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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北김여정, 尹 담대한 구상 거부...“어리석음 극치, 절대로 상대 안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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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담화로 입장 밝혀

“비핵·개방·3000 복사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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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토론자로 나서서 발언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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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은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자신의 명의로 실은 담화에서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가지고 문을 두드리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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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2.8.15/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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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이라는 것은 검푸른 대양을 말리워 뽕밭을 만들어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했다.

그는 “(담대한 구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10여 년 전 이명박 역도가 내들었다가 세인의 주목은커녕 동족 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 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는것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여정은 “세상에는 흥정할 것이 따로 있는 법, 우리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꾸어보겠다는 발상이 윤석열의 푸르청청한 꿈이고 희망이고 구상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천진스럽고 아직은 어리기는 어리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또 “경내에 아직도 더러운 오물들을 계속 들여보내며 우리의 안전환경을 엄중히 침해하는 악한들이 북 주민들에 대한 식량공급과 의료지원 따위를 줴쳐대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민의 격렬한 증오와 분격을 더욱 무섭게 폭발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더러운 오물’은 대북 전단 등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김여정은 “오늘은 담대한 구상을 운운하고 내일은 북침전쟁연습을 강행하는 파렴치한 이가 다름아닌 윤석열 그 위인이다”라고 했다. 이는 지난 16일부터 진행 중인 한미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와 관련해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윤 대통령의 실명을 직함 없이 거론하며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 비난했다.

그는 “남조선 당국의 대북정책을 평하기에 앞서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면서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고 말했다.

또 “정녕 대통령으로 당선시킬 인물이 저 윤 아무개밖에 없었는가”라고 하는가 하면 “가뜩이나 경제와 민생이 엉망진창이어서 어느 시각에 쫓겨날지도 모를 불안 속에 살겠는데(…)”라고도 했다.

김여정은 또 “한때 그 무슨 ‘운전자’를 자처하며 뭇사람들에게 의아를 선사하던 사람이 사라져버리니 이제는 그에 절대 짝지지 않는 제멋에 사는 사람이 또 하나 나타나 권좌에 올라앉았다”며 전임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도 언급했다.

이날 김여정의 담화는 통신뿐 아니라 북한 전 주민이 볼 수 있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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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순항미사일 발사 장면.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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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지금 이 자리에서 제안한다”라고 했다.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 협상에 나서면 경제 협력뿐 아니라 정치·군사적 상응조치까지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선제적으로 미북 수교 등 미북 관계 정상화, 군축 논의 등도 가능하다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해왔다.

이런 가운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여동생인 김여정이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발표 나흘만에 이에 대한 거부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북한은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이던 지난 17일 새벽에는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무력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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