을 일찍 준 것 같다. 감사한 마음으로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자 한다."

-차기작 계획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정명석이란 캐릭터를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좀 넓힐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캐릭터가 들어올 수 있는 틈을 만들어줘 감사하다. 가능하면 조금 더 넓힐 수 있는, 그동안 안 해봤던 웃음기 사라진 역할이 들어온다면 좀 더 매력적으로 느낄 것 같다. 실패할지언정 안 해본 역할이 많기에 다양하게 도전을 해보고 싶다."



-앞으로 어떤 배우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나.



"이제 14년 정도 연기를 했다. 즐길 준비가 된 것 같다. 그간 긴장을 너무 많이 했는데 신이 나게 연기를 즐겨보고 싶다. 상대방과 감정 교류를 하며 즐겨보고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나무엑터스

황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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