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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강기영 "'우영우' 시즌2 가능하다면 무조건…이젠 연기 즐길 준비 됐죠"[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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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대형 로펌의 시니어 변호사, 역할만 놓고 보면 얼마나 따분한가. 제아무리 따스하고 유쾌한 인물이라도, 정장을 차려입고 풍경 좋은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그림이 빤하다.

그런데 같은 캐릭터도 배우 나름이었다. 이토록 새삼스러운 사실을 깨닫게 해준 이가 있다. ‘서브 아빠’ ‘유니콘 상사’ ‘오피스 대디’까지, 한 드라마에서 여러 애칭을 얻었다. 무엇보다 통용되는 ‘서브’의 의미를 바꾼 남자, 배우 강기영(39)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18일 종영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서 법무법인 한바다의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 역을 맡았다. 신생 채널에 편성된 작품은 시청률 0.9%(이하 닐슨코리아 제공)로 시작해 최고 시청률 15.8%를 넘겼다. 신드롬급 인기였다. 그 역시 드라마와 함께 큰 사랑을 받으며 자타공인 대세로 떠올랐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그는 “사인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식당 같은 곳에 가면 인기를 체감한다. 나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아졌다. 가리고 있어도 알아보신다. 하하. 대본에 대한 믿음이 있었지만 신생 채널이었지 않나. 나도 드라마를 많이 했고 흥행작도 해봤지만, 신드롬이라고 불리는 드라마는 처음이다. 이러한 인기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명석은 자폐스펙트럼과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성장을 도왔다. 차분하고 이성적이지만 인간미를 지닌 인물로, 유쾌하면서도 적정한 선은 지키는 연기가 필요했다. 강기영 특유의 센스를 만난 정명석은 한층 매력적인 캐릭터로 완성됐다. 시청자들은 “이런 상사가 어디 있느냐”며 혀를 내두르다가도, 때때로 피식 웃게 하는 그에게 푹 빠졌다.

“나와 일정 부분 비슷하지만 똑같진 않다. 감정 교류를 많이 하는 캐릭터였는데 실수해도 기회를 주는 상사다. 그런 모습이 흔치 않다고들 하시는 것 같다. 나도 당근을 주는 선배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힘이 많이 됐다. 흔치 않다는 말이 속상하고 아쉽기도 하지만, 이런 사람이 없진 않을 테니 그 희망으로 연기했다. ‘서브 아빠’라는 표현은 처음 들어봤는데 신선했다. ‘유니콘 상사’, ‘어른미’ 등도 좋았다. 다소 철부지 삼촌 같은 역할을 많이 했는데 그런 수식어가 감사했다.”

촬영 초반 ‘FM 변호사’라는 틀에 갇혀 있었다는 그는 에피소드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품 특성상 많은 배우를 만나면서 방향을 잡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정명석과 강기영을 버무리지 못했다. 그런데 법정 신에서 연기 고수인 특별출연자분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특히 장승준 역의 최대훈 배우가 능글맞은 연기를 정말 잘하시더라. ‘나도 잘하는 건데 왜 여기에서 재미없게 연기하고 있지’ 하면서 ‘현타’가 왔다. 그때 깨달았다. 감독님도 ‘미추리’의 강기영이 조금 나와도 된다는 디렉션을 주셨다.”

이러한 고민을 거치면서 그의 맛깔난 연기는 더욱 살아났다. 특히 적재적소에 녹여낸 애드리브는 풍성한 재미를 선사했다. “대사 사이에 있는 공간을 못 참는다. 강박이 있다. 우영우 변호사가 제 할 말만 하고 나가면 시간이 빈다. 그걸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다. 안 나간 것도 너무 많다. 운도 좋았고 맥락에 맞아서 그런지 반응이 괜찮더라. ‘한 마디를 안 져’를 이렇게 좋아해 주실 줄 몰랐다. 정말 그래서 한 소리인데. ‘새들도 아가 양도 명석이도’라는 대사를 했던 신에서는 비속어를 써보기도 했다. 다들 너무 좋아해주셨지만 방송에는 나갈 수 없으니 개인 소장 중이다. 그 순간 기영이가 나왔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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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링도 화제였다. 이지적인 분위기를 배가하는 안경과 탄탄한 몸매에 착 붙는 슈트 핏에 섹시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는 “‘런’이라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달리기에 관심이 생겼는데 이후 군살이 많이 빠졌다. 전에는 허벅지가 콤플렉스였다. 근육인 줄 알았는데 뛰어보니까 살이었다. 스트레칭도 많이 했다. 안경은 전작과 겹칠까 안 쓰려고 했는데, 스마트한 느낌이 더 나니까 감독님이 추천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다만 몸매 관리는 옷맵시가 아닌 시니어 변호사에 걸맞는 톤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말을 편하게 뱉을 수 있도록 몸을 준비했다.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라운드숄더가 있지 않나. 이런 게 딕션과 발성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본기에 더 신경을 많이 썼다. 악기라고 치면 ‘유연한 악기를 만들어 보자’는 마음이었다. 약해진 등 근육 운동도 했다.”

현장은 늘 화기애애했다는 전언이다. 어디 하나 모나지 않고 연기에 진심인 이들만 모인 덕분이다. “한바다 친구들이 다 웃기다. 잘 맞았다. 떠든다고 쉴 틈이 없었다. 하윤경 씨는 ‘여자 강기영’이라고 ‘하윤기영’으로 부른다. 주종혁 씨는 ‘권모술수’로 나오지만 엄청 여리다. 그리고 나랑 과정이 비슷하다. 나는 연극부터 했고 그 친구는 독립영화부터 해서 차근차근 올라온 친구라 애정이 가더라. (강)태오 씨를 막상 많이 못 만났는데 허당미가 있다.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아주 치명적인 매력이다. (박)은빈 씨는 배울 점이 많았다. 현장을 행복하게 아우르는 힘이 있다. 그리고 어린데 현장을 다 지켜보고 있다. 놀람의 연속이었다.”

이렇듯 역할도 출연진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으니, 시즌2가 제작된다면 당연히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는 “정말 좋다. 욕심이 난다. ‘우영우’에 대한 애정이 너무 크다. 가능하다면 무조건 하고 싶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시즌2에 참여한다면)큰 그림을 그려야 하지 않겠나. 가능하다면 새로운 법무법인을 차려야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과거 출연한 작품이나 예능프로그램까지 역주행 중이다. 당시 많은 이들이 알아주진 않았지만 성실히 쌓아온 그의 경험도 재조명받고 있다. “놀랍고 부끄럽고, 그런 마음이었다. ‘오 나의 귀신님’ 같은 경우에는 겁을 상실했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더라. 연기자로 살아보겠다고 최선을 다했더라. ‘청룡영화상’에 노미네이트 돼서 앉아 있는 영상도 보는데 정말 감격스러웠다. 작품에 앞서서 그때도 무서웠고 지금도 무섭지만 계속 배우고 있다.”

어느덧 데뷔 14년 차, 최고 전성기를 맞이한 그는 이제 ‘즐기는 배우’를 꿈꾼다. “그간 즐겨본 적이 없었다. 늘 긴장이었다. 떨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젠 즐길 준비가 됐다. 가능한 한 스펙트럼을 더 넓힐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그러나 이것저것 가리지 않으려고 한다. 실패할지언정 ‘고(GO)’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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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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